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팬데믹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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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팬데믹 위기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09.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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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과학에세이]

 

                                                사진: Global Campus of Human Rights

기후변화란 평균적인 구역에서 기후의 장기간의 통계적 변화를 이른다. <유럽 환경청>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20세기 들어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0.74°C 증가하였으며, 해수면은 1961년 이래 매년 1.8mm씩 상승하였고. 북극 해빙은 10년마다 약 2.7%가 축소되었다. 21세기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1.5~1.8℃ 상승하였으며, 장기간의 혹서, 홍수와 가뭄 같은 기상이변이 빈발하였다. 기후변화는 전염병과 관련하여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염병에 필수적인 3가지 요인에는 매개 동물 또는 병독원, 숙주 또는 운반체 그리고 전파 환경이 있다. 일부 병독원은 매개 동물에 의해 운반되거나 그들의 생활사를 완성하기 위해 중간 숙주가 필요하다. 적절한 기후 조건이 질병 매개 동물과 숙주의 생존, 번식, 분포와 전파에 필수적이다. 기후 조건은 전염병의 지리적 및 계절적 분포를 제한하고, 질병 발발의 시간과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많은 전염병의 지리적 확산을 촉진하며 기상이변은 대규모 질병의 확산 또는 전혀 다른 시간과 지역에서 전염병의 발발을 유도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가 작동하는 지구 표면과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위협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의 확산, 식량과 물의 불안정성과 생물다양성 소실을 포함한 또 다른 지구적 위협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협 증폭계’로 작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여러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였고, COVID-19에 대한 희망적인 치료 방법의 개발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차단과 조절은 어느 정도 일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의 역사를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인류의 기대는 성취하기 어려운 희망 사항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출현한 전염병 중에서 천연두와 우역(牛疫)이 박멸되었고 소아마비의 99%가 박멸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달리 표현하면, 인류는 현재까지 출현한 많은 전염병 중에서 오직 3종류에 대해서만 <포스트 시대>에 사는 셈이다. 스페인 독감(H1N1), 돼지독감(H1N1), 메르스(MERS-CoV)와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이 20세기 이래에 유행한 주요 전염병은 박멸되지 않았으며 인류와 공존하고 있다. 1918년에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스페인 독감은 2009년에 돼지독감이라는 변이 형태로 인류에게 되돌아온 것과 같이 전염병 대부분은 어느 시기라도 돌연변이 형태로 다시 나타나 확산한다. 

병독원은 그들의 운반체와 숙주, 즉 인류와 공진화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지식 확대와 기술 발전으로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대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동시에, 전염병 매개체는 새로운 종 또는 변이종으로 진화하여 기존의 항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COVID-19 감염의 확산은 백신의 도입에 따라 감소하였다가 지금은 변이종의 출현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와 전염병의 공진화가 COVID-19 팬데믹 이후에도 일어난다는 의미로, 변이종 또는 새로운 전염병이 출현할 수 있으며, 이들의 전염력과 독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인류와 전염병 사이의 공진화는 기후변화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촉진되는 전염병의 발병 및 확산에 앞서 전염병의 진단 및 통제 시스템의 향상과 백신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COVID-19는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 후에 백신 및 치료책의 개발은 범유행에 의한 엄청난 손실과 피해를 차단하기에는 너무 늦다는 교훈을 남겼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발생하고 전파되었으며, 지구 차원의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을 초과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기후변화에 의한 전염병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였다.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생태 환경의 변화가 신종 전염병의 발생 및 확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개 동물 유래 질병(VBD)을 전파하는 곤충, 설치류와 박쥐 같은 동물의 서식 환경은 기후변화 때문에 변화됐다. 2021년 초에 많은 언론은 ‘COVID-19 확산의 주된 원인은 기후변화이다’라는 내용을 머리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주요 매개 동물인 박쥐의 서식지 확장과 COIVD-19 확산이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는, 지구의 온난화가 생태계 변화를 일으키고 그러한 변화가 박쥐 종의 국지적인 증식과 지리적 확산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기후변화로 촉발된 중국 남부 윈난성에서의 박쥐 서식지와 생태계의 변화가 COIVD-19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7년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4차 보고서에서 감염된 절지동물, 설치류 그리고 포유류 종인 박쥐에 의해 전파되는 VBD의 확산을 경고하였다. VBD의 인류에 미치는 위험은 인류와 기후변화 및 환경파괴에 의한 손상된 생태계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VBD 확산에 대한 가능한 추론은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 차원의 생태 환경의 변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인류 또는 전염병 매개 동물의 서식 환경 변화 또는 확장 때문에 그들의 고유한 생존 공간 사이의 접촉면이 과거보다 훨씬 확장되었다. 도시화 및 삼림벌채 등은 생태적 지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박쥐 등은 이동 경로와 지역을 알려주는 ‘생태 단서’에 반응하여 이동하는데, 기후변화는 ‘생태 단서’를 교란시켜 동물의 이동 패턴을 방해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파괴는 잦은 종간 접촉을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바이러스의 새로운 전파 및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모형화 연구 결과, 기후변화가 수천 종류의 동물 이동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며, 2070년에는 약 15,000건의 새로운 종간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인류의 활동에 의한 환경파괴도 인류와 전염병 매개 동물 사이의 경계를 확장시켜 인수공통 전염병의 발병을 증가시키게 된다. 실제로, 신종 전염병의 약 60%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며 이들 중 약 72%는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되었다. 

기후변화는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를 증가시킨다. 최소 10,000종류의 바이러스가 인류에 감염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야생 포유류의 체내에서 조용히 순환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토지의 이용 증가 등은 지리적으로 격리된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사이에 바이러스를 공유할 기회가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가 지구 차원의 환경변화와 전염병 출현 사이의 연결고리로 작용하여 동물 유래 바이러스의 전파를 촉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은 그들의 기생충이나 병독원을 새로운 환경으로 전파한다. 이것은 특히 인수공통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최근의 엔데믹과 팬데믹 같이 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전체 바이러스 다양성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는 최소한 6,500종의 포유류 숙주 중의 하나일 뿐이다. 바이러스의 진화는 목표가 없는 과정이다. 만약 동물 숙주 종이 기후변화에 적응한다면 그들은 인류뿐만 아니라 초기부터 다른 동물과 바이러스를 공유하게 된다. 즉,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변화에 의해 특정 바이러스의 수적 증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야생동물 숙주 사이에서 종간 전파가 일어나게 된다. 

숙주 동물의 지리적 분포 범위의 변화에 따라 다른 숙주 동물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며, 이들의 교집합은 이전에는 접근 불가능했던 숙주에서 바이러스가 정착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기후와 서식지 변화에 적응하는 특정 종들의 범위가 중첩되면 일부 바이러스들은 공간적으로 근접한 종들 사이에 종간 전파가 일어나고 점차 중첩된 바이러스들이 새로운 숙주 세포에 감염되고, 증식하여 새로운 숙주에서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서로 연관된 종들은 생태적 그리고 면역학적 특성을 공유하므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침입에 의한 병독원 및 감염 능력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기작은 생태계 변화가 글로벌 바이롬(virome)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원숭이에서 침팬지와 고릴라, 그리고 인류로의 전파가 이루어진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같이,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의 SARS-CoV의 전파는 결국 인류로 전달되었다. 특정 야생동물에서 다른 야생동물로의 숙주 전파는 현재 포유동물 숙주 내에서 순환하는 약 10,000종의 잠재적 인수공통 바이러스에 대한 진화적 발판이라 할 수 있다. 종이 풍부한 생태계로 평가받는 지역에서 동물 종들은 기온 상승에 따라 좀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동하여 다른 동물 종을 만날 때 바이러스의 전파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 이상 상승했으며, 이것은 많은 동물 종의 이주와 이로 인한 종간 바이러스 전파를 이끌었다. 인류의 팬데믹에 대한 대비와 통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3,000종 이상의 포유동물 종이 이동하고 바이러스를 공유하는데, 앞으로 50년 동안 지구 기온이 2℃ 상승하면 종간 바이러스 전파는 포유동물에게서만 약 4,00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데 대해 동의한다. 차후의 팬데믹을 차단하기 위해 인류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며 화석연료의 사용도 줄여야 한다. 단순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류를 포함한 생물 종과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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