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 인위적 조작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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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 인위적 조작 가능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8.21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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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생명 향상 | 이을상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16쪽

 

이 책은 도덕적 생명 향상의 약리학, 생명 향상에 따른 위험 부담, 역사적 전환점에 선 ‘극단의 해악’ 해소, 도덕적 행동의 생물학적 원천, 새로운 도덕성 확립을 위한 결단 등을 살펴보고 전지구적 규모에서 ‘인류의 도덕성’ 확립을 주창한다.

마이클 샌델은 인간의 생명이 자연에서 부여받은 ‘선물’이라며 인위적 향상이 ‘위험’하다고 했다. 향상이 ‘초행위자(hyperagency)’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샌델은 ‘향상’이라는 말이 본성을 목적에 부합하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열망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열망의 지배 아래 인간의 생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 지성의 ‘무능’ 또는 ‘직무유기’다. 인간의 인지 능력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능력도 향상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의 재앙을 초래하는 ‘극단적 해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도덕적 향상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 우리의 도덕 규범이 과학의 진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첨단과학기술은 이익을 주기보다는 해악을 끼치기가 더 쉬우며 핵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 생화학적 무기에 의해 대규모의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해악은 인지적 향상이 과학적 진보를 가속해 간다면 계속 증가할 것이고, 도덕적 향상의 효과적인 수단이 발견되고 적용될 때 비로소 악행도 종식될 것이다.

오늘날 인류의 도덕성 확립을 위해서는 인간 본래의 이타성과 공정성을 지구적 규모에서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로써 과학기술의 발전이 통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의 차원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류를 하나의 ‘도덕적 원(moral circle)’ 안에 포용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이러한 포용 전략이-그리스도교의 ‘복음’ 전파 전략에서 보듯이-서양의 윤리적 전통에서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도덕적 해악은 인간의 ‘반도덕적 정서’에 의해 생겨난 질병이고, 이 질병은 이타성과 공정성의 확산으로 ‘치유’될 수 있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인간을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이 점에 착안한 것이 ‘도덕적 생명 향상(moral bioenhanc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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