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체계 철학에서 출발점이자 종결점인 논리의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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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체계 철학에서 출발점이자 종결점인 논리의 학”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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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치클로페디: 제1부 논리의 학 | G. W. F. 헤겔 지음 | 이신철 옮김 | b(도서출판비) | 540쪽

 

헤겔의 하이델베르크 시기의 주저인 『엔치클로페디』는 제1부 『논리의 학』, 제2부 『자연철학』, 제3부 『정신철학』의 세 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엔치클로페디』는 원래 ‘강의용 편람’이었지만, 헤겔의 철학 체계 전체를 담고 있는 유일한 저작인 까닭에 ‘헤겔학파의 성전’이라는 위치가 부여되었다. 역자는 그 가운데 우선 제1부 『논리의 학』을 번역하여 『엔치클로페디: 제1부 논리의 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반적으로 피히테와 셸링 그리고 헤겔로 이어지는 독일관념론의 역사는 칸트의 초월론 철학적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하여 칸트의 이성 ‘비판’을 ‘체계’로 실현하고자 하는 철학의 체계 구상들로 이루어진다. 헤겔에게서 체계적 관점은 ‘참된 것은 전체다’나 ‘체계 없는 철학함은 학문적일 수 없다’라는 언명들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실현된 것이 바로 『엔치클로페디』의 철학 체계이다. 

헤겔은 분명 자연과 정신에서 현현하는 것이야말로 참되고 절대적인 것의 본질에 속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절대적인 것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자연과 정신의 현실적인 것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겔의 확신에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이 체계의 첫 번째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정신은 자연으로부터 전개되며, 따라서 자연이 정신에 선행한다. 그러나 자연 자신은 자기를 근거 짓는 이념적 구조를 전제할 필요가 있으며, 논리학은 바로 그 이념적 구조를 내용으로 삼는다. 이처럼 논리와 자연 그리고 정신의 자기 완결적인 삼분법 구조야말로 『엔치클로페디』의 철학 체계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금 『엔치클로페디: 제1부 논리의 학』인 것일까? 또는 ‘엔치클로페디’란 무엇이고, ‘논리의 학’이란 무엇인가? 체계의 출발점과 종결점에 ‘논리의 학’을 놓고 있는 『엔치클로페디』 체계는 자기의 관점에 대한 근거 짓기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왜? 모든 철학에서는 논증이 이루어져야만 하지만, 모든 논증은 필연적으로 그것 없이는 논증이 논증일 수 없는 그러한 전제들을 포함하고, 따라서 철학은 논증 가능성, 즉 논리학을 전제할 수밖에 없으며, 논리학을 자기의 원리로 삼는 철학들도 언제나 이미 논리학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논리학은 자기 근거 짓기를 통해 자연과 정신의 더는 그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정언적으로 타당한 원리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논리의 학’이 헤겔의 철학 체계에서 차지하는 체계적 위상이자 다시 한번 달라붙어 사유의 고투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이다.

 

오직 학문의 전체만이 이념의 서술인 까닭에 철학에 대해 잠정적인 일반적 표상이 주어질 수 없듯이, 또한 학문의 구분도 오직 이 이념으로부터만 비로소 개념 파악될 수 있다. 학문의 구분은 이 구분이 그로부터 취해져야 하는 이 이념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선취된 것이다. 그러나 이념은 자기를 단적으로 자기와 동일적인 사유로서 입증함과 동시에 이 사유를 대자적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자기에게 맞세우고 이러한 다른 것[타자] 안에서 오직 자기 자신 곁에만 존재하는 활동성으로서 입증한다. 그래서 학문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Ⅰ. 논리학, 즉 자체적이고도 대자적인 이념의 학문,
Ⅱ. 자기의 타자존재에서의 이념의 학문으로서 자연철학,
Ⅲ. 자기의 타자존재로부터 자기 안으로 되돌아오는 이념으로서 정신의 철학. -(‘서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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