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와 정치적 기본권 최대보장 원칙의 조화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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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와 정치적 기본권 최대보장 원칙의 조화 꾀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4.06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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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과 제한 방식…현대 국민주권주의에 걸맞는 법적 규제방식의 모색 필요

 

현행 「공직선거법」,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등에서는 공무원에 대해서 정당가입과 후원회 가입도 금지하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 업무의 특성상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국민들의 정부 선택권 왜곡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권에 대한 규제가 공무수행이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하고 부정한 정치관여행위를 제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무원의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에 대한 본질적 내용에 대한 훼손이 될 수 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2011년 국제사회 특히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2015년과 2016년 ILO 기준 적용위원회 등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활동이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것을 권고한 사례가 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한 권고도 있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권과 선거중립의무」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저자: 김선화 법제사법팀장)를 3월 28일(목) 발간했다. 보고서는 시민인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선거와 정치영역의 공정성도 확보하는 헌법정책적 방안에 대해서 살펴봤다.

보고서에 의하면, 법률에서 주권자 시민을 성숙하고 자율적인 주체로 보기보다 국가가 계도할 타율적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현대 국민주권주의와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고서는 정치적 기본권의 최대보장원칙과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의 조화를 꾀하고, 보다 선진적인 시민의 자유와 성숙한 정치문화의 자리매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법률내용

▶ 선거중립의무 주체인 공무원의 범위

선거중립의무를 지는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 정치적 공무원도 포함한다. 다만, 여기에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 헌법상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일체 금지하거나 통제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무원을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규정이기도 하다. ‘직무수행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 및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한도에서는 헌법과 법률상 자유로운 영역이라는 의미이다.


헌법재판소는 직업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의 필요성에 관하여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하고(국민 전체의 봉사자설), 행정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방지함으로써 행정의 전문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고 정책적 계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며(정치와 행정의 분리설), 정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신분적 안정을 기하고 엽관제로 인한 부패ㆍ비능률 등의 폐해를 방지하며(공무원의 이익보호설),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대립의 중재자ㆍ조정자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공적 중재자설)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선거중립을 위해 금지되는 행위

ㅇ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및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서는 공무원이 정당의 조직, 특정 정당 및 후보자의 지지 및 반대 등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를 정치적 행위로 정의하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일련의 시위운동의 기획, 참여,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및 의견표명 등의 정치적 의사 표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은 개인적인 표현은 물론 집단적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제한된다. 

ㅇ 정당가입 및 정치자금기부 제한
• 「정당법」은 정당의 당원자격에서 공무원을 배제하며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도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 「정치자금법」은 일정한 방법에 의한 경우 외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며, 공무원은 후원회 회원이 되지 못한다고 정한다.


■ 해외입법례

ㅇ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은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제한하지 않는다. 정치자금기부의 경우, 위에 열거된 국가 중에서 일본만 정치자금기부가 금지되고 그 외의 국가는 정치자금기부를 제한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여 공무원의 정치중립이 문제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또한 이러한 자유를 금지하려고 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ㅇ 독일이나 미국의 입법례를 보아도 공무원의 정당가입이나 정당활동, 정치적 표현이 상당히 자유롭지만, 국가권력에 의하여 선거가 왜곡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볼 수 있다. 


■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과 제한 방식

ㅇ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기본권의 주체이다. 다만 공직수행의 영역에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은 헌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ㅇ 정치적 표현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간이 되는 자유권으로서 공무원에게도 이를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당은 모든 민주국가에서 정치적 활동의 기본단위가 되는 사적 결사체이므로, 정당가입 및 활동의 자유에 대해서도, 과도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 불리는 국가 중에 모든 공무원의 정당가입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ㅇ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권에 대한 제한은 공직수행과 직접 관련되어 문제가 되는 행위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ㅇ 기본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하되, 제한되고 금지되는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ㅇ 또한, 금지되는 행위를 정할 때 이를 시행령 등에 포괄적으로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상 포괄위임원칙에 반하며 특히나 형사처벌을 예정한 경우라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 자율적 시민과 성숙한 정치문화

ㅇ 공무원을 포함해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엄정하게 살펴서, 분야별로 상황별로 성실하고도 정교하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ㅇ 누구든지 제한 또는 금지사항과 허용사항을 법률문언만으로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ㅇ 과도한 법적 규제는 주권자 시민을 성숙하고 자율적인 주체로 보기보다는 국가가 계도하고 지도해야 할 타율적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는 현대 국민주권주의와 부합하지 않는다.

ㅇ 보다 선진적인 시민의 자유와 성숙한 정치문화의 자리매김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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