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도 사실 놀부 못지않은 욕심쟁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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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도 사실 놀부 못지않은 욕심쟁이였다고?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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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유광수 저 | 21세기북스 | 288쪽

 

이 책은 저자 유광수 교수가 우리 고전 중에서도 대표라 할 만한 작품인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을 새롭게 비틀어 해석한 반전과 전복의 고전교양서이다. 저자는 유쾌하고 혁명적인 우리 고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독자들이 지금-여기의 삶을 반추하면서 인간다움의 속성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했다. 

흥부와 놀부로 대표되는 선악의 이항대립부터, 춘향의 자기 결정권을 위한 투쟁과 혁명성, 만들어진 영웅 홍길동이 지니는 욕망 실현의 패러독스, 성진과 양소유의 꿈을 통한 진실게임까지 고전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네 가지 굵직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고전문학을 현재 우리 삶의 모습과 비추어 이야기해주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전에는 무조건 교훈이 있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흥부전』은 우애 이야기가 아니고, 『춘향전』은 열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놀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우리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행하여 난감해할 수도 있으며, 『구운몽』이 일장춘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우리가 하나의 고전 작품을 읽을 때 단순히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작품이 쓰인 시대의 맥락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과 반추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전은 경전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 없이 읽고 즐기면서 우리 삶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네 가지 고전 작품을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인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롭게 설명한다. 1장에서 저자는 『흥부전』은 욕심에 대한 이야기이며, 흥부도 사실 놀부 못지않은 욕심쟁이였다고 지적한다. 과도하게 부를 좇고 남을 해코지하는 놀부의 욕심만이 아니라, 과도해서 자신을 해치고 급기야 주변까지 망쳐놓는 흥부의 욕심도 문제라고 해석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장에서는 『춘향전』의 열녀 이데올로기를 다룬다. 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것은 이몽룡과 상관없이 ‘자신’을 위한 것이며 이는 일종의 ‘나의 몸은 나의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선언으로, 당대 관념과 싸우고 사회와 투쟁해 나가는 열망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한다.

 

3장은 『홍길동전』이 과연 최초의 한글 소설이 맞는가에 대한 담론과 홍길동의 율도국 정벌에 대한 의문점에 주목한다. 전반부의 의로웠던 홍길동은 왜 후반부에 태평성대를 누리던 율도국을 정벌한 것인가? 저자는 서자(庶子)로 차별받던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조선 사회에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욕망, 즉 자기 존재에 대한 증명이 전반부와 후반부의 불일치성을 만들어 냈다고 강조한다.

4장에서는 불제자(佛弟子)였던 성진이 속세에 대한 욕망을 품고 양소유로 다시 태어나 부귀공명을 이루는 꿈을 꾼다는 내용인 『구운몽』을 통해 ‘진짜’와 ‘가짜’라는 구분된 생각을 깨뜨려야 한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세상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까지 헛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공(空) 사상에 대해 통찰해본다.

이 책은 시대적 요청이라는 명목하에 고리타분한 해석과 교훈으로 박제된 우리 고전을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해 우리 가슴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인도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이라는 먼지를 털어내고 주체적으로 인식을 전환해보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고전을 고전답게 향유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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