생각하는 인간과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
상태바
생각하는 인간과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0.25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데카르트의 『성찰』 입문 | 리처드 프랭크스 지음 |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328쪽

이 책은 서양 근대 철학의 첫머리에 항상 등장하는 철학자인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저술 『성찰』에 대한 입문서로, 리처드 프랭크스(Richard Francks)의 Descartes’ Meditations(2008)를 번역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절대적인 진리의 존재를 믿었고,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이를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덕과 과학을 형이상학이라는 반석 위에 정초하려 한 점에서 전형적인 합리론자이다. 또한 이를 다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통해서 탐구하려 한 점에서 전형적인 근대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성찰』은 이러한 그의 합리주의적 정신과 근대적 정신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저서이자 그의 형이상학을 가장 온전한 형태로 담은 저서로서 데카르트는 이 책에서 신의 존재 증명과 인간 정신이 신체와 상이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증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데카르트는 이 책에서, 1619년 겨울 독일 남부에 있는 울름 근교의 한 병영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하였고 1628년에 저술하다가 중단된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 일부 진술된 바 있는, 그의 이른 바 “방법적 규칙들”을 철학에 적용하여 인류의 모든 학문에 든든한 반석이 될 새로운 형이상학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실체를 통하여 인식과 도덕의 문제 및 철학의 주요 과제들을 해명하려는 근대철학의 방법론적 특징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정신과 물체를 구별하는 이원론적 실체론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러한 이원론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이지만, 정신을 물질로 환원하기를 꺼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전거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저자 리처드 프랭크스는 이 책에서 『성찰』의 전체 구조와 논의 전개 방식을 명확하게 소개함으로써 『성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데카르트의 의도에 따라 무척 다양한 내용을 압축해서 논의하고 있는 『성찰』의 전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저자는 『성찰』의 각 부분에 등장하는 논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이런 논의를 전개한 데카르트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한 이후의 논의와는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성찰』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인도한다.

또한 저자는 데카르트의 주장이나 자신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수준 높은 철학적 사유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한다. 여러 번 ‘이런 데카르트의 생각은 옳은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 스스로 이런 질문을 고찰해보고 답할 것을 유도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데카르트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그의 철학적 기획과 저술의 맥락을 살펴본다. 2장은 각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객관적 지식과 객관적 사고란 가능한 것인지를 묻는 ‘객관성의 문제’로 『성찰』의 주제를 압축하고, 이 주제가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와 독자들이 직접 데카르트의 논증을 살펴보고 생각할 논점들을 제시한다.

3장 「본문 읽기」에서는 『성찰』 원문에 따라 제1성찰부터 제6성찰까지를 각 부로 나누고, 저자가 각 부를 여러 절로 나누어 각 절마다 핵심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개관’ 및 내용과 전후 다른 부분과의 연관성, 의미, 제기되는 질문 등을 설명한 ‘주석’, 상호참조를 위한 ‘연결고리’를 서술하였다. 각 부마다 회의, 자아, 신, 지식의 가능성, 물체의 본성 및 신의 확실성, 물체의 존재 등에서 데카르트가 사용한 용어들의 의미와 그가 취하고 있는 태도를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해설했다. 또한 각 부마다 주제의 등장 배경이나 이후의 사상적 전개, 뒤따르는 쟁점들을 22가지의 상세한 ‘논의’로 정리하였다.

4장은 『성찰』이 철학사에 끼친 영향을 책과 독자들 사의의 복잡한 순환적 상호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5장에서는 독자들이 더 읽어볼 만한 자료들로 원전의 여러 번역본과 이차 문헌들 및 관련 자료들을 소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