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는 연구자의 든든한 동반자: 연구자가 여전히 경계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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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는 연구자의 든든한 동반자: 연구자가 여전히 경계해야 할 것들
  • 이인재 서울교대·윤리교육과
  • 승인 2020.03.2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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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2005년도 말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겪은 이래로 우리는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 결과 2019년에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대학의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관련 규정의 제정과 시스템 구축, 연구윤리 교육을 포함한 여러 연구윤리 지원 활동에서의 성취는 연구의 선진국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 동안 우리 연구 공동체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교수 미성년 자녀 및 미성년자의 부당한 저자표기 문제, 부실학술활동 참여, 표절, 중복게재 등 연구부정행위는 물론이고 연구노트 작성이나 데이터 관리에서의 부실, 연구실 내의 갑질 문화 등 연구부적절행위(Questionable Research Practice, QRP)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리 연구자들은 다양한 유형과 층위의 연구윤리 위반을 경험하면서 이로부터 연구윤리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윤리 위반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이 넘게 연구윤리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온 필자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우리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연구자로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윤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에 비중을 주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에 대한 좌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윤리이듯이, 한 연구자로서 책임있는 연구수행(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의 GPS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연구윤리(Research Ethics)” 또는 “연구진실성(Research Integrity)”이다. 연구자로서의 명예나 금전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다른 연구자보다 더 빨리 어떤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자 조급하게 욕심을 부릴 때 연구자로서 당연히 추구하고 준수해야만 할 연구윤리를 무시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빠르게 연구 성과를 내었어도 연구윤리나 연구진실성을 해친 경우 언젠가는 그 사실이 밝혀져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톡톡히 치룬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실패한 연구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연구자 중에는 “나는 절대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에 연루되지 않는다.”고 자신하면서 평소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거나 연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는 연구윤리를 등한시 하곤 한다. 물론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선하고 옳은 판단과 행동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연구자들도 연구비 수혜, 명예욕, 마감 기한에 쫓겨 투고 논문이나 프로젝트 결과물을 서둘러 제출하게 될 때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 논리’를 앞세워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연구자로서 연구윤리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과신이나 자만심을 경계하고 연구의 전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규칙이나 규범 더 나아가 책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연구윤리가 연구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구속물이라고 여기고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 연구윤리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 타인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연구윤리에 대한 경계나 혐오감이 늘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연구윤리는 오히려 한 연구자로서 당당하고 책임있게 연구를 수행하여 자신은 물론 학계의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그 성과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도록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구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21세기 제4차 산업사회에서 연구윤리를 담보하지 않은 어떤 연구의 성과도 그것이 비록 누구보다 앞서 새롭게 산출되었을지라도 그 연구자 자신은 물론이고 연구 공동체 및 국가 사회에 유익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여야 한다. 연구윤리는 말로만 외쳐서, 연구윤리에 대한 규칙이나 규범이 정해졌다고 해서 확립될 수 없다. 연구자가 연구윤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어떤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할 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윤리의 위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설사 그것이 명확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일종의 착각이고 허상이지 결코 진리가 아니다.


이인재 서울교대·윤리교육과

서울대 대학원에서 윤리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UIC)와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cramento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연구윤리에 관한 저서로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서울:동문사, 2015)이 있다. 현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부 지정 연구윤리정보센터장,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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