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부실학술지 논문 게재 비율 크게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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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부실학술지 논문 게재 비율 크게 감소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2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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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자 비올(Beall) 리스트 저널 논문 게재 추이' 분석
- 서울대, 가톨릭대, KAIST, UNIST 등 4개교...부실위험저널 논문 비중 가장 낮아
- "연구자 부실저널 경계심 높아져...양보다는 질 중심의 성과평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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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회 논란이 일었던 2018년 이후 2년간 국내 연구자들이 부실의심 학술지에 게재하는 논문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NRF)이 최근 발간한 <한국학자의 비올(Beall) 리스트 저널 논문 게재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위험저널'에 게재된 전 세계 논문 가운데 한국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2.2%를 기록했다. 이는 7.6%로 정점을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부실학술단체 문제가 본격적으로 학계와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학교 사서였던 제프리 비올(Jeffery Beall)이 만든 부실추정저널 리스트(Beall’s List)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가 와셋(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이라는 학술단체의 운영방식을 취재하여 2018년에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후 부실 학술단체(또는 학술대회, 학술지)와 관련된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이 보도 이후 여러 언론매체가 해적/가짜/사이비라는 수식어를 활용하여 부실 학술단체/학술대회/학술지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이번 보고서는 Scopus DB에 등재된 Beall 리스트 저널 논문을 분석한 체코과학아카데미 보고서를 현시점에서 추적하여, 한국학자들의 부실 위험 저널 이용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사된 결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copus DB 기준 지난 7년 동안 추적조사 대상인 404종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총 344,363건이었고, 이 중 한국 논문은 21,156건(6.1%)이었다. 이 404종 부실학술지 게재 논문 중 한국 논문 점유율은 2015년 7.0%, 2016년 7.3%, 2017년 7.6%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8년 3.1%, 2019년 2.2%로 감소했다.

또 한국 연구자들이 발간한 전체 논문 중 '부실위험저널'을 통해 출판된 논문 점유율은  2013년 3.6%, 2016년 5.7%, 2017년 4.5%를 기록한 이후 2018년 1.3%, 2019년 0.8%로 급격히 줄었다.

Scopus DB 기준 부실학술지 404종 저널 논문의 한국학자 점유율은 2013~2015년 사이에는 6.8%(4위), 2015~2017년 사이에는 7.3%(4위)에 달했으나, 2017~2019년 사이 4.7%(7위)로 떨어졌다. 3년 주기별 논문 수 증감률을 보면 한국논문은 세계 전체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였다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15년과 2015~2017년 사이 세계 전체가 11.3% 증가했을 때 한국은 19.1% 늘었다. 2015~2017년과 2017~2019년 사이에는 세계 전체가 31.9% 감소한 반면 한국은 56.3%가 감소했다. 이로 보건대 한국학자들의 부실추정저널 이용 추세는 연구업적 평가방식, 사회적 평판 등 여러 가지 외부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번 보고서에서 체코과학아카데미보고서에 언급된 404개 저널의 논문 게재 실적을 조사했다. 체코과학아카데미보고서가 2013~2015 사이인 점을 감안해 본 보고서에서는 2013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실적을 조사했다. 체코보고서에 의하면 한국학자들이 부실위험저널(스코퍼스급 저널 중 부실추정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비중은 5%로 세계 25위였으나, OECD 국가 중에는 1위를 기록했다. 엘스비어사는 '부실위험저널'로 분류된 404종에 대한 CSAB(저널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현재까지 287종을 탈락시켰고, 117종은 등재를 유지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논문 당 평균 피인용'(CPP) 분석을 통해 해당 저널들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했다. CPP지표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발표된 전체 한국논문의 CPP는 8.6회이지만 부실저널논문에 실린 CPP는 3.5회로 나타났다. 연구재단은 "부실학술지 게재 논문의 영향력이 전체 한국논문 평균의 40.7%에 불과해 이들 저널이 전반적으로 부실함을 통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면서도 "비교적 신생 저널이고 대부분 개발도상국가들이 발행한 저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부실한 저널이라고 매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실학술지 게재 논문은 공저자 국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국제협력 대상에서도 전체 논문의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전체 한국논문의 국제협력 비율은 27.4%이나 부실학술지 게재 논문은 13.3%에 불과했다.

스코퍼스 DB 기준 지난 7년 동안 부실위험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총 34만 4,363건이었으며, 이 중 한국 논문은 2만 1,156건으로 전체 6.1%를 차지했다. 한국 전체 스코퍼스급 논문 중 상기 부실위험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비중은 2.8%였다. 지난 7년간 스코퍼스급 논문이 4,000개 이상인 45개 대학 중 부실위험저널 논문 게재비중이 한국 평균(2.8%)보다 높은 대학은 13개 대학으로 집계됐다. 공주대(10.0%), 숭실대(8.2%), 광운대(7.1%), 가천대(4.6%) 순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전체 스코퍼스급 논문 대비 부실위험저널 비중이 1% 이하인 대학은 고려대, 이화여대, 아주대, 경희대, 연세대 등 12개 대학이었고, 특히 서울대, 가톨릭대, KAIST, UNIST 등 4개교는 0.5%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주요 대학 가운데 부실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대학별 점유율은 성균관대가 4.8%(1,018편)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대 4.4%(937편), 연세대 3.4%(709편), 경북대 3.2%(686편), 고려대 3.1%(662편) 순이었다.
점유율이 높은 대학은 발표 논문수가 다른 대학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분야별 점유율은 일반공학이 37.7%(7,976편)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컴퓨터과학 30.3%(6,420편), 재료과학 23.5%(4,969편)%, 화학공학 20.8%(4,397편), 화학 20.7%(4,383편) 순이었다.

보고서는 2018년부터 한국학자들의 부실의심저널 이용이 급격하게 감소된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보고서는 "2018년 부실학회 논란과 관련자 징계 추진 등으로 연구자들의 부실저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과 '국가연구개발 과제평가 표준지침'에 따라 과제 성과지표에서 SCI 논문 건수 지표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질 중심의 평가가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의 부실의심저널 이용감소 추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실시하는 승진심사, 정년보장심사 등의 평가가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며, 향후 연구기관의 연구업적 평가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구자들이 특정 저널이나 학술단체의 부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학술지나 학술단체의 부실 여부에 대한 연구자들의 평판을 공유하고, 연구자들이 논문을 투고하거나 해외학회에 참석하기 전 해당 학술단체의 부실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실학술단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은 제프리 비올(Jeffery Beall)이 만든 '부실추정저널 리스트'(Beall’s List)에서 비롯됐다. 비올은 2012년 1월 블로그를 개설해 '약탈적 출판사와 저널' 리스트를 공개했다. 비올 리스트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은 부실 저널에 대한 리스트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이고, 반면 부정적 의견은 비올이 전문가 검증 없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세계의학편집인협의회(WAME)는 특정 학술지가 비올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 해당 학술지의 부실 여부를 판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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