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사회 문화를 증언하는 예술 우키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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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사회 문화를 증언하는 예술 우키요에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3.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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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창, 우키요에 | 판리 지음 | 홍승직 옮김 | 아트북스 | 504쪽  

 

일본 민속 문화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우키요에는 에도시대(1603~1868) 민간에서 유행한 목판화로, 민간 화가의 손과 붓에서 나온 대중 예술이다. 유창한 선과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당시 사회 각계각층의 온갖 생활상과 유행을 생생히 표현한 이 독특한 미술 양식은 에도시대 인물과 사회 풍속을 살펴보는 데 귀중한 자료이자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창이 되어준다. 이처럼 일본의 민족적 성격과 심미적 사유가 반영된 우키요에의 250년 역사를 중국의 일본 미술사학자가 오랜 연구 끝에 엮은 책이다.

저자는 중국 미술 및 서양미술과 구별되는 일본 특유의 미술 장르, 우키요에를 거시적 구성 위에 펼쳐놓고, 독특한 심미 취향, 작품 해석, 조형 기법 등 미시적 접근을 통해 에도 문화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또한 우키요에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7대 유파의 전후 관계와 기타가와 우마타로, 가쓰시카 호쿠사이, 우타가와 히로시게 등 우키요에 거장 31명의 생과 작품을 200여 점의 풍부한 작품 이미지와 함께 소개함으로써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아름다운 명기, 목욕하는 여인, 가부키 배우, 낭인, 무사, 춘화의 매혹, 민속 풍경, 꽃과 새, 벌레와 물고기 등 에도시대 인물과 사회 풍속을 화폭에 담아낸 우키요에는 당시 일본 사회 각계각층의 생활 형태와 유행 풍조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시각자료이자 일본 미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우키요에(浮世絵)를 한자 그대로 풀어 읽으면 ‘들뜨고 허허로운 세상의 회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세속의 삶을 주요 표현 대상으로 삼아 탈속의 경지를 표현하는가 하면, 반대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즐거움을 만끽하고 인생은 스쳐가는 연기나 구름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우키요에 화가가 당시의 유행과 풍조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끊임없이 표현 기법을 바꾸었다. 이러한 우키요에는 육필화(肉筆畵)와 목판화 두 가지 유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7세기 이후 목판화를 일컫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책에서도 목판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총 아홉 개의 장 가운데 서장 「일본 미술의 연원」에서는 야마토에(大和絵)라 불리는 일본 회화의 초기 단계와 변천사, 그리고 목판화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역사를 개괄한다.

 

1장 「‘우키요’의 그림」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우키요에의 역사를 다룬다. 다만 우키요에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에도 도시 문화를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기에 저자는 1장에서 우키요에의 시대 배경을 자세히 서술한다. 그중 우키요에 발전을 주도했던 에도 출판업의 융성과 에도 문화의 후방 기지라 할 수 있는 요시와라의 탄생과 맞물린 우키요에 발전사는 에도 특색이 깃든 문화사를 대변한다.

이후 우키요에 창시자인 히시카와 모로노부의 생과 작품 활동을 시작으로, 2장부터 5장까지는 「미인화」 「춘화」 「가부키화」 「풍경화조화」 등 각각의 장르가 지닌 특징과 대표 화가 및 작품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풍경화조화」 부분에서는 서양미술과 중국 미술이 우키요에에 끼친 영향을 살피면서 동서양 문화 교류의 현장을 짚어보는 한편으로, 6장과 7장에서는 일본 미술이 바다를 건너 유럽과 미국, 그중에서도 반 고흐, 모네, 툴루즈로트레크와 같은 19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한 인상파 화가들이 우키요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를 통해 서양미술 전반에 나타나는 ‘자포니즘’ 열풍 등을 살피면서 우키요에의 예술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또한 책에는 우키요에 번성을 이끈 출판상이자 일본의 ‘쓰타야 서점’을 아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름, 쓰타야 주자부로의 생애도 다루면서 미술과 출판의 결합이 이뤄낸 대중예술의 발전사를 흥미롭게 돌아보게 하고, 더불어 작품 속 등장인물, 하이쿠, 일본 신화 등 우키요에를 둘러싼 주변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한다.

마지막으로 본문에서 다루는 제작 기법과 용어 설명을 책의 말미에 덧붙였다. 이 책은 우키요에라는 에도시대 미술을 통해 일본의 민속 문화의 비밀을 해독하는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탐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지만 큰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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