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
상태바
철학은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4.06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어떤 죽음 3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철학자편 | 김영욱, 이재훈, 조태구, 최우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160쪽

 

이 책은 역사상 저명한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통해 죽음 이해를 시도한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루소, 칸트, 하이데거, 레비나스는 각각 고대 철학, 근대 철학, 계몽주의 철학, 독일 관념론, 존재론, 타자 중심 실천 윤리 철학을 대표한다. 이들 철학자의 형이상학적인 죽음 철학이 아니라 철학자 자신의 죽음에 관한 태도, 또는 그의 죽음의 과정 자체를 두고, 죽음의 철학적 의미를 짚어본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2022년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매일 700명 정도가 태어나고, 1,000명 정도가 사망한다. 연간으로는 25만 명이 태어나고, 37만 3천 명이 사망한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순 인구 감소국가가 되었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이 말은 사망하는 사람보다 태어나는 사람이 더 적다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출생률을 높이는 데 몇 년 사이에 300조 원을 썼음에도 효과는 없고 속수무책, ‘국가 소멸’의 길로 급전직하 중인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이른바 인구고령화, 달리 말하면 수명이 연장된 덕분으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일은 늘어나는 수명만큼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법인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장례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 이해, 죽음 준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죽음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은 곧 삶의 의미를 살피는 일이 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은근히 감춰지는 사건이 되어 왔다. 예전의 공동묘지를 대체하는 오늘의 화장장이나 납골당은 기피시설로 취급되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애를 먹인다. 누구나 죽어갈 것이고, ‘이용자’가 될 것은 필연적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작 스스로는 죽은 이후에도 외롭게 방치되거나 잊히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자신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을 무시하고 외면하며, 죽은 이들의 죽음을 생각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명, 길어지는 ‘노년의 삶’을 인생 제2막, 3막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 그것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만큼, 죽음을 삶의 가까이에서 살피고, 그것에 대한 준비를 잘해 가는 것 또한 우리 삶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이킬 필요가 있다.

종교가 그렇듯이 철학은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세계와 나(개인)의 기원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도 죽음을 이해하려는 욕구와 닿아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작(탄생, 기원)과 끝(죽음, 회귀 또는 종결)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철학과 종교는 동일한 출발점에서 갈라진 쌍생아라고 할 수도 있다. 철학은 인간이 죽음에 대하여 가져야 할 태도, 죽음이 인생(삶)에 주는 가치와 관련한 많은 사색의 결실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그러한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지혜를 남긴 철학자들 자신은 어떠한 죽음에의 행보를 보였으며, 그것에 대해서는 또 어떤 통찰을 남겼을까?

각각의 철학자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이들의 관점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현대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 레비나스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사색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얻게 된다.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이다. 이 책은 우리가 죽음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철학자와 죽음의 관계를 고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것은 필자가 다양한 까닭이기도 하고, 이 책이 ‘죽음’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철학자의 태도와 관점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철학적인 태도와는 관계없이, 철학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죽음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생각(철학)하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철학자로서의 삶은, 그들의 죽음에서 다양한 철학적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물론 그들(철학자들, 죽은 자들)의 몫이 아니라, 그것을 사유하는 지금-여기의 철학자(인문학자)들의 몫이기는 하다.

죽음은 개인의 차원에서나 사회(국가)의 차원에서나 중대한 문제이다. 죽음당하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여 올곧이 맞이하는 길도, 결국은 죽음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다양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죽음을 아는 만큼 삶의 의미가 보인다는 점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할 문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