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에 대한 사적(私的) 지출, OECD 평균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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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에 대한 사적(私的) 지출, OECD 평균의 2배”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3.3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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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통계 브리프] 직능연, ‘한국 고등교육투자의 특성: 주요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私的) 지출 비중이 60% 수준에 이르는 등 OECD 국가들의 평균(30%)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고등교육 이수증은 지위재 획득의 수단으로서 크레덴셜이 되고 개인은 크레덴셜을 갖고자 하며 교육기관이 크레덴셜을 생산하고 이를 개인들이 구매하는 크레덴셜리즘의 구조가 형성됐다. 크레덴셜리즘의 구조에서 고등교육이라는 공공재는 자본주의적 시장관계에 포섭되고 과잉 학력과 사교육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크레덴셜로서의 고등교육이 팽창했고, 이에 4년제 대학교육이라는 고등교육 이수의 크레덴셜 효과가 약해지면서 학벌 추구와 석박사 학위 추구가 사교육 문제와 함께 나타났다. 그 결과 산업에서 요구하는 필요 교육 수준 대비 산업 인력의 실제 학력 수준의 미스매치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2014년 약 90만 명의 석박사 인력이 과잉인 상태였고 학벌 추구에 따른 사교육비가 증대되고 있으며 사교육 참여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이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3월 27일(수) 계간지 『The HRD Review 27권 1호』 조사·통계 브리프 〈한국 고등교육투자의 특성: 주요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저자: 김안국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명예연구위원)를 통해 주요 국가들의 고등교육 투자에 대한 특징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브리프는 한국 사회에서 고등교육이 크레덴셜화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살피고 고등교육 이수가 공적 자원이 아닌 개인 가구의 선택 및 그 가용 자원에 의해서 이루어짐을 분석하며,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이 경제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 고착화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살펴봤다.

 

■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 과잉의 고등교육

ㅇ 1980년대 이후 고등교육이 팽창하는 가운데 4년제 대학의 학위는 크레덴셜 효과가 약해졌고 이에 학벌 혹은 석박사 학위를 크레덴셜로 추구하면서 사교육 문제와 학력 과잉의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ㅇ 고등교육기관 졸업생 전체 수는 2016년을 정점으로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석박사 졸업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석박사 졸업생의 증가는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가 학벌 추구에서 석박사 학력의 추구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ㅇ 우리나라 산업인력 중에서 석박사 학위 인력의 필요는 1%밖에 되지 않는데 실제로는 4.6%나 공급되어  과잉 학력의 문제가 심각하다.

▶ 사적 고등교육 지출의 높은 비중

ㅇ 한국 사회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80%는 사립의 고등교육기관에 다니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에서 5위를 차지하는 높은 비중이다. OECD 전체로 보면 사립의 고등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의 평균 비중은 25%를 조금 넘는데, 다수의 국가에서 그 비중은 25% 이하이다.

ㅇ 한국 사회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거의 6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내에서 6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의 비중은 OECD 국가 평균으로 30% 정도이며, EU 국가는 더 낮아 평균 20% 수준이다.

ㅇ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의 재원은 대부분 가구에서 나온 것으로, 가구가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비용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ㅇ 한편,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公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증가 폭은 매우 약한 편인 것으로 분석됐다.

ㅇ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이 늘었지만 그 대부분은 초・중등교육에서 나타난 것이고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은 5년 동안 3%p 이하에 그쳐 OECD나 EU 국가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반면, 특히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간판 국가인 영국과 미국은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의 증가가 10% 이상 이루어지고 있어 특징적이었다.

▶ 사적인 고등교육 투자와 경제적 불평등

ㅇ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은 단순한 교육 소비가 아니라 지위재 획득을 위한 것이기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투자이다. 고등교육에서 사적 지출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더 많고 상대적 빈곤율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ㅇ 경제적 불평등 척도인 지니계수와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투자 비중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소득 불평등이 월등하게 높은 칠레나 멕시코,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투자의 비중과 지니계수는 명확하게 정(+)의 관계를 나타냈다. 

ㅇ 특히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전형적인 국가인 미국, 영국, 일본, 한국, 호주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투자의 비중이 높으며 동시에 지니계수도 높아 소득 불평등이 심한 것은 이들 국가에서 고등교육이 소득 불평등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추론할 수 있게 한다. 

ㅇ 고등교육 사적 지출의 비중과 각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역시 정(+)의 관계를 보였다. 특히 자유시장경제체제의 국가인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영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유럽 국가들의 상대적 빈곤율보다 현저히 높은 것이 관찰됐다.

▶ 계층 고착화 기제로서의 고등교육

ㅇ 고등교육 이수가 사적・개인적 비용으로 이루어지고,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게 이루어져 있으면 결국 고등교육 이수는 계층 고착화의 기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등교육에 진입하기 위한 사교육이 활성화되면 가구의 부에 따른 고등교육 진입이 구조화되기 때문에 고등교육 이수가 계층 고착화의 기제가 되는 것을 강화한다.

ㅇ 한국 사회의 계층구조가 점점 고착화되어 가고 있음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자식의 교육 수준으로 계승되고, 교육 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큰 것이 계층 고착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라는 지위재의 세습은 고등교육 이수라는 기제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ㅇ 교육 대물림이란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등교육 이수가 크레덴셜화되었고, 크레덴셜을 사적 투자에 의해 취득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유시장경제체제에 속하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된다. 


□ 이번 분석을 수행한 김안국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고등교육의 보편성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공공재로서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의 비중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첫째, 공공재로서의 고등교육이라는 위상 정립이 필요하며, 둘째, 고등교육 기회에 대한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해야 하고, 셋째, 고등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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