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마주한 노동과 차별과 배제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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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마주한 노동과 차별과 배제의 정치경제학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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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문제: 19세기 골드러시, 이주와 노동과 배제 | 메이 나이 지음 | 안효상 옮김 | 책과함께 | 672쪽

 

골드러시 시기, 황금과 기회를 찾아 최초로 대양을 건너 서양을 경험한 중국인들. ‘두 개의 금산(金山)’인 주진산(舊金山) 캘리포니아와 신진산(新金山) 빅토리아 멜버른, 그리고 남아프리카 트란스발 등지로 간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중국인 이주자들의 경험과 수용이 중국인으로서 이들의 개인적 정체성에, 국가로서 중국의 국가정체성에, 선택의 낯선 땅 혹은 열린사회로서 서양에서 중국인들이 전 지구적인 인종주의적 위협으로 인식된 것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탐구한다.

앵글로-아메리카 세계로 이주한 중국인 이민자들은 청 말 역사에서 주변적 행위자가 아니었다. 골드러시에 뛰어든 사람들은 자발적 의지로 서양을 직접 경험한 최초의 중국인들이었다. 북아메리카 및 오스트랄라시아의 골드러시와 남아프리카의 금 산업 부흥에 참여한 이들은 장거리 이주 및 전 지구적 교역이라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 필수적 요소였다.

이 책은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꿈, 노동, 공동체뿐 아니라 자기가 자기 머리에 성유를 부은 자칭 ‘백인들의 나라들’에서 중국인 이주자들이 겪은 고통과 절망, 숙명적 주변부화와 배제에 관한 이야기다. 금광열과 인종주의 정치가 미국과 영국제국에서 개척지들의 폐쇄를 의미하고, 영국과 미국이 금융권력에서 지배적 세력을 형성하고 중국이 세계의 ‘국가들의 가족’에 포함되었으나 불평등하고 주변적 행위자였던 시기를 다룬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에 대한 배제가 당시 막 등장하던 전 지구적 자본주의 경제에서 외재적인 것이 아니라 그 구성 부분이었음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금’ 관련 사례를 통해 밝힌다.

금을 찾아 앵글로-아메리카 세계의 제국 또는 그 식민지들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그곳 금광지들에서 대규모로 그리고 그 이전의 경우(1830년대에서 1870년대 사이에 카리브해 노예제 플랜테이션식민지들로의 이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평등한 조건 즉 ‘독립적’ 탐광자(探鑛者)이자 ‘자발적’ 이민자로서 현지 정착민들인 유럽-미국인들(Euro-Americans, 백인)과 만났다.

앵글로-아메리카 제국의 땅들, 곧 미국과 영국령 정착민식민지들(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은 국가 정치의 궤적에 맞추어 중국인들을 이민과 시민권에서 배제하는 입법으로 ‘중국인 문제’에 답했다. 각각의 경우에 ‘중국인 문제’는 백인 정착민 정체성과 근대 국민국가, 원주민 몰아내기와 인종주의적 분리가 생겨나는 데서 중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법들은 당시 막 등장하던 국가정체성에 영향을 끼쳤거니와 확장하는 세계를 상상하고, 조직하고, 통치하는 새로운 방식의 출발을 알렸다.

유럽-미국인들에게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서양 사회에 결코 동화될 수 없는 노예 종족으로 중국인 이민 노동자들은 부자유하다는 지속적인 신화(‘쿨리 신화’)를 유포하며 그들은 결코 문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현지 백인 정착민들은 중국인들의 노동력은 이용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자신들과 동등한 법적 권리의 시민으로서의 자격은 부여할 수 없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주 중국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백인들의 경제적 억압과 부당한 법적 배제 및 차별에 대항해 작업 거부, 임금 투쟁, 파업, 회관(會館, 후이관, 동향 결사) 같은 이주 공동체 결성, 거리 시위, 청원, 미국산 상품 보이콧 등으로 맞섰다. 책은 그간의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인 이민자들의 다채로운 프로필을 통해 1850년대 골드러시 시기부터의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에서 초국가적 중국인 노동 및 이주와, 그 속에서 발생한 인종주의와, 이에 대한 이주 중국인들의 저항의 역사를 서술한다.

중국인 배제의 역사는 19세기 중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것은 열강과의 불평등조약들과 함께 중국이 전 지구적 무대에서 겪은 수치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이 책은 서양의 중국인 공동체들이 어떻게 19세기 세계에서 인종과 돈의 강력한 연금술(유색인 노동력과 자본주의, 식민주의와 금융권력) 속에서 탄생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국인 이민자들은 주변화, 폭력, 차별, 배제로 고통받았으나 이들은 또한 그것들에 적응하고 그것들을 인내했다. 중국인 이민자들은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귀화국에서, 그리고 중국의 일부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주장하려 투쟁했다. 책은 서양의 중국인 디아스포라가 금과 당시 막 탄생하던 새로운 세계, 즉 인종과 화폐의 힘에 의해 새롭게 상상되고 조직되고 통치된 세계가 짠 환상적이면서도 잔인한 그물망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다룬다.

‘중국인 문제’는 21세기에 부활해서 다른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돌아온 황화라는 유령’ 또는 시노포비아(Sinophobia, 중국공포증)는 미국(과 세계)을 향한 (근거 없이 주장된) ‘중국의 위협’이라는 묘사에 스며들어 있다.

오늘날의 ‘중국(인) 문제’는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시기의 인종주의적 스테레오타입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것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침입에 대한 두려움과 나아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패권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 우려에는 서양과는 다른 가치와 체제의 중국이 부상해 패권국가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념 혹은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 문제’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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