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간 근로시간 긴 건 자영업자 비중 높기 때문” ... 자영업 줄이고 '시간제 근로'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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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간 근로시간 긴 건 자영업자 비중 높기 때문” ... 자영업 줄이고 '시간제 근로' 늘려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2.2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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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포커스]
- KDI, 'OECD 연간 근로시간 국가 간 비교분석' 발표
- "취업형태 같다고 가정해도 연간 181시간 더 일해“
- "근로시간 선택권 늘려야…수요 적지 않을 것"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9일 KDI 포커스(FOCUS)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 =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긴 건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크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즉, 다른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는 많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적어 주 30시간 이상을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가 근로시간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취업형태 구성을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조정한다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가 기존 264시간에서 181시간으로 31%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영업자과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으로 나타났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KDI 포커스(FOCUS)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 1인당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한국이 장시간 근로 국가임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활용되는데, 국가마다 취업형태 구성이 상이하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해당 연구를 시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으면 연간 근로시간이 길어지고,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으면 연간 근로시간이 짧아지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국가 간에 나타난다.

실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연평균 근로시간이 약 10.2시간 증가한다. 이와 달리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연평균 근로시간은 약 8.6시간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취업형태 구성으로 인해 비교적 길게 나타난 것”이라며 “독일과 네덜란드는 자영업자 비중이 작거나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큰 덕분에 연간 근로시간이 짧게 나타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런 차이로 김민섭 연구위원은 각 나라의 자영업자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동일하게 조정해 연간 근로시간을 추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시간제 근로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라 주 30시간 미만 근로하는 근로자로 정의했다. 분석은 OECD 중 자료가 충분치 않은 미국, 영국 등 8개국을 제외한 3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자영업자 비중이 크거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은 국가들은 연간 근로시간이 비교적 짧게 나타났다. 반대로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고, 자영업자 비중이 낮아 연간 근로시간이 늘어났다.

김 연구위원은 "취업 형태 구성 때문에 각국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가 확대되어 보이는, 격차가 과장되어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OECD 국가들 간의 격차가 감소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비교적 장시간 근로 국가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이 된 OECD 30개국의 기존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646시간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인 1,910시간과 264시간의 격차가 존재했다. 취업형태 구성을 조정한 후에는 우리나라 1,829시간, OECD 30개국 평균 1,648시간으로 집계됐다. 근로시간 격차는 181시간으로 약 31% 감소했다.

30개국의 2021년 기준 평균 자영업자 비중은 17%,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14.3%다.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 자영업자 비중이 23.9%로 OECD 30개국 평균보다 높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2.9%로 평균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난 수년간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런 취업형태 구성의 변화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감소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0년 대비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53시간 감소했다. 이 가운데 20%인 50시간 정도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에 나타난 감소분으로 집계됐다. 

13%인 33시간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증가해 나타난 감소분이었다. 즉,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감소분 중 약 33%가 취업형태 구성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한국의 근로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으로 추정된다"며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이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함으로써 노동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 ·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 등 근로시간 선택권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일제 근로 중심의 노동시장 환경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고용 기회를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일제 근로 아니면 구직 포기’라는 이분법적 노동시장 여건 하에서는 유자녀 근로자 등 시간 제약이 큰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 등 일자리 조건이 적절히 설정된다면 자녀 육아기의 부모, 정규직에서 물러난 고령층 등 유연근무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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