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의 위대한 고전…일상생활에서부터 경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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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브로델의 위대한 고전…일상생활에서부터 경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까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4.13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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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세트 [전3권] (제2판)』 | 페르낭 브로델 지음 | 주경철 옮김 | 까치 | 2,256쪽 | 2024.03.15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세계 역사학을 이끈 프랑스 아날 학파의 대표적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의 역작이자 20세기 최고의 역사서로 손꼽힌다. 프랑스에서 1967년에 제1권이 출간된 이후 1979년 완간되기까지 12년이 걸린 이 대작은 브로델의 대표작으로, 아날 학파의 역사적 관점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자본주의 세계의 구조와 그 기원, 그리고 발전과정을 밝힌 현대의 고전이자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출간된 제2판은 1995-1997년 초판의 번역을 맡은 서울대학교 역사학부 주경철 교수가 아르망 콜랭 출판사의 2022년도 개정판을 기준으로 문장들을 가다듬었다. 또한 상, 하로 분권되어 전 6권이었던 초판을 전 3권으로 합본했다.


▶ “역사학의 교황” 페르낭 브로델, 세계 역사학을 이끈 프랑스 아날 학파의 대표적 역사가

20세기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움직임과 함께 뤼시앵 페브르와 마르크 블로크가 1929년에 공동 창간한 학술지 「아날(Annales, 연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날 학파’가 탄생했다. 이들은 정치보다는 사회를, 개인보다는 집단을, 그리고 연대(年代)보다는 구조를 기본으로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르낭 브로델은 아날 학파의 제2세대 학자이자 대표적인 학자로, 아날 학파의 ‘새로운 역사’라는 시각을 심화하여 역사학의 영역을 경제사, 사회사로 확장시켰다. 브로델은 단편적인 역사보다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바라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당시의 학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의 일상생활, 즉 인구의 변화나 의식주, 사치품 등을 면밀히 연구했다. 수 세기에 걸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 그는 상업과 일상생활을 담은 방대한 고문서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수량화했다.

브로델은 작고 사소한 일들이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과정이 ‘지속되면서’ 단단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의 모습과 그 한계를 규정하는 구조를 통해서 역사,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을 통찰한 그는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역사학의 ‘대부’로 불린다.


▶ 15-18세기 산업화 이전 시대의 물질생활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고찰한 기념비적 대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산업화 이전 시기의 인간 사회를 낱낱이 연구하여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는 책이다. 고문서와 팸플릿, 과거와 당대의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수십 년에 걸쳐 깊이 연구한 끝에 나온 산물로, 세계사적인 사건들뿐 아니라 경제, 문화, 지리, 사회 등 다양한 영역들을 총체적으로 살피며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그 역동적인 흐름을 담아냈다.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 일상생활의 구조 | 816쪽

제1권인 『일상생활의 구조』는 사물, 도구, 일상의 행위, 화폐, 도시 등 물질문화를 살펴보면서, 일상생활이 만든 문명의 틀을 관찰한다. 바로 이 물질문화의 기반 위에 행상인, 상인, 가게와 상점, 시장과 정기시와 같은 경제 활동이 솟아난다. 거대 회사들은 원격지 교역을 수행하고 거래소가 등장하여 국제 교역 활동을 담당한다. 

브로델은 우선 편재하고 도처에 침투하며 반복되는 일상생활, 즉 물질문명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우리가 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주는 습관이나 관행들을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을 따라서 천천히 진화하는 거대하고 구조적인 역사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구수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왜 특정 시기에 유난히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는지 등의 추세를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서(제1장) 시작하는 제1권은 빵이나 쌀, 옥수수 등 보통 사람의 주식(主食, 제2장)과 더불어서 고기, 유제품, 물 등의 일상용품과 후추, 설탕, 증류주, 커피, 담배 등의 사치품(제3장)도 다룬다. 뒤이어서는 어떤 재료와 양식으로 집을 지어 살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입었으며 유행은 어떻게 태어나고 변화했는지를 알아본다(제4장). 

제5장과 제6장은 이런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들을 분석하는데, 인력(人力)부터 석탄에 이르는 에너지원과 금속들을 먼저 다루고(제5장), 그후에 화약과 인쇄, 수송 등 중요 기술들을 살펴본다(제6장). 제7장에서는 근대의 뿌리인 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등장하고 발전해왔는지를 소개하며, 제8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중요 도시들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거대해졌는지를 알아본다.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 - 교환의 세계 | 904쪽

제2권인 『교환의 세계』를 통해서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라는 두 영역을 추적하면서, 제1권에서 다룬 물질문화의 위에서 역동하는 이 두 영역을 구조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서로 뒤섞이면서도 구분되고 대립하는데, 어떤 불평등이 이와 같은 이중성을 만드는지를 다룬다.  
브로델은 제2권에서 물질생활의 위에 존재하는 시장경제, 즉 가장 초보적인 물물교환으로부터 가장 정교한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교환의 세계 전체를 분석한다.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시장경제는 생산활동과 소비활동 사이의 연결고리이자 경제활동을 발전시키는 동력이었다. 브로델은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서, 일상적인 교환경제(낮은 차원)와 그보다 상위의 정교한 경제(높은 차원) 사이의 끈질긴 대립을 발견해낸다. 

제1장과 제2장에서는 우선 교환경제, 즉 시장, 행상, 상점, 정기시, 교환소 등을 묘사하면서, 교환의 법칙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그다음 두 장인 제3장과 제4장에 걸쳐서는 유통의 영역 바깥에 널리 퍼져 있는 생산의 문제를 다룬다. 또한 반드시 다루어야 할 것으로서, 핵심 단어인 자본, 자본가, 자본주의의 뜻을 명확히 구분한다. 아울러 은행, 무역, 회사 등 영역별로 자리매김한 자본주의를 살펴보면서, 자본주의의 경계와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제5장에서는 지금껏 다룬 경제와 자본주의를 일반적인 사회 현실의 틀 속에서 다시 살펴보며 그 본질을 해석해본다.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3 - 세계의 시간 | 536쪽

제3권인 『세계의 시간』에서는 자본주의적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도시들이 등장했다가 쇠퇴하는 역사의 흐름을 살펴본다. 베네치아, 안트베르펜, 제노바, 암스테르담 등의 도시가 차례로 주도권을 잡았으며, 프랑스와 영국에서 국민경제가 등장했고, 그후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서 세계를 지배했다.

브로델은 제3권에서 15-18세기의 세계경제사를 그려본다. 제1권과 제2권의 영역보다 더욱 상층에 위치한 영역, 즉 자본주의의 실체가 존재하는 곳을 낱낱이 분석하고자 한 것이다. 이 상층구조는 아래층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창조하고 부양해준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그 상층의 무게가 아래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장소와 시대에 따라서 이러한 아래에서 위로의 움직임과 위에서 아래로의 움직임의 중요성이 변화한다. 

제1장은 이론적인 장으로서,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경제의 모습, 그리고 정치, 문화, 사회와 맺는 경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다음 제2장부터 제6장까지에서는 유럽이 차례로 겪은 경험에 따라서 세계의 시간을 여러 개의 긴 시대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도시(베네치아, 암스테르담)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를 다룬다. 제4장에서는 그 이후인 18세기에 국민경제가 어떻게 등장하고 발전했는지를 연구하는데, 무엇보다도 프랑스와 영국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어서 제5장에서는 이른바 계몽의 세기라고 부르던 시대의 전 세계(아메리카, 아프리카, 러시아, 아시아 등)를 차례로 살펴본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현시대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다룬다.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지(혹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지리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세계를 지배해나간 자본주의의 발전과정과 그 결과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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