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의 토대는 어떻게 구축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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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의 토대는 어떻게 구축되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1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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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역사: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 윌리엄 바이넘 지음 |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368쪽

 

과학이란 무엇일까? 인류 역사에서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처음에는 ‘앎’을 추구하는 과학보다 ‘행동’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 더 중요했다. 셈법, 천문학, 의술이 가장 뚜렷한 ‘과학’ 분야였다.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옷을 만들고 요리를 하려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왜’ 어떤 열매에는 독성이 있는지, ‘왜’ 어떤 식물은 먹어도 되는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왜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가 뜨고 지는지도 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많았다. 그것이 바로 과학의 중심축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촉발된 과학의 첫걸음이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낳았는지 잘 보여준다. 코페르니쿠스부터 갈릴레오까지 100년 동안 과학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으며 해부학, 생리학, 화학, 물리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발견은 고대인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여전히 발견해야 할 것이 많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더 세분화되며, 연구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든 과학이 그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순간은 갈릴레오나 라부아지에의 순간과 달랐다. 그들은 각각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처럼 입고, 먹고, 생각했지만 더 날카롭게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남긴 생각과 글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배우는 과학적 개념과 용어, 기기 중 많은 부분은 각각의 과학자가 일생을 바쳐 공부하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룬 성과다. 그렇다면 과학자 한 명과 각 세대의 과학자들은 이전 세대의 통찰력에서 어떤 도움을 받아 또 다른 연구 결과로 이어졌을까? 그것은 곧 과학의 본질이다.

그 대표적인 과학자는 아이작 뉴턴이다. 그는 어떤 과학자보다도 창의적이었으며 우주를 이해하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그가 쓴 『프린키피아』는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등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천문학과 물리학의 정점이었으며,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 같은 이들이 우주에 더 많은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전까지 과학자들이 활용한 물리학의 기초를 수립했다. 화학에서는 아보가드로의 이론이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지금은 원자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었다. 또한 루이 파스퇴르의 이론은 지금까지도 세균과 질병 사이의 연결고리나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찰스 다윈은 생물학적 진화를 타당한 과학 이론으로 만들었다. 그가 쓴 저서의 세부적인 내용 중 상당수는 이후의 과학 연구에서 수정되었지만 다윈은 우리가 절대 다시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를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험실보다는 책상이나 칠판 앞에서 연구한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가 내놓은 상대성이론으로 질량과 에너지, 파동과 입자, 시간과 공간의 경우처럼, 자연에서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이 책은 20세기 지식의 최첨단인 핵물리학과 양자물리학,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엑스선과 방사능 연구, 베게너의 대륙이동설, 생물계측학파와 멘델학파의 논쟁, 인슐린 발견, 원자폭탄 개발, 월드와이드웹과 개인용 컴퓨터 혁명 등 과학사의 굵직한 사건과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용되는 과학 지식의 토대를 간결하게 서술한다. 한편 이 책은 현대 과학의 일반적인 변화 양상도 언급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1990~2003년)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 과학의 상징이 될 만큼 전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비용이 들었고 수천 명의 연구진과 컴퓨터가 동원되었는데, 과학을 둘러싼 영리 추구와 과대광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었다. 

과학이 언제나 순기능 역할만 하지는 않았다. 1930년대에는 독일 나치가 유럽을 침공하고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대두되면서 수많은 과학자가 조국을 떠나는 ‘두뇌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맨해튼 계획’에 많은 과학자가 참여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원자폭탄 투하라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면서 사람들은 과학의 힘을 실감했다. 이로써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현대 과학은 공동 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에는 과학자들이 혼자 연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과학 논문에서 저자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경우는 꽤 흔하다. 연구를 하려면 서로 다른 기술을 보유한 여러 개인이 필요하다. 윌리엄 하비가 혼자서 심장을 연구하고 라부아지에가 아내를 유일한 조수로 삼아 실험실에서 연구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 만큼 과학과 기술이 공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남용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저자는 과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지 감시하는 대중의 눈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과학은 역동적이며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개념과 발견을 기반으로 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 엄청나게 도약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는데 항상 호기심을 중요시했다. 진화론으로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찰스 다윈 또한 ‘호기심이 넘쳐나는 사람’으로 불렸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상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물론 실험실에서 연구하며 눈앞에 놓인 증거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확인하지만, 훌륭한 과학자라면 모두 상상력을 활용한다. 과학은 이유(‘왜’)가 아니라 방법(‘어떻게’)을 다룬다. 여느 과학 분야에서처럼 물리학자와 우주론자 중에도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공존한다. 그것이 과학이며, 서로 논쟁하면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점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과학은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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