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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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8.3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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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죽음: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 권태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304쪽

 

회자정리(會者定離).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에 가서는 영원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얼마나 사랑했든, 비할 데 없이 애틋했든, 누구보다 풍족했든 간에. 우리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여전히 과학으로도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지, 저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무엇으로 가는가. 인류 최초이자 최대의 질문인 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먼 심우주까지 탐험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에 탐사선을 보내는 한편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우리의 기원과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은 으뜸이었다. 멀리 기자의 피라미드까지 갈 것도 없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는 중국의 진시황릉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고대 삼국의 수많은 고분도 그 시절 사람들이 사후 세계를 깊이 신봉하고 있었음을 알려 준다. ‘나’라는 존재가 불가역적으로 소멸한다는 점에서 죽음과 그 이후를 알고 싶은 마음은 사람의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인류 최초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시도다.

알고 보니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1장)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지만 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의 뜻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장) 그러고 보면 선물 같은 인생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실은 이 모두가 죽음과 맞바꾼 대가였다면?(3장) 그래도 여러분은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싶은가? 알고 보니 이것이 죽음값인데. 예나 지금이나 죽지 않는 것만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영원한 젊음이었다.(4장) 그런데 젊어진 할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손자 때문에 우리가 노쇠를 피할 수 없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5장)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장차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6장) 정말 〈신과 함께〉에서 그려낸 것처럼 저승차사가 와서 우리를 안내할까. 강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7장) 이 책은 34편의 이야기로 죽음과 연관된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저자는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저승신을 그린 상상도와 죽음과 관련한 온갖 상징물과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곳의 컬러 사진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우울한 주제라 여겨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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