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생리와 병리가 곧 우리의 생명이자 삶이다!
상태바
세포의 생리와 병리가 곧 우리의 생명이자 삶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3.16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세포의 노래 |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 이한음 옮김 | 까치 | 588쪽

 

저자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생명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그 모든 것인 “세포”이다. 저자는 생물학과 의학 분야를 영구히 변화시킨 세포의 발견을 시작으로, 세포의 기본적 기능의 이해부터 최신 세포요법 등을 저자 특유의 글 솜씨로 풀어낸다. 이 다양하고 서로 각각 다른 이야기들은 합쳐지고 조화를 이루면서 합을 이루어내고, 역사와 개인사, 생리학과 병리학, 과거와 미래, 그리고 저자 자신이 세포학자이자 의사로서 성장해온 과정이라는 내밀한 역사와 서로 얽히면서 전체를 자아낸다. 

17세기 네덜란드의 괴짜 직물 상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은 현미경을 직접 제작하여 처음으로 미시세계를 관찰했고, 영국의 박식가 로버트 훅은 생명의 기본 단위에 “세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포를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사람은 살아 있는 독립적인 단위들의 복합체라는 깨달음은 결국 생명과 질병에 대한 인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루돌프 피르호는 세포의 기능 이상이 우리의 질병을 이해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증명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켰다. 또한 코흐와 파스퇴르는 세균이 질병과 부패의 원인임을 입증하여 세포론과 의학이 긴밀한 관련을 맺도록 이끌었다.

자율성, 조직화, 세포분열, 생식, 발생은 세포의 근본 특성이다. 먼저 세포를 하나의 자율적인 단위로 기능하도록 하는 세포막, 원형질, 세포뼈대, 소포체 등 세포의 하부 단위들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다음으로 세포분열, 그중에서도 체외 수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제3부에서는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들 사이를 쉬지 않고 순환하면서 각각의 세포가 수많은 기능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혈액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피에서 우리를 침입자로부터 지켜주는 세포들을 만난다. 그런 세포들로는 세균을 먹어치우는 대식세포, 단핵구, 상처와 감염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호중구가 있고, 이런 세포들이 담당하는 면역 반응을 “선천면역계”라고 한다. 이들이 적응이나 학습 없이 본래부터 우리가 가진 면역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선천면역계는 의학적으로 조작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는 이미 선천면역계를 조작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마마, 우두 등 백신 접종이다.

다음으로 이집트에 머물면서 뱀에 물린 환자를 치료하다가 항체라는 개념을 떠올린 파울 에를리히를 만난다.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반응을 적응면역이라고 하는데, B세포들은 각각 다양한 항체를 가지고 있으며, 그에 맞는 수용체를 지닌 항원을 만난 B세포는 마구 불어나서 항원에 대응한다. 그리고 항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그 항원을 다시 만나면 면역 기억을 재생하여 활동을 재개한다. 

또다른 면역세포로는 가슴샘에서 분비되는 T세포가 있다. T세포는 독감 바이러스에게 강탈당해서 바이러스 공장이 되어버린 자신의 달라진 세포를 정상 세포와 구별할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변형된 세포만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신과 외부물질을 세포는 어떻게 구분할까? 왜 타인의 조직을 이식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 이식된 조직을 괴사시킬까? 여기에서도 T세포의 능력이 발휘된다. 변형된 자기를 인지하는 T세포는 외부에서 온 침입자 역시 감지해낸다. 그러나 T세포는 안타깝게도 제 기능을 잃고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의학계는 현재 T세포를 변형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먼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세포들을 살펴본다. 심장 근육 세포의 수축 비결은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이 마치 한쪽 밧줄에 매달린 사람이 한 손을 뻗어 다른 밧줄을 움켜쥐고 몸을 끌어당긴 뒤 다음 자리를 움켜쥐는 식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각 세포들은 조화를 이뤄 수축을 해냄으로써 하나처럼 행동한다. 심장이 펌프질을 하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기관이라면, 뇌는 다목적 기관이다. 스페인의 병리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에서 가지돌기, 축삭, 그리고 축삭 사이의 틈새 시냅스 등 뇌의 구조를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이는 뇌에서 세포들이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이를 통해서 뇌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연구할 토대가 되었다. 한편 옆에 있는 세포가 아닌 몸 전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호르몬”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는 췌장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유지하는 인슐린이 있다. 또한 우리 몸에는 나트륨을 배출하는 세포 그리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세포 등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세포들이 존재한다.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줄기세포는 각종 다양한 세포들을 형성한다. 이를 토대로 백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바로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의 골수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런 이식을 받은 환자는 완치가 되었으나, 쌍둥이가 없는 다른 환자들에게 골수를 이식할 방법이 필요했다. 환자들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의료진의 헌신으로 마침내 골수 이식 수술의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학계에서 가장 소외된 기관인 뼈의 놀라운 이야기를 만난다. 뼈에는 연골 세포와 뼈모 세포 그리고 뼈파괴 세포가 있다. 뼈모 세포는 뼈를 만들고 뼈파괴 세포는 뼈를 먹어치움으로써 뼈의 항성성을 유지한다. 성장기에는 뼈가 길게 자라도록 하고 부러지거나 다쳤을 때에는 부러진 부분을 연결하고 재생한다. 그리고 인류에게 큰 과제인 이기적인 세포인 암세포를 다룬다. 사실 암세포는 하나의 세포가 아니며 다양한 돌연변이 세포들의 집합이다. 이것이 암을 치료하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세포의 구조, 기능에 집중하는 이상으로 세포들 사이의 연결인 세포의 노래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생명의 가장 단순한 단위인 세포를 통해서 생명을 이해하는 여정이다. 세포의 해부구조, 생리, 행동, 주변 세포들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생명을 이해하고자 한다. 세포의 노래를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세포의 노래라는 전체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세포요법으로 자신의 원래 세포에서 변형된 세포를 가진 신인류가 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