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혼합선거제, 제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정당정치의 제도화가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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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혼합선거제, 제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정당정치의 제도화가 성공조건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2.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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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정책 보고서] 연동형 혼합선거제의 운영 현황과 작동 조건

 

올해는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2020년 도입된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짐에 따라 다양한 개편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연동형은 오래전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어 왔다. 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는 명칭이 사용됐지만 ‘독일식’을 전제로 했으므로, 지역구 소선거구선거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선거를 결합한 연동형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는 소위 ‘위성정당’ 설립과 집단적 전략투표로 인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선거 결과를 연동시키는 제도 취지가 무력화되었다. 따라서 연동형 선거제도는 정치권에서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돼 왔으나, 실제 제도의 작동방식과 운영조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혼합형 선거제도의 한 유형으로서 연동형에 대해 여러 차원에서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한 「연동형 혼합선거제의 운영 현황과 작동 조건」이라는 제목의 『NARS 입법·정책』 보고서(저자: 허석재/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를 12월 22일(금) 발간했다.

연동형은 지역구선거를 통해 유권자와 의원의 직접적인 연계를 강화하면서도 득표와 의석 간 비례적인 선거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례성이라는 제도적 목표를 정치권이 공유하는 한편, 정당(체계)이 잘 제도화되어야 하며, 상위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일정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건에서 연동형을 도입하여 운영했다. 다시금 제도 개편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운용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 요약】


□ 우리가 연동형으로 부르는 제도는 일반적으로 ‘혼합비례제’(MMP: Mixed-Member Proportional), 병립형은 ‘혼합다수제’(MMM: Mixed-Member Majoritarian)라고 지칭한다. 혼합(Mixed-Member)은 지역구 입후보(nominal candidacy)와 정당명부 입후보(list candidacy)가 혼용된다는 뜻에서 혼합선거제의 본질에 해당한다. 연동형과 병립형으로 가르는 기준은 혼합형을 수식하는 ‘비례제’(proportional)와 ‘다수제’(majoritarian)에 있다. 

ㅇ 다당구도였던 제20대 국회에서 연동형 도입 여부를 놓고 오랜 논의가 있었고, 결국에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현행 연동형 선거제가 도입됐다. 정당득표율 3% 이상 혹은 지역구 당선인 5명 이상인 ‘의석할당정당’을 대상으로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정수에 득표비율을 곱하여 의석을 배정하는 내용이었다. 종전의 병립형은 지역구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배정의석을 비례대표로 배분하는 데 반해, 준연동형은 정당별 배정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인수를 제외한 값의 1/2을 비례대표로 배분한다. 또한 부칙을 통해 2020년 제21대 총선에 한해 연동배분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했다.

 

ㅇ 다수제와 비례제를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도는 전후 독일이 처음으로 채택했고, 1990년대를 기점으로 여러 국가에서 도입하여 운영해 왔음

ㅇ 혼합형 선거제 채택이 점차 증가하여 2000년대 이후 세계 의회선거의 20% 가량이 혼합형 선거제로 치러졌다. 

ㅇ 지난 10년간 혼합형 선거제 안에서 연동형의 채택 비율은 줄고, 병립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음

□ 연동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선거의 연동방식, 선거구 구조와 크기, 최소득표 기준 등 여러 층위에서 다양하게 운용돼 왔음 

ㅇ 독일과 같이 지역구와 정당명부선거 결과 의석으로 연동하는(seat-linkage) 사례가 있는가 하면, 두 선거의 득표를 연동하는(vote-linkage) 방식도 있음 

ㅇ 지역구선거에서 단순다수제를 쓰는 국가가 많지만, 구공산권 국가들은 절대다수제를 사용한 바 있음.  정당명부선거에서 득표의 의석전환은 동트, 헤어, 셍라귀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 

ㅇ 대부분의 경우, 하위 지역구와 상위 정당명부선거의 2계층으로 선거구가 구성되지만, 헝가리는 지역구-광역-전국의 3계층 구조였음

ㅇ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의미하는 선거구 크기가 연동형에서는 지역구와 정당 명부가 연계된 단위를 의미함. 전국 단위에서 정당별 의석을 할당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볼리비아・베네수엘라 등에서는 권역 단위를 사용하였음

ㅇ 지역구 대비 정당명부 비례대표의석의 비율이 높을수록 득표-의석 간 비례성이 높아지지만, 정당의 전략과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따라 비례성은 달라질 수 있음 

ㅇ 연동형에서는 선거구 크기가 작고, 의석할당을 위한 법정 최소득표기준이 높을수록 비례성이 제고되는 경향이 있음 


□ 연동형의 비례제적인 특성이 구현되려면 제도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인식이 자리잡아야 함. 이를 위해 도입 과정의 숙의가 필요함

ㅇ 지역구선거 결과와 비례대표 의석배분이 연결돼 있는 연동형에서는 지역구의석 점유율이 높은 대정당이 비례대표의석을 얻기 위해 제도의 약점을 활용할 유인이 있음. 여러 국가에서 이러한 전략이 사용되었고, 제도 변경 내지는 폐지의 계기가 되었음

ㅇ 비례제라는 제도적 정체성이 공유되어야 연동형이 자리잡기 용이함. 다수제가 정착되었다가 연동형으로 전환한 국가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장기간의 숙의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연동형으로 전환한 뉴질랜드는 세계 최고의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연동형을 도입한 다른 국가들은 제도 취지를 왜곡하는 행태가 나타나 1인 1표제로 전환하거나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연동형 도입과 운영은 각국마다 차이가 나타난다.

ㅇ 연동형은 정당 중심의 선거제도이므로, 정당과 정당체계의 제도화가 요구됨. 안정되고 예측가능한 정당체계를 가진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연동형이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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