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최우선 과제, 일자리‧미중외교‧가계부채"…4대 학회 공동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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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최우선 과제, 일자리‧미중외교‧가계부채"…4대 학회 공동 학술대회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4.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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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들이 꼽은 윤석열 정부 과제 1순위..일자리 창출
- '규제개혁 독립부처 신설', '우물파는 리더십' 등 제안
- 尹정부가 잘할 것 같은 경제정책...'노동시장 유연화' 1순위

 

3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4대 학회 공동학술대회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40일을 앞둔 가운데 국내 대표 사회과학 학회 교수들이 새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주문을 쏟아냈다.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학회 등 국내 사회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4대 학회 학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뒤이어 미·중 경쟁시대에 적합한 외교 정책 추진, 가계부채 관리 등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 후원으로 31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4대 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학회원 10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정부 중점 추진 과제 7가지를 발표했다. 국내 주요 4대 학술단체가 한자리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96.3%)이 꼽혔다. 이어 △미·중 경쟁시대에 적합한 외교정책 추진(95.9%) △경제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94.5%)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93.6%) △출산율 저하 및 인구고령화 대응(93.2%) 순으로 나타났다. 공교육 내실화(92.8%)와 청소년 다양성 존중과 삶의 기회 증진(91.8%)도 과제로 뽑혔다.

 

4대 학회는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가장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잘할 것 같은 정책은 무엇인가(2개 복수응답)'를 물은 질문에서 노동시장 유연화(39.0%)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정부 역할 강화(30.2%) △국가채무 안정적 관리(24.3%)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통상 활성화(21.7%) 순이었다.

잘 못할 것 같은 정책으로는 △소득 불평등 축소(49.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26.8%) △출산율 저하 및 인구 고령화 대응(17.9%) 등이 지목됐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 문재인 정부 색깔이 강한 정책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바탕에 깔려있다.

 

한국경제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그 원인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민간기업의 혁신 유인 감소(31%),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21%),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16%)으로 정리했다. 4대 학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업 혁신을 촉진할 세제개혁 및 금리정책(30%), 창조형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재산권 보장 및 교육제도 개혁(28%), 노동시장 안전망 확보와 더불어 기업고용의 유연성 증대(16%) 등을 제안했다.

현재 정책 방향에 대해선 낙제점이 매겨졌다. 그나마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각 분야별로 대한민국이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분야별로 기업에 높은 점수(-16.9%p)를 주었고, 다음으로 문화․교육(-21.4%p), 외교․안보(-23.6), 경제(-34.6), 사회(-40.7), 정치(-65.0) 순이었다.

한편 한국경제학회가 별도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과반인 63%가 분배가 아닌 성장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 방향 수정해야 한다 응답했다. 성장률 하락이 분배 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과 함께다. 한국경영학회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산업 지원을 위해 인재 양성(30.5%) 그리고 규제 정비(26.6%)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날 행사에선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한국경영학회)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규제개혁 해법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는 공무원들은 매우 많지만 규제를 없애는 것을 자신의 본업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규제가 늘 수밖에 없다”며 “규제개혁 요구가 들어오면 해당 부처 공무원이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위원회에 상정하는데 어떤 공무원이 자기 부처 밥그릇을 깨뜨리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 포지티브식 규제에서 포괄적 네거티브로 근본 틀을 바꾸고, 부총리급의 규제개혁부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기관 축소를 제안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만과 불신, 불안이란 ‘3불’ 해소법도 제시됐다. 우리 사회를 3불 사회로 규정한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눈높이에 비해 현실은 ‘불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믿을 곳 없는 ‘불신’, 취업과 내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뒤집는 차별화만으로는 곤란하다”며 “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이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요한 우물을 파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와 함께 코로나19로 급격히 악화된 재정 정상화를 위해 새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소득세 감면 혜택 축소, 기후·환경세, 개별소비세 확대 등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정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소규모 증세를 통해 공약 재원을 조달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 소득세 조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재정적자는 94조1000억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인 106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시점에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박 교수는 증세 대상으로는 소득세 감면 혜택 축소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세수 비중은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3%)보다 낮다. 소비세는 GDP의 7%로, 역시 OECD 평균(11.1%) 미만이다. 법인세는 4.2%, 재산세는 3.1%로 OECD 평균(각각 3.0%, 1.9%)보다 높다.

박 교수는 "소득세는 양도차익이 핵심인데 별도 증세 보다는 현행 세제 유지가 필요하다"며 "소득 역진적인 성격을 보유한 신용카드, 근로소득공제 등 소득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진성이란 저소득층일수록 더 높은 세부담을 안게 되거나, 고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세제 감면을 받게 되는 것을 뜻한다. OECD 평균 대비 높은 법인세에 대해선 "다단계 세율을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 관련 소비세 및 부가가치세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탄소국경세 논의가 이뤄지는 등 기후·환경 관련 관심도가 증가해 기존 교통에너지환경세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요금 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가가치세 세율 상향은 민감한 문제인데, 필요하다면 일부 품목에 개별소비세를 적용해 사실상 2단계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축사를 대독했으며, 박병석 국회의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축사에서 경제계에서 바라는바 3가지를 전했다. 최 회장은 팬데믹 극복의 기대감으로 2022년을 시작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의 국가적 어려움 대응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은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새 정부와 실질적인 협업 통해서 지금의 어려움 극복하고 국내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경제, 미래산업육성, 경제안보, 규제개혁, 그리고 지역특색을 살리는 지역활성화 문제가 한꺼번에 융합되길 기대한다"며 "새로운 유입을 통해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정책을 새정부에서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한국은 여전히 정치적 갈등, 반기업 정서, 신뢰부족 등 장애요소가 많다"면서 "사회적 문제가 코스트(cost·비용)로 전환 되고 있는데 이 코스트가 높아지면 성장을 가로막는 커다란 벽이 된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경제계, 학계 모두 새로운 마인드셋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정책 제안서 형태로 전달됐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4대 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4대 학회장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 제안서를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권영세 대통령직인쉬윈회 부위원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충분한 자율과 창의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와 산업전략 개편과 아울러 경제사회 전반의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통해 데이터에 기반해 공공 의사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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