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짓기 본성이 역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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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짓기 본성이 역사를 이끈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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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양장) | 마크 모펫 지음 |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740쪽

인간과 동물에게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는 어떻게 다른 동물과 달리 넓은 지역에 걸쳐 큰 국가를 이루었을까? 그 실마리는 누가 집단에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즉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에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들의 전반적인 사회생활 양식을 살펴보면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내부자와 외부자를 알아보는 방법인 ‘표지’에 주목해 사회의 생성·번영·붕괴를 탐구한다. 곤충과 포유동물, 수렵채집인 사회를 통해 어떻게 친족사회에서 더 큰 사회가 출현하는지, 국가는 어떻게 건설되고 붕괴되는지, 집단 간의 동맹과 충돌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끼리끼리 뭉치고 외부자를 배제하거나 포용하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밝힌다. 사회에서 느끼는 분열과 화합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토대가 되는 책이다.

각 장을 살펴보면, 1부에서는 다양한 척추동물 사회를 살핀다. 사회 내부에서나 사회 간에 이루어지는 동물들의 이동이 다양한 집단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대부분의 포유동물 사회가 하나로 뭉치려면 구성원들끼리 서로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덧붙여 인간이라는 종은 이런 규모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가 하는 수수께끼가 제시된다. 2부에서는 이런 규모의 한계를 가뿐하게 돌파한 유기체 집단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곤충 사회를 살펴보는데, 곤충 사회는 규모가 커지면 기반시설과 노동 분업이 더욱 복잡해지는 등 인간 사회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또 대부분의 사회적 곤충, 그리고 향유고래 같은 몇몇 척추동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무언가를 이용해서 사회와의 제휴 관계를 입증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개미는 화학물질(냄새), 고래는 소리를 이용한다. 이런 간단한 기술은 기억력의 한계에 제약받지 않기 때문에 일부 종의 사회를 거대한 규모에 도달하게 해주는데, 몇몇 경우에는 아예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선 인간 사회에서 사용되는 표지들도 함께 살펴본다. 그중에서는 아주 미묘한 억양이나 제스처처럼 잠재의식으로만 알아차릴 수 있는 행동도 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해 인간은 익명 사회에서 낯선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를 달성할 수 있다.

3부와 4부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수렵채집인의 사회와 침팬지·보노보의 행동을 살펴본다. 저자는 침팬지가 팬트후트(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울음소리)의 사용 방식에 간단한 변화를 주어, 같은 사회 구성원을 확인하는 필수적인 소리로 만들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이런 변화 혹은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의 머나먼 선조들에게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5부에서는 이런 표지와 사회 소속성을 뒷받침하는 심리를 탐색한다. 사람들은 각각의 사회를(그리고 각각의 민족과 인종을) 독립된 생물종처럼 보이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을 소유한 타인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유아는 이런 집단을 알아보는 법을 어떻게 학습하는지,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을 간소화하는 고정관념은 어떻게 편견과 연결되는지, 또한 편견은 어떻게 자동적이고 불가피하게 표현되어 외부자를 독특한 개인이 아니라 그가 속한 민족이나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하는지 밝힌다.

6부에서는 사회 간 관계를 다룬다. 자연에서 모은 증거들은 동물 사회들이 꼭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평화는 경쟁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드물게 몇몇 종에서만 나타남을 보여준다. 7부에서는 사회가 어떻게 합쳐지고 와해되는지가 서술된다. 모든 사회는 일종의 생애주기를 거친다. 대부분의 경우 결정적인 사건은 기존에 존재하던 사회의 분할이다. 8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사회를 국가로 확장시켰는지, 또 사회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9부에서는 민족과 인종, 그리고 국민 정체성의 등장을 다룬다. 정복한 사회가 정복당한 사회와 긴밀하게 맞물리는 하나가 되려면, 독립적 집단들을 통제하던 상태에서 그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들 간의 정체성 조종이 필요한데, 소수민족 집단이 다수집단에게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동화 과정은 어느 정도 선까지만 달성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끝에서는 현대 사회가 어떻게 이민을 통해 다수의 외부자를 친화적으로 편입시켰는지를 살펴보고, 사회가 과연 필연적인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 사회를 시·공간적으로뿐만 아니라 종을 넘어 폭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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