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첫해, 세상과 대학을 돌아보며, ‘라이프 고즈 온!’(BTS)
상태바
‘코로나 시대’의 첫해, 세상과 대학을 돌아보며, ‘라이프 고즈 온!’(BTS)
  • 정대성 부산대·서양현대사
  • 승인 2020.12.1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카데미쿠스]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인류사의 거대한 획을 그은 한해로,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시간이었다. 2020년이 ‘코로나의 시대’였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지구촌 곳곳을 누빈 코로나19는 명실공히 무소불위의 지배자였다. 현미경으로 본 바이러스 모양이 왕관(Corona)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코로나가 올해 왕좌에 오른 것과 묘하게 연결된다.

코로나 시대의 다사다난 가운데, 세계 최강 미국과 ‘스트롱맨’을 자처하던 대통령이 모두 코로나에 무릎 꿇으며 체면을 구긴 사실이 눈에 띈다. 군사력만 최고지 의료 복지 시스템의 허약성이 여실히 드러났고, 강한 척하던 트럼프는 대선 코앞에서 코로나에 걸리고 선거에도 패하는 설상가상에 처했다. 세계 최대의 확진자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아마겟돈의 아비규환으로 추락 중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 나라들도 하나같이 최악의 상황에서 코로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서양이라는 이미지 속에 똬리를 튼 ‘선진국’의 허상을 짚어내고, 위기 속에서 계층과 인종을 가르는 높은 벽이 더 선명히 드러난 미국이라는 환상을 깨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국내적으로도 사상 초유의 일들이 즐비한 한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 KF94, 생활 및 개인 방역 같은 신조어와 체온측정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줄서기 풍경을 연출한 마스크는 한때 밥보다 더 귀한 필수품이었다. 감염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거나 만남과 외출이 자의 반 타의 반 제약되며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이 우리의 몸과 맘을 아프게 했다.

대학들이 실로 유례없는 도전과 변화를 겪은 것도 코로나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온라인 수업이 전면화하고 행사는 취소되기 급급했으며 캠퍼스에서 활기와 웃음이 사라졌다. 대학마다 ‘OO사이버대학교’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하고, 지구촌 대학은 모두 사이버 세상으로 흡수되었다. 사람과 학문, 학문과 사회를 잇는 공동체로서 대학 본연의 모습이 얼어붙어 버리며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우리가 일상으로 누려온 만남과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대학도 이제 어지간히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잊지 말자. 같이 호흡하고 배우는 학생과 교수, 동료와 연구자가 만들어내는 학문생활 공동체가 대학임을!

마침, 대학으로의 ‘시험 길’인 수능도 끝났다. 코로나로 몇 주나 연기되어 12월에 치러진 것도 사상 처음이다. 한해 내내 힘든 준비 끝에 마스크와 칸막이, 방역으로 무장한 시험장의 ‘코로나 수능’을 거친 학생들이 누릴 2021년 대학 캠퍼스의 삶은, 코로나를 떨쳐버리고 복원된 공동체의 삶이기를. 물론, 코로나 이전의 대학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었기에, 그 공동체는 코로나 시절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인간다운 향기가 번져가는 곳이기를 빌어본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3차 팬데믹 소식에 코로나 블루의 수치가 레드 단계로 올라가는 듯할 때,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우리 BTS(방탄소년단)가 다시금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사이다 뉴스’였다. 5회 연속 앨범차트 1위로 전설 비틀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뿐더러, 앨범과 싱글 및 아티스트 부분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그룹으로 빌보드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새겼다. BTS의 노래가 코로나발 총알에 맞서는 ‘삶의 방탄’으로, 작은 위로가 되기를. 힘들어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므로.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 이 글은 부산대학교 학보 <부대신문>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정대성 부산대·서양현대사

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8혁명을 비롯한 서양현대사의 여러 쟁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고전과 문학, 영화와 음악을 아우르며 역사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와 독일에서 나온 『Der Kampf gegen das Presse-Imperium: Die Anti-Springer-Kampagne der 68er-Bewegung』(언론제국에 맞선 투쟁: 68운동의 반슈프링어 캠페인) 등이, 역서로는 『68운동: 독일, 서유럽, 미국』과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