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물과 공기의 주역이자 노화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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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물과 공기의 주역이자 노화의 주범
  •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 승인 2020.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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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평]

■ 서평_『주기율표를 읽는 시간(우주를 읽는 지도, 주기율표)』(김병민, 동아시아, 2020.04.30.)

‘주기율표’하면 화학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골치 아픈, 외웠어야만 하는 표로만 기억된다. 각종 외계 기호들이 나열돼 있고, 왜 그렇게 생겼는지는, 왜 그토록 중요한지도 모른 채 암기만 해야 했으니 어려웠던 게 당연하다. 그래서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은 정말 쉬운 주기율표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제일 처음 등장하는 수소(H. hydrogen)는 원자번호가 1이다. 이는 원소를 구별하는 기준을 나타낸다. 즉, 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의 수와 같다. ‘hydrogen’은 그리스어로 물이 생긴다는 뜻을 지녔다.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의 75%를 수소가 차지하고 있다. 태양 역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다. 신기한 건 수소가 대기에서 이동하는 속도는 총알 속도의 2배나 된다. 특히 수소는 가둬놓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산소와 폭발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 김병민 씨는 “주기율표는 세상을 만든 118개의 재료와 전자의 정보를 정리한 표인 것”이라며 “사람의 몸에 있는 원소는 탄소(C)와 수소(H) 그리고 산소(O), 질소(N), 황(S)과 인(P), 칼슘(Ca)이 대부분입니다”라고 적었다. 나의 몸에는 이러한 원소를 포함해 약 60가지의 원소가 있다.

그렇다면 원소들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그 단서는 빅뱅과 별의 탄생에 있다. 빅뱅 후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이 가득했는데, 서서히 밀도 차가 발생하고 중력수축이 증가해 별이 탄생했다. 별은 질량에 따라 서로 다른 원소를 만들어내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때 탄소와 산소, 네온과 소듐, 마그네슘, 규소 등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별은 초신성 폭발과 중성자별 탄생과 서로 간 충돌 등을 거쳤다. 이때 다량의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결국 인간은 별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 원소주기율표
▲ 원소주기율표

인간이 별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있다

약 40년간 화학자, 물리학자, 지질학자 등이 원소의 주기성과 성질을 연구하며 씨름했다. 그러다가 주기율표는 1869년 멘델레예프가 「원소의 성질과 원자량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는 기존에 있던 원자량의 어긋남을 수정해 원소를 제 위치에 배치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의 대명사로 불린다. 저자 김병민 씨에 따르면,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원자량의 순서와 화학적 성질에 대한 엄밀한 과학적 증명이라기보단 화학을 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원소들을 분류했다는 점에 있다. 이후 주기율표는 물리학이 원자의 정체를 밝혀감에 따라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된다.

화학과 물리학 모두 원자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그런데 화학인 원자들의 구조에 집중하고, 물리학은 핵의 내부나 고체의 특성에 주목한다. 화학은 원소의 성질을 규정하는 전자(electron)의 학문이다. 원소의 화학적 성질이 원자량이 아니라 전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학이 발전하기 위해선 원소가 지난 각각의 성질들을 파악해야 했다. 여기서 양자역학이 해답과 길을 제시했다. 전자는 원자 안의 모든 입자와 상호작용하는데, 그 상태가 확률적 분포로 존재한다. 참고로 ‘electron’은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한다. 그 옛날 전자의 정체를 모를 때 호박을 닦아서 나오는 정전기 현상을 발견했기에 이렇게 명명했다.

인간은 물과 공기 없이 살 수 없다. 물은 H2O이고, 공기는 O2이다. 그런데 산소 원자 하나만 놓고 보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인간이 노화하고 죽음에 이르는 건 세포의 산화 때문이다. 세포의 산화의 주범은 바로 활성산소이기 때문이다. 산소 원자 하나는 독성이 강해 다이아몬드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산소, 물과 공기의 주역이지만 동시에 산화의 주범

과학이 이토록 발전했는데, 왜 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없애지 못하는 것일까? 인류는 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만 했을까? 이산화탄소의 결합에너지는 7.7eV로 꽤 안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한 번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분리하기가 어렵다. 어렵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건 탄소와 산소가 결합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산화탄소는 인류에게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광합성과 호흡으로 생명을 있게 했고, 인류에게 에너지는 선사했다. 이제 그 이산화탄소를 원자 단위로 분리하고자 하지만, 자연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게 저자 김병민 씨의 설명이다.

118개의 원소.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원소들을 제거하면, 현재 인류는 98개의 원소를 자연에서 알고 있다. 그 이외의 원소가 발견될 확률은 없을까? 저자 김병민 씨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연에서 발견된 인공 합성 원소의 마지막 원자 번호는 98번이었습니다. 양성자수로 100개를 넘지 못했죠.”라며 “만약에 98번 이상의 원소가 자연에 존재하더라도 그 원소는 우리가 찾아내기도 전에 숨어버릴 겁니다. 그만큼 불안정해 바로 붕괴해버릴 테니까요.”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의 연구가 멈추진 않는다. 새로운 원소를 찾는 도전은 계속된다.

“인류는 사물의 본성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미지를 탐구했고 결국 우리의 과거를 알게 했고 현재를 규정한 겁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물질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미래로 우리를 인도할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218∼219쪽)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과학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교수신문> 학술 객원기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학술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과학과 기술, 철학, 문화 등에 대한 비평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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