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유감(遺憾)..."달라진 것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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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유감(遺憾)..."달라진 것 거의 없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8.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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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대학 강사의 고용안정와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기간과 3년간 재임용 기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등을 보장하는 법안으로 지난해 8월 1일부로 시행됐다.

지난달 한국일보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사 5명 중 4명은 “강사법 시행 후에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이하 한국일보 2020.07.27. 기사 참조). 강사법 개정 이후 신분이 안정됐다는 응답은 22.2%, 소속감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사법 시행 후 기존보다 신분 안정을 체감했다는 응답자는 5명 중 1명꼴(매우 그렇다 4.8%·약간 그렇다 17.4%)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강사법 시행 이전과 같거나(32%) 오히려 신분이 불안정해졌다(별로 아니다 25.3%·매우 아니다20.5%)고 체감하고 있었다. 대학에 대한 소속감 역시 43%가 기존과 같다고 응답한 반면, 소속감이 커졌다는 응답은 5명 중 1명(약간 그렇다 14.3%·매우 그렇다 3.6%)이 채 되지 않았다.

처우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응답은 24.5%(매우 그렇다 2.3%·약간 그렇다 22.2%)에 불과했다. 37.9%는 기존과 같다고 대답했고 37.6%는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별로 아니다 20.5%·매우 아니다17.1%)라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강사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수입이 같거나(39.3%) 오히려 줄었다(약간 줄었다 16%·많이 줄었다 16%)고 답했는데, 이유는 출강 대학 수가 줄어 결과적으로 수업시수가 줄어든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강사들 다수는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모두 실질적인 체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강사법 시행 이전보다 강사제도가 열악해졌다는 의견(약간 열악해졌다16.3%·매우 열악해졌다 16.6%)이 개선됐다는 의견(매우 개선됐다 2.7%·약간 개선됐다 21.1%)보다 많았다. 10명 중 7명이 강사법 개정보안이 ‘매우 필요하다’(68.3%)고 답했는데,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퇴직금 및 직장 건강보험(32.6%) 가입을 꼽았다. 현재 최소 1년인 계약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의견(28.7%)과 강의료 및 방학 중 임금을 인상해 달라(23.3%)는 요구가 뒤를 이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대학의 총 강사 수(중복 포함)는 2018년 2학기 5만1,448명에서 2019년 1학기 4만6,925명, 2019년 2학기 3만5,565명으로 급감했다. 강사법 시행 첫 학기인 지난해 2학기 강사 수가 불과 1년 전에 비해 1만5883명이 감소한 것이다.

이 통계들은 한마디로 강사제도 시행이 강사의 신분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그 목적 달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예정 호서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강사제도가 시행된 첫 학기인 2019학년도 2학기는 전년도에 비해 강좌 수가 5,815개 줄어들었다.” 개정된 강사법이 대학에 개설된 강좌 수를 줄여 학생들의 피해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특히 “교양 교육과정 개설 교과목 수 감소, 강좌 수 감소, 담당 교원 감소 추세는 강사제도 시행이 교양 교육과정 전반을 퇴행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강사법 이후 강사의 명목상 위상만 올라갔을 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핵심 이해당사자인 대학, 강사, 학생 모두에게 불편하다. 무늬만 교원일 뿐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미흡하다면 법의 효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6월 정부에 “대학 시간강사는 전임교원과 비교해 근무조건과 신분보장, 보수 및 급부 등에 있어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고, 그 차별대우는 합리성을 잃은 것이어서 헌법상 기본적인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도 훼손될 우려가 있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학 강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 강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전임교수와 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학 강사는 하는 일에 비해 그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워킹푸어다. 개정된 강사법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을’ 신세로 대학에 착취당하며 정체성의 혼란 속에 인격적 모멸감까지 받는 것이 시간강사의 여전한 현실이다.

시간강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도 합당한 대우는커녕 착취하고 학대하며 절망의 거리로 내모는 현 대학구조 속에서 교육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며, 고등교육의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이해당사자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현 강사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조속히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대학과 학문의 미래인, 그러나 ‘가방끈이 길어 슬픈’ 대학 강사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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