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미래(future past)’로서의 한국 현대 ‘도시시(urban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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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미래(future past)’로서의 한국 현대 ‘도시시(urban poetry)’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3.1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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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윤리를 위하여: 현대 도시 비판과 공동체를 향한 시적 상상력 | 김청우 지음 |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 635쪽

 

이 책은 ‘지금-여기’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 대안을 상상제안하기 위해 ‘지나간 미래(future past)’로서 한국 현대시 중 도시(都市)에 주목한 시, 소위 ‘도시시(urban poetry)’를 대상으로 삼아 연구한다.

그런데 왜 시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무엇인가? 삶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또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삶 자체가 곧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이며, 우리의 언어가 곧 우리의 삶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이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언어의 감수성을 높이는 일은 우리의 삶의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삶 전부를 드높이는 일이 된다. 높은 언어 감수성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인 삶을 더 잘 느끼고 더 잘 파악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왜? 우리의 삶이 언어를 통해 영위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시의 주제와 대상은 결국 우리의 삶에, 주변에서 겪는 사건과 사물이다. 그런 면만 보더라도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우리의 삶을 읽고 성찰하고 전달하는 일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르의 문법상 시는 언어의 압축적 사용인 까닭이다. 의욕적이고 문제적인 시는 그러한 사용의 극단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소설이 구체적인 서사를 통해 ‘상황’을 보여준다면(상황을 허구적으로 그려낸 일종의 사고실험), 시는 구체적인 상황보다는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이나 은유나 환유 등을 통한 시적 논리(상상력)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말하자면 시는 ‘고차원적 언어 사용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 결과물로서 시를 읽는 일은 우리의 삶에 한 면모를 여실히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시적 상상력은 미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본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제언(提言)이다. 다른 형태의 제언 중에서도 문학, 특히 시적 제언이 사실상 더 효과적인 이유는, 그것이 가진 감화력 때문이다. 따라서 시적 상상력은 지금까지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여기 수록된 글들은 교육과 취미의 현장에 매몰되어 있는 시적 상상력을 그로부터 최대한 끄집어내어 사회 문제를 성찰하는 데 쓰고자 한 시도다. 

실제로 단순히 형식적 아름다움에 그치는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그에 효과적인 형식을 갖춘 시들도 적지 않다. 그 한복판에 도시시가 있다. 그러한 시들은 여타의 담론 형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해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시는 감화력을 무기로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진단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 감화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시를 다룸으로써 ‘우리시대 질문’이라는 타이틀에 얼마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1부에는 “현대 도시의 공간과 시의 공간”이라는 제목하에 총 7개의 글이 있다. 여기서는 1990년대 이후의 도시시를 대상으로 삼아 ‘지금-여기’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다.

2부는 “현대 도시를 산책하며 사유하는 시”라는 주제로 총 7개의 장이 배치되어 있다. 각 장은 지금까지 현대시사에서 도시적 감수성으로 도시의 공간과 장소, 소통의 가능성과 공동체를 위한 윤리를 시적으로 고찰하고 노래한 7명의 시인, 즉 이상(李箱), 박인환, 구연식, 김구용, 황지우, 기형도, 그리고 김현의 시세계를 다룬다. 이들 모두는 특히 몸의 감각에 주목함으로써 촉지적 시각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인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봄으로써 도시의 윤리를 구상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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