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어떻게 중국 역사와 문화, 사상에 영향을 미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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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어떻게 중국 역사와 문화, 사상에 영향을 미쳤는가
  • 이성란 동서대·중국어학
  • 승인 2024.04.0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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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한자와 중국고대사』 (이성란·이선희 지음, 역락, 304쪽, 2024.02)

 

중국 대륙과 붙어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우리 민족은 유사 이래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현재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고려나 조선시대처럼 기본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전쟁과 대립 관계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평화적인 관계가 유지될 때에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시켜서 우리의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중국의 선진 문물이 우리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한 부분은 당연히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자의 영향은 지대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단 우리의 언어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의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공산 중국은 우리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1993년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국은 다시 중요한 위치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제1 교역 대상국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중국은 우리의 삶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대중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부분 이외에도 많은 부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공정’과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을 발동해서 한국 관광과 대중문화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한중 관계는 계속 악화되었고, 국내의 반중 정서 역시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10대, 20대의 반중 정서가 90%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의 한중 관계는 극히 위축된 상황이고, 경제 부문에서도 ‘탈중국’이 늘어나면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시야를 좀 더 넓게 본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중국과 붙어 있는 한 미래의 통일한국 시대에서도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반중 감정이 확산되면서 아예 중국에 대한 관심까지 멀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지금의 반중 정서와는 별개로 이미 G2의 한 축이 된 중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하고 잘 알아야 ‘극중’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말에서 50%가 넘는 단어가 한자에서 비롯될 정도로 한자는 우리말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자 학습의 어려움 때문에 점점 한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만, 중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한자에 대한 이해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자에 좀 더 재미있게 다가가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중국의 전통문화와 역사에서 10개의 테마를 선정해서 서술했습니다. 각각의 테마를 통하여 한자의 유래와 의미를 학습하면서 관련된 중국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1장과 2장에서는 중국, 중화, 중원의 의미 분석을 통해 중화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음양오행설의 해석을 통해서 중국 역대 왕조 이름의 의미와 중국인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였습니다. 이어서 3장에서는 각 왕조의 수도였던 지명을 살펴 보면서 고대 중국인의 세계관과 지리관에 대해서 서술하였습니다.

4장 중국의 신화에서는 중국의 신화 형성 과정을 통해서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문화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5장부터 9장까지는 중국인의 세계관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외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파트입니다. 5장에서는 중국 최초의 왕조인 은왕조의 갑골문에 보이는 은왕조 주변의 방국, 종족 명칭을 살펴보고, 한국고대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자조선과 고죽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어떠한지 서술하였습니다.

6장은 주왕조에서 실시한 ‘종법분봉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법의 의미와 이를 바탕으로 실시한 분봉제의 내용을 살펴보고, 공, 후, 백, 자, 남의 다섯 등급의 제후 명칭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7장에서 9장까지는 중국인의 세계관과 대외 관념, 그리고 중원에 진출한 북방민족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7장에서는 한왕조 이후 확대된 중국인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서역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국가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8장에서는 ‘사방사이설’의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서 중국인의 중국과 주변 지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서 현재까지 이어지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9장은 5호16국시대(또는 위진남북조시대)에 중원에 진출했던 북방 민족들인 5호에 대해 서술하고, 아울러 5호16국 시대의 간략한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한족 이외의 주변 민족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한중 간의 쟁점 사항인 한국 고대사 왜곡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어떠한지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10장에서는 우리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중국의 성씨 제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분리되어 있던 ‘성’과 ‘씨’가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합쳐지면서 오늘날의 ‘성씨’의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이해하고, 한자의 분석을 통해서 중국의 주요 성씨 중 상위의 세 성씨인 왕씨, 유씨, 이씨의 기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상 10개의 테마를 주제로 해서 중국 역사와 결부시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중국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였습니다. 2,500년 전의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중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일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성란 동서대·중국어학

동서대학교 중국어학과 초빙교원.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宋元明淸時期‘把/將’字句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한어사 연구이며, 최근에는 고대중국어의 어원 연구와 북방계 언어와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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