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빈곤, 인권, 정의, 평화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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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빈곤, 인권, 정의, 평화의 문제이다
  • 이재영 공주대학교·환경교육학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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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야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80%가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의 인수공통감염병이 주로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공장식 축산, 불법 동물 밀거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통계활동조정위원회(CCSA)와 무역개발회의(UNCTAD)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4분기에만 약 3억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4천만 명에서 6천만 명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일자리의 40%에 해당하는 약 12억 개의 일자리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환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1.5도씨 시나리오가 최선의 경우로 간다고 해도 2030년까지 전체 노동시간의 2%, 즉 7억2천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도씨가 오르면 1억~4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며, 10~20억 명의 사람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80년까지 세계 곡물생산량의 30%가 줄어들 위험이 있고, 2030~50년 사이에 해마다 약 25만 명이 추가로 영양실조 등으로 죽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유엔인권위원회의 보고서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으로 인해 2050년까지 약 1억4천만 명의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 집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2018년에만 135개 나라에서 약 1천8백만 명이 환경난민이 되었는데, 이는 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그 접경지역이 모두 잠재적 분쟁위험지역이다.

기후위기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유한 10%가 온실가스 배출의 50%에 대해 책임이 있고, 하위 50%는 온실가스의 10%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상위 1%는 하위 10%보다 17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부자들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더 혜택을 많이 누리고, 그러면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온실가스도 적게 배출하고, 혜택도 별로 누리지 못했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는 가장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빈곤과 불평등이 만나 환경정의가 무너지는 지점이다.

GlobeScan의 조사결과를 보면, 2015년을 지나면서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나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보다 많아졌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 대해 죄책감과 미안함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작년 이맘때 청소년기후행동 학생들이 금요일 오후 수업을 빼먹고 기후결석시위(climate strike)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을 바라보던 어른들조차, 이제는 70% 이상이 청소년들의 기후헌법소송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툰베리가 지적한 것처럼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권, 정의, 정치적 의지의 위기이다. 제국주의, 인종 차별, 가부장제와 같은 억압의 체계가 그것을 만들어 내고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한 2030년이 이제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18조 원을 들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학교의 설계도가 시설과 기계 중심으로 짜여질까 우려된다. 그리고 2022년 개정을 목표로 시작된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더 이상 국영수사과를 학교교육의 중심으로 세우는 죄는 짓지 않기 바란다.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재영 공주대학교·환경교육학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환경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유네스코ESD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사)한국환경교육학회 혁신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건중심 환경탐구>, <한국 환경교육의 흐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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