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본질을 해명함으로써 인식 가능성의 수수께끼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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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본질을 해명함으로써 인식 가능성의 수수께끼를 밝히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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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현상학의 이념 | 에드문트 후설 지음 | 박지영 옮김  | 필로소픽  | 2152쪽

《현상학의 이념》은 하이데거, 메를르 퐁티, 사르트르 등 실존주의를 포함하는 사상 계보의 첫 번 째 인물인 에드문트 후설이 1907년 괴팅겐 대학에서 행한 강의록이다. 후설은 1907년 여름학기에 〈현상학과 이성비판 개요〉라는 제목의 강의를 열었는데, 이 강의의 입문에 해당하는 처음 다섯 번의 강의가 《후설전집》 2권으로 출간된 《현상학의 이념》이다. 《현상학의 이념》은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 전반을 결정짓는 핵심 사상들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발표된 강의록으로서 보편적 학문으로서의 현상학의 기본적 원리와 이념들을 최초로 제시했다. 그리하여 초월론적 현상학의 이념과 그 핵심 사상들, 현상학적 환원, 구성과 같은 문제들,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 자연주의 철학, 역사주의와 세계관 철학 등에 대하여 세밀하게 개진한다.

이 책에서 후설이 해명하고자 하는 것은 초월적 인식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의식 밖으로 나아가 초월적 대상을 경험할 수 있는가? 수수께끼 같은 이 질문 앞에서 수많은 철학자들이 회의주의의 좌절을 겪었다.

후설은 엄격한 철학적 반성 속에서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철저한 인식 비판을 단행하면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현상학의 이념은 그 어떤 미리 주어진 전제나 선입견의 토대 없이 우리에게 가장 명증하게 주어지는 인식의 영역에서 출발할 것을 요구한다. 출발점으로 주어지는 인식은 인식 비판이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인식이며 절대적으로 명료하게 의심할 여지없이 그 가능성에 대한 모든 회의를 배제하는 그러한 종류의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후설이 제시하는 철학적 방법은 바로 ‘모든 초월적인 것의 배제’라는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이다.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우리는 의식 내재의 영역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의식 내재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초월적 대상이 우리에게 인식되고 경험됨을 설명해낼 수 있을까?

▲ 현상학의 이념_ 에드문트 후설
▲ 현상학의 이념_ 에드문트 후설

후설은 현상학적 환원이라는 개념에 대한 더 상세하고 깊은 규정을 제시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다. 현상학적 환원은 내실적 내재로의 환원, 그러니까 의식 체험에 내실적으로 속하는 것의 영역으로의 환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상학적 환원의 수행 후 인식의 영역은 영(zero)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상학적 환원은 절대적으로 주어지는 명증의 영역으로의 환원을 뜻한다. 그래서 내실적으로는 의식에 초월하면서도 지향적으로 내재인 모든 지향적 대상들이 인식의 영역에 포섭된다. 의식의 지향적 대상은 현상의 내실적인 부분이 아니며 현상 속에서는 결코 발견될 수 없다. 그러나 현상으로 용해될 수 없는 그 무엇이 현상 속에서 구성된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대상적인 것 역시 우리의 의식에 절대적으로 주어짐으로써 명증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순수 현상을 직관할 때 대상은 인식 밖에, ‘의식’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직관된 것의 절대적 자체소여라는 의미로 동시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물 구성은 의식이 주어진 것을 초월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며, 초월이란 인식의 본질적 기능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의식을 초월하여 의미를 구성하고 그렇게 구성된 의미를 통해 초월적 대상과 관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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