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에 대한 기회와 위험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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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에 대한 기회와 위험을 말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4.1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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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엑스 마키나: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지음 |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440쪽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철학적 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현재 및 미래의 기회와 위험을 짚어보는 책이다. ‘호모 엑스 마키나(Homo ex Machina)’는 ‘기계가 된 인간’이란 뜻으로 나노 기술, 유전공학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으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은 물론이고 정신적 능력까지 향상된 상태를 뜻한다. 이는 곧 새로운 ‘진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 인류의 ‘종말’을 뜻할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일까?

독일의 세계적인 항노화 전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와 세계적인 트랜스휴머니즘 철학가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는 니체의 ‘초인’ 개념에서 미래의 인류를 그려내며, 현재 우리가 와 있는 시점과 앞으로 우리 앞에 닥칠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꿈이다. 하지만 이젠 오래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의 시신을 냉동 보관하고 200~300년 후에 다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2억이라면 과연 할 만할까? 실제로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시신을 냉동 보존하는 서비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 알코어사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전신을 냉동 보존할 경우 20만 달러가 든다. 20만 달러가 너무 비싸다면 신경, 즉 머리만 보존할 수도 있다. 6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머리만 보존해서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먼 미래에는 머리를 다른 신체와 이식하는 게 정말 가능해질까? 가능하다고 쳐도 나의 두뇌 신경이 제대로 깨어나기는 할까? 최근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한 것은 단순히 우리가 더 편한 삶을 영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기억이나 정보를 다른 기기와 사람에게 융합하는, 즉 마인드 업로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의 기억과 정보를 어딘가에 저장해 두고, 내가 얼어 있는 동안의 새로운 정보를 깨어난 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면 영원히 사는 일도 꿈은 아닐 것이다.

죽고 부활하거나 영원히 사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유전자 편집이나 변형은 어떨까? 2018년 중국에서는 크리스퍼 캐스(CRISPR/Cas) 기술을 이용해 HIV, 즉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CRISPR/Cas는 실제 개발된 유전자 편집 프로그램으로, 이를 발견해 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는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물론 중국의 사례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있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우드나도 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성급한 일이었지만, 현재 우리가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시점에 와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최소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면 인간에게 유해한 말라리아의 퇴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유전자 진단은 실제로 지난 20년간 일상처럼 이루어졌다. 산전 진단을 생각해 보자. 임신 중 태아 검사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유전자 질환이 발견된다면 태아를 포기하는 일도 낯설지 않은 광경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이제 다운증후군으로 불리는 21번 삼염색체성 이상 아이가 태어나는 일은 드문 일이 되었다. 이미 우리는 유전자 진단만으로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더 발전하고 의학적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점점 더 쌓인다면, 과연 부모로서 아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마다할 수 있을까? 뇌의 어느 부분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수학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부모로서 모른 척할 수 있을까?

혈관 속을 휘젓고 다니는 나노봇, 유전자 편집 및 변형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 그동안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일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머리만 남아 있는 나를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기계 문명의 혜택을 입을 만한 재산과 건강한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되면 현재의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보다 진화한 인종으로 여겨지게 될까?

최근 오래전에 해체된 너바나의 신곡이 발표됐다. 딥페이크 알고리즘을 통해 사망한 리더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를 합성 생성해 낸 것이다. 그런데 이걸 과연 너바나의 신곡으로 봐야 하는 걸까? 분명 목소리는 커트 코베인인데, 그러면 가창료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크게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부터 작게는 소유권과 재산권까지 현재 기술 발달을 둘러싸고 수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사고와 사회를 지배해 왔던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저자인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교수와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교수는 모두 니체 철학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혁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과학적 사고가 진보를 실현한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두 저자는 현재 우리를 둘러싼 기술 발달과 이로 인해 대두될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본다. 두 저자는 트랜스휴머니스트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개별적인 사안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는 각기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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