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2국가론, 체제·통일경쟁 패배 의미…공세적 평화통일 정책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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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2국가론, 체제·통일경쟁 패배 의미…공세적 평화통일 정책 추진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4.0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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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연구원 개원 33주년 기념 학술회의
- “북한의 두 국가론, 민족분리론은 자살적 선택”

 

통일연구원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룸에서 개원33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진하·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남궁영 한국외대 명예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br>
통일연구원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룸에서 개원33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진하·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남궁영 한국외대 명예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남북관계를 서로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을 향해 남한은 공세적 평화통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화통일과 동족개념을 폐기한 것은 ‘자살적 선택’이며 결정적 패착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 타워 컨퍼런스룸에서 '북한의 두 국가론과 민족 분리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원 33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이날 학술회의에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남북 2국가론' 제시는 남북 체제경쟁 및 통일경쟁 패배를 의미”하며 내부 혼란을 가져올 사실상 "김정은의 자살적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 체제가 핵과 권력기반을 다진 1기, 핵기반 협상전략을 편 2기를 거쳐왔다고 보고 현재는 핵기반 협상 전략하에 부분수정을 가하는 2.5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2국가론의 원인에 대해 “체제경쟁에 실패한 게 장기요인, 중기요인은 비핵화 협상 실패, 단기요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이라고 했다. 

이어 “2국가론의 핵심은 첫째로 남북관계를 전쟁관계로 전환, 두 번째 통일·민족 개념 폐기, 셋째는 주적이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고려연방제통일방안 같은 북한식 평화통일 방안은 폐기하고 무력통일방안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했다는 점도 2국가론의 위험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이런 조치는 남북의 통일담론 경쟁에서 북한이 수세적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여러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인데 문제는 조용히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선중앙TV나 조선중앙통신에 보도가 없다”고 했다. 이어 “김일성·김정일 유훈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상황을 정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내부 동요나 심지어 반발 가능성까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결국 북한의 2국가론은 남북 간 통일 패러다임 경쟁에서 남측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주체혁명,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백두혈통 등 (개념의 기반이) 모든 게 민족과 통일이 핵심”이라며 “북한은 제2건국 수준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하긴 한데 상당한 후폭풍과 후유증, 여진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또 “2국가로 영구분단 길에 간다는 것도, 5000년 지속된 민족성을 인위적으로 거부한다는 것도 우리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면서 “한반도에서 이제 유일하게 남은 평화적 통일방안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됐고, 한민족의 정통성을 잇는 쪽도 우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공세적 평화통일을 추진할수록 북한은 수세에 몰리고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평화통일을 지향해, 김정은 정권의 반역사적인 반통일·반민족 인식을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적정 수준의 자주국방과 동맹안보가 결합된 능동적 자주국방, 그리고 북한 내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중장기적 노력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 정권을 통일로 견인하기 위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의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인권 개선, 고통 경감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군축협상 원천 봉쇄를 위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한편, 우리의 잠재적 핵 능력 확보를 꼽았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가능성이 있고,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북한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어 지금 우리가 외롭게 된 상황”이라며 “결국 적정한 자주국방과 동맹을 결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자체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 잠재적 핵무장을 갖춰야 한다”며 “현재 국제질서와 NPT체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론이 거의 뉴노멀이 될 거라고 본다”며 “북핵을 인정하는 장기적인 협상이 될 것이고 북한이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논의 재개를 원천 봉쇄하되,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해 놓아야 한다”며 “협상에서 핵군축론이나 중간단계를 설정할 때 우리가 뭘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견인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북한 당국은 통일을 거부했지만 북한 주민은 통일의 대상이고 미래 한반도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며 “탈북민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모집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무한책임론을 우리 정부가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일 통일연구원 개원 33주년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연구원<br>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일 통일연구원 개원 33주년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연구원

조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추진하는 새통일 구상에 대해서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골격을 유지하되 공세적으로 해석하는 '신 3단계 추진 전략'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일부에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을 더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김영삼 대통령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할 때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승리라고 선언했고 이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으며,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할 때부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서 통일방안을 수립했다”며 “30년 동안 아무도 이 방안에 손을 안 된 이유가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승리가 확인됐는데 이걸 만약 손을 대게 되면 우리 정부의 헌장에서 일반적 선언으로 격하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통일방안을 유지하되 추진전략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며 “추진전략은 모든 정부의 권리”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응해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의 3단계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골격을 유지하되, 단계별로 목표를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김정은 정권이 평화통일을 포기하고 남북을 교전국 관계로 선언한 만큼 화해·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1단계 화해·협력기에서는 '북한 체제의 정상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2단계 남북연합기에서는 상이한 체제를 기반으로 사회·문화·경제 공동체 형성이 쉽지 않으니, 이질적 체제의 병존이 아니라 남북간 정치체제가 유사한 '민주주의 남북연합'으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자유민주주의 1국가'를 목표로 통일국가의 최종적인 형태를 남북한 주민이 자유선거로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한반도 1민족 1국가 체제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은 1일 한국경제인협회 KF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개원 33주년 기념 국내학술회의 : 북한의 두 국가론과 민족 분리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개최했다<br>
통일연구원은 1일 한국경제인협회 KF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개원 33주년 기념 국내학술회의 : 북한의 두 국가론과 민족 분리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개최했다

□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이 핵 무력 대업 완성, 통일 대업 속도전, 영토 완정, 그리고 올해 '대남관계의 근본적 방향 선언'을 통해 남한을 제1의 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김정은 체제의 세습 유지 = 공산주의 사회 건설 = 핵 무력 대업 완성 = 영토 완정(무력에 의한 북한식 통일)'이라는 공식을 제기하면서 "대남·통일 정책과 관련해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무력 발전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는 '예정된' 수순의 대남전략의 변화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북한이 대남 정책을 이행하려면 북한 체제의 내구력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남북을 '두 국가'로 보는 것은 북한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라고 봤다. 

이 센터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 추이를 분석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해부터 100회 미만으로 공개활동이 대폭 줄어들었는데 정치 분야 활동은 2019년 이후 급증한 반면 경제 분야 활동은 급감하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3년부터 다시 공개활동 횟수가 100회를 넘어서며 그중 56%가 군사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중·러와의 밀착관계 강화가 외교와 경제 분야의 공개활동 횟수 증대로 이어지고 있으나 이는 러시아의 무기 제공을 위한 군수공장 가동과 2024년 김정은의 지방발전 20×10 계획에 따른 것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지방발전 20×10 계획의 비현실성으로 체제 내구력 약화는 오히려 증대되고 그에 따른 정치 분야의 공개활동 숫자도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2국가론'이 통일을 앞당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의견이 갈렸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2국가론은 어디까지나 내부적인 문제"라며 "그보다 북한의 전체적인 국가 운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통일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정은의 대남정책 전환으로 남북관계에서 민족·평화·통일 담론은 우리 것이 됐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국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1994년 채택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혼란스럽거나 애매모호한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통일을 추진할 때 견지해야 하는 원칙인 자주·평화·민주에서 '자주'를 빼고 '자유'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주의 원칙은 본디 통일이 남북 당사자 간 상호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자주라는 용어의 개념을 바꿔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북한 중심으로 의미가 변질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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