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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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20.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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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코로나 재확산의 진원지라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순교를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교수를 존경한다고 한 것, 1948년 건국을 부정한 것, 연방제를 통해 남한을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한 것에 대해 한 달 내로 사과하지 않으면 순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순교하는 것이 과연 순교일까?

순교란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서, 자신의 신앙에 위배되는 행동을 강요받을 때 이에 대한 저항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숭고한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치하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주기철 목사의 순교가 널리 추앙받고 있다. 신사참배는 하나님 이외에 존재를 신성시하는 것이기에 이는 기독교 신앙에 반하는 것이며, 주기철 목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순교를 언급한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정치적 문제 때문이며, 그것도 대부분 사실이 아닌 허위를 이유로 삼은 것이다.

누가복음 20장 25절을 보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을 근거로 소득의 일부는 국가에 세금으로 내고, 또 일부는 하나님께 헌금하라고 설교하는 목회자들도 있지만, 이는 정치와 종교를 구별하고, 정치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구별하는 말로 유명하다.

이 구절이 나오는 맥락을 보면, 이는 당시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로마 총독의 권세가 “하나님의 도”와 다름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물론 총독의 권세란 정치권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도란 무엇일까? 요한 1서 4장 8절을 보면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할 것을 명령하고 있고,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우리 역시 하나님 안에 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이란 절대자 하나님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이며,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 물론 육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이웃 사랑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신앙인이라면 하나님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회개하고 그릇됨을 고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웃 사랑은 둘째 치고 이웃에게 해를 끼치고자 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명령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며, 이런 사람이 교회에 등록한 교인일 수는 있겠지만,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과연 하나님의 말을 정면으로 거역할 수 있을까?

전광훈 목사의 순교 발언은 하나님의 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사랑은커녕, 타인의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려 하지 않고, 역으로 코로나를 확산시킬 수 있는 행동을 버젓이 자행함으로써 코로나 재확산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도에 철저히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순교를 말한다?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이 다르듯이 정치와 종교는 다른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적 이념에 따라 행동하지만,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도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정치인에게 신앙적 행동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하나님의 도를 버린다면, 그는 더 이상 기독교인 아니며, 하나님의 명령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면 이는 적그리스도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에서 악셀 호네트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현대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텐트 한국판』 책임편집자, 철학연구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인정의 시대』, 공저로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페미니즘의 테제들』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재발명』, 공역서로는 『정의의 타자』 『인정투쟁』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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