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블라인드 공정 채용 법 제정 촉구
상태바
공공기관 블라인드 공정 채용 법 제정 촉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02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회견]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5월 2일(화)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공정채용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과 공공 연구기관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에 이 법률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블라인드 공정 채용 제도는 정부 고시에 의해 유지될 뿐 법률적 근거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공정채용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상정되었고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재)교육의봄은 이 법안이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조항을 두어 ‘공공 연구직’ 채용에서 학벌을 보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국민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공정 채용을 법률로 보장하는 일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고민정 의원과 박완주 의원의 발언이 있었으며, 이어서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이 법안 제정에 동의하는 국민 11,350명의 서명 명부를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재)교육의 봄

2017년 당시 정부는 출신학교와 학점, 전공 등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모든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출신학교 등의 스펙은 적격자를 공정하게 찾는 데 편견 요소라고 판단해서 배제하고, 대신 국가직무표준(NCS) 기반 채용 방식을 전 채용 과정에 적용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SKY대학 출신들의 비중이 의미있게 감소하고, ▲비수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의 합격 비율이 늘었다. ▲2020년에는 공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이런 채용 과정이 공정한가에 대해 압도적인 비율로 그렇다고 인정했으며,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한 정도에 대한 물음에 대해 또한 압도적으로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공정하다는 인식이 늘어남에 따라 공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취업 경쟁률도 과거 79:1에서 89:1로 급격히 상승하는 등 여러 좋은 효과를 보였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갖고 있는 이점이나 사회 공익적 효과를 보고, IT기업, 금융권, 언론사 같은 민간 기업 등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 왔다.

아울러 (재)교육의봄이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하고자 2022년 12월 전국 1,013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블라인드 채용 ‘찬성’ 70.9% vs ‘반대’ 19.4%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법률로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67.6% vs ‘반대’ 22.0%로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국민도 반대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나아가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 제도도 ‘유지’ 59.0% vs ‘폐지’ 25.2%로 공공기관의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 ‘유지’ 비율이 ‘폐지’에 비해 33.8% 더 높았으며, 블라인드 채용 법률을 제정할 때 연구직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 62.7%, 반대 24.2%로 찬성 여론이 월등히 더 높았음이 확인됐다.

 

 

(재)교육의봄은 만일 학벌이 공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제공했다면, 공기업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NCS 기반 중심 직무 중심의 채용 과정 즉, 서류 전형, 필기시험, 면접을 통해 그 직무 능력이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벌의 소임이 그 능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고 한다면 그 역할은 거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만일 기업이 출신학교 등의 이력을 채용 과정에서 중시하게 된다면, 이는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 즉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출신학교와 학력(學歷) 등으로 지원자를 차별하면 아니된다”는 경고를 위반하게 된다. 

이 법에 따르면 출신학교 정보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배경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관련 법은 채용에서 개인의 배경을 배제하고 ‘능력’만 갖고 평가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만일 배경 요소를 채용 과정에 고려한다면, 이것이 바로 ‘불공정’임을 천명하고 있다.

편견 없는 공정한 채용으로서 많은 구직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이 제도가 적용된 지 올해로 6년 차이다. 과거에 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이 여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통령이 바뀌면서 갑자기 시행 중단된 적이 있다. 

KBS의 경우, 2007년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다양한 학교 출신자들이 합격해서 사회 통합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갑자기 제도가 폐지되었고, 그러다가 2017년에 부활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기업이 편견 없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성숙·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시도를 일관성 있게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는다”며 공공 연구기관부터 우선적으로 블라인드 공정 채용 제도를 폐지하겠다며 이 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 인재를 막고 있다는 타당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결정은 국민 여론과 배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블라인드 채용 제도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의해 유지되고 있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단계적 폐지 결정을 내린 것처럼 언제든지 정부와 대통령이 바뀔 경우 제도 자체가 폐기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여야 4개 정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27명의 국회의원은 이미 2021년 11월 26일 블라인드 채용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데 초당적으로 공감하고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공정채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고민정 의원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2월 14일 해당 법률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었으나, 계속해서 법안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재)교육의봄은 현재 기재위에 상정된 이 법안이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연구기관의 경우 채용에서 학벌을 보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설정된 것은 유감이라며, 여야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공공기관의 경우 예외 없이 모두 이 법에 적용을 받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