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정치실험과 정당법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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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정치실험과 정당법의 굴레
  • 손병권 중앙대학교·정치학
  • 승인 2021.07.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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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년 2022년에 나라에 두 개의 큰 선거가 있다. 하나는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6월 1일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올해 4·7 재보선을 통해 야권이 전열을 가다듬은 후 여야 대권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지금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내년 대선에 쏠려 있다. 그런데 특히 청년정치와 맞물려 내년 지방선거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30 청년층의 ‘거부하는 몸짓’에 부응하듯 ‘30대0선’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신임대표로 당선되면서 누적된 부조리에 항거하는 청년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정당 및 선거정치도 이러한 요구에 뭔가 답변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초지자체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점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 금년에 전부 개정되어 내년도 시행을 앞둔 지방자치법의 핵심은 지방분권 및 주민자치를 좀 더 심화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민자치는 우리 동네의 일을 우리 스스로 처리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능력을 일상생활 속에서 학습하자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다른 한편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사안은 동네의 일상적 요구를 기초의회의 의정활동에서 대변해 줄 의원의 선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분출하는 청년의 요청을 염두에 두고 볼 때, 기초의원 선거를 청년정치의 활성화를 위한 실험이라는 측면에서도 고찰해 볼 수 있다. 우선 기초의원 선거는 ‘정치입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청년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정치입문에는 당내 공천경쟁이나 출마지역에서의 인지도 확산 등 다양한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출마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선거 기탁금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기초의원 선거는 이러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공공정신과 애향심, 그리고 정치적 잠재력은 있으나 정치입문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물론 총선 등을 거쳐 청년층이 중앙정계로 바로 진출하여 열악한 청년 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50대 연령층이 지역구 의원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제21대 국회의 현실만을 보더라도, 이는 정치권 전체의 통 큰 결단이 없는 한 당분간 그 실현이 요원한 과제이다. 그래서 차세대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는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정치의 입법화를 통해 정치를 훈련하고 미래에 중앙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초의회가 중요하고, 기초의원 선거도 이런 관점에서 청년정치와 연결해서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초의원 선거를 통한 청년정치의 신장에 우리 정당법의 정당등록 규정이 과도하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컨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실질적인 기초의원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정당 체제에서 독립하여, 청년 스스로 뜻을 모아 지역에 특화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현상타파적 혁신을 시도해 보려고 해도, “정당은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 “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정당법 규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의 정치적 실험을 좌절시키는 제도적 비용으로 다가온다. 우리 동네를 위한, 우리 동네에 의한, 우리 동네의 정당을 만들어 보겠다는데 히말라야 등정에 필요한 베이스캠프를 전국 곳곳에 차리라는 식의 정당등록 규정으로는 지역에 특화된 새로운 청년 정당정치의 싹이 트기 힘들다. 청년정치의 촉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당등록 기준이 각급 선거별로 적절히 조절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방선거 때마다 기초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당공천제 폐지나 3~4인 선거구 확대 등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는데, 이제는 이와 함께 이러한 정당등록 규정 역시 각급선거별로 현실감 있게 조정해 볼 필요가 있다. 


손병권 중앙대학교·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미시간대학교(Ann Arbor)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정치연구회 회장, 풀브라이트 아이오와 대학교 방문학자, 한국정당학회 회장, 중앙대 국제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미국 의회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전형인가?』, 『대한민국 국회제도의 형성과 변화』(공저) 등의 저서와 “민주당 대의원제도 개혁사에서 본 2018년 수퍼대의원 제도의 개혁”(2018), “미국 국내정치의 상황에서 본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유형에 대한 소고”(2019)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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