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긱경제의 환상을 버려라!…우리를 비참한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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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긱경제의 환상을 버려라!…우리를 비참한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9.0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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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긱이코노미의 민낯과 무너지는 플랫폼 노동자 |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지음 | 김고명 옮김 | 롤러코스터 | 392쪽

배달의민족, 쿠팡, 타다, 에어비앤비 등… 바야흐로 공유경제의 시대다. 공유경제 찬성론자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의 집합체인 공유경제가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할 것이며,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 권리를 신장시키고,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 것이라고 치켜세운다. 또한 노동자는 누구의 지시 없이 스스로 언제, 어떻게 일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정작 공유경제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이 새로운 경제적 움직임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게 진정한 ‘공유’의 경제라면 왜 그들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고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기는지, 어떤 사회적 요인이 노동자들을 공유경제의 종사자로 만들고, 생계를 위해 투 잡, 쓰리 잡을 뛰게 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노조를 만들 수 있는가? 산업재해 대비책이 있는가? 차별과 성희롱을 방지할 수 있는가? 일상적인 실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는가? - 공유경제는 이 질문들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공유경제 노동자 80여 명의 경험을 통해 공유경제 플랫폼의 작동방식과 노동자들의 실태, 그리고 그것이 미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으로, 각기 다른 4개의 플랫폼 서비스(숙박-에어비앤비, 교통수단-우버, 단기 아르바이트 서비스-태스크래빗, 출장 요리-키친서핑)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 저자 Alexandrea J. Ravenelle
▲ 저자 Alexandrea J. Ravenelle

그리하여 공유경제의 야심찬 약속이 노동자의 실제 삶과 얼마나 다른지, 앱이 만드는 최첨단 알고리듬의 이면에서 어떻게 노동자 보호장치가 무너지는지, 다시 말해 공유경제에 도사린 모순에 대한 조명을 통해 공유경제 산업의 파괴적 결과물들과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밀레니얼세대가 주축이 된 노동자들의 삶을 접한 저자는, 공유경제가 수세대에 걸쳐 확립된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고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 취약성만 키우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노동자(주로 2030세대)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앱 기반의 혁신경제를 자처하는 공유경제가 사실상 이른 나이부터 첨단기술을 받아들인 밀레니얼 세대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실제로 공유경제 노동자 중에는 18~34세가 가장 많다). 임시노동, 적시 일정 관리(필요한 시점에만 노동자를 호출하는 방식), 대량 정리해고를 모두 채택한 공유경제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법을 기술적으로 혁신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온갖 차별과 성희롱,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없으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조차 요구할 수 없다.

예컨대 공유경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책임이나 의무도 지지 않고 “1만 명을 10~15분간 고용할 수 있”지만, 그 일이 끝나면 그 1만 명의 노동자는 “증발”하고 만다. 이에 저자는 공유경제가 혁신이란 미명하에 지난 수 세대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 착취가 만연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증발’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라도 우리가 공유경제에 대해 제대로 조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 공유경제_원서표지
▲ 공유경제_원서

그야말로 공유경제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소정의 이용료만 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공유경제 노동자들은? 왜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까. 공유경제의 세계에서 노동자들은 위치추적 서비스로 감시를 당하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절하기 힘들고, 화장실에 갈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인종에 따라 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지고, 일자리를 잃을 위험 늘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지구적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노동을 점점 계층화하고 차별을 부추기며 분화된 사회로 만들고 있는 경제, 이익 대부분은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고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노동 과정에서의 고통은 노동자에게 던져두는 경제, 이것을 과연 ‘공유의 경제’라 할 수 있을까?

전체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사람들에게 미래 지향적이고 대안노동의 한 모델처럼 인식되어온 공유경제가 사실상 그 이름에서부터 많은 모순을 안고 있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모순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2장은 네 개의 플랫폼(에어비앤비, 우버, 태스크래빗, 키친서핑)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고, 지금까지 공유경제에 관해 발행된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이 주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핵심 질문들을 제시한다.

3~4장에서는 노동자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노동의 비정규화라는 큰 흐름에서 공유경제가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논한다. 5장은 공유경제 내 성희롱 실태를 알아보고, 노동자가 성희롱을 성희롱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6장에서는 공유경제 노동 중에 일어나는 불법과 합법성이 의심되는 일에 연루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유경제가 새로운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7장은 자본과 전문기술 덕에 공유경제에서 예외적으로 성공한 노동자들에 관해 살펴본다.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은, 공유경제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생활 임금, 복지 혜택, 보호장치 등을 제공하는 기업을 소개하고, 그 리더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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