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표정의 관계를 추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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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표정의 관계를 추적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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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표정의 심리학: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는가? | 폴 에크먼 지음 | 허우성, 허주형 옮김 | 바다출판사 | 452쪽

『표정의 심리학』은 표정과 감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혁명을 일으킨 폴 에크먼의 대표작으로 그의 40여 년에 걸친 표정 연구 과정을 밝히고 그 성과를 보고하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십 년간의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감정은 어떻게 표정에 드러나고, 특정 표정은 어떤 감정 신호를 전달하는가?’ ‘무엇이 감정을 유발하고, 우리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가?’ 등 감정과 표정에 관한 중요한 물음들에 답한다. 그는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감정과 표정의 관계가 보편적임을 보이고, 대표 감정들과 그 표정들의 특징을 FACS(표정기호화법)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한 후, 마지막 장에서 거짓말을 할 때 표정에 나타나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법을 다룬다. ‘거짓말과 감정’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장이 추가된 이 개정증보판은 풍부한 사진과 사례를 통해 대표적 감정들(슬픔과 고통, 분노, 놀람과 두려움, 혐오와 경멸, 즐거움)의 전형적인 표정은 물론이고, 각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때나 억누를 때의 미세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읽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에크먼은 매 장마다 하나의 감정을 다루며 각 감정의 특성과 전형적 표정을 설명하고, 그 감정을 스스로 느껴볼 수 있는 연습방법을 제시한다. 타인의 얼굴에 나타날 경우 눈, 눈꺼풀, 눈썹, 입, 입술, 턱, 뺨 등에서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특징들을 딸 이브의 표정사진과 함께 분석한다. 그 표정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것이지만 어떤 감정이라고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 표정이 전형적(완전한) 표정이 아니라 ‘부분 표정’이거나 ‘약한 표정’이기 때문이다. 즉 감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거나 약하거나 억눌린 경우다. 에크먼은 ‘미표정’까지를 포함해 이 세 표정을 ‘미세 표정’이라고 부르고 누구나 손쉽게 연습할 수 있는 SETT(미세표정훈련도구)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에크먼은 타인의 미세한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와 경멸의 표정을 알아보는 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거기에 대응하는 법, 그 정보를 이용하는 법도 알려준다. 가장 명심할 점은 함부로 내색하지 않는 것이다. 대화 상대에게 분노의 기미를 읽고서 “왜 화를 내지?”라고 직설적으로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반응은 없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주길 바라는 만큼이나 자신의 감정이 들키기를 바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것은 ‘오셀로의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오셀로가 부정을 의심하며 추궁하자 데스데모나는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오셀로는 아내가 정부 카시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자신의 배신이 들켜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정작 그녀의 두려움은 질투심에 눈먼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하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슬픔은 카시오가 죽어버려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사라진 데 대한 절망 때문이었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섣부른 예단을 경계해야 한다.

에크먼은 ‘거짓말과 감정’의 장에서 은폐된 감정과 꾸며낸 표정을 탐지하는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는데, 얼굴의 부자연스러운 비대칭과 불수의근의 운동 부재가 대표적이다. 후자의 유명한 예가 ‘뒤센 웃음’이다(100여 년 전 프랑스의 신경학자 뒤센 드 불로뉴가 발견했다). 진심으로 즐거워 웃을 때는 눈둘레근의 외측 부분이 움직이지만(따라서 눈가 주름이 생기고 눈이 가늘어지며 빰이 올라간다), 거짓 웃음에서는 눈썹과 눈두덩이가 밑으로 당겨지는 것 같은 미세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 에크먼은 이후 미표정 연구성과를 국가 안보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에 주력해왔고, 그가 개발한 ‘진실성 평가 훈련 프로그램’이 FBI, CIA 등 여러 법집행기관들의 실무에서 이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객들의 비자 발급 인터뷰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 영사담당국(FSI)의 직원 교육, 공항 대기줄에서 수상한 거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불법 이민자, 밀수 범죄자,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관찰기술에 의한 승객검색(SPOT)’ 등이 대표적이다. 표정을 통한 거짓말 탐지 전문가로서 명성이 높아지자 그를 모델로 한 드라마 〈라이 투 미(Lie To Me)〉가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에크먼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의 안녕을 위협하는 사태를 24시간 감지하는 '자동평가기제'로, 갑작스런 교통사고의 순간처럼 우리의 생명이 걸린 중요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자동평가기제는 두 가지 종류의 감정 유발요인(유인)을 경계하는데, 하나는 진화에 의해 각인된 보편적 ‘테마’이고 다른 하나는 후천적 학습에 의한 특수한 ‘변형’이다. (가령, 가해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테마’고, 뉴기니 원주민이 멧돼지의 습격에, 현대 도시인이 강도의 습격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변형’이다.) 변형이 테마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시간을 들여 일어난 사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평가 과정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을 '반성적 평가'라 한다.

누구나 감정에 휘둘려 행동했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적 행동을 어떻게 완화하거나 조절할 수 있을까? 에크먼은 2000년 달라이 라마를 만나 감정에 대해 토론하며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말한다. 불교의 수행은 파괴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자동평가를 반성적 평가로 대체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평가가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자각해야 하는데, 이를 불교에서는 ‘알아차림(正念, mindfulness)’이라 한다. 오랜 명상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런 자각과 대비해 에크먼은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자각하는 일종의 메타의식인 ‘주의 집중(attentiveness)’이다. 즉 감정이 일어난 직후 자신이 감정적임을 알아차리고 사건과 자신의 반응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감정들의 유인을 숙지하고 타인의 표정에 나타나는 대표적 신호들을 잘 관찰한다면 이러한 주의 집중이 비록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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