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학 비리 근절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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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학 비리 근절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 발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1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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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반발 ... 과도한 규제, 자율성 제한
교육현장, 사학개혁 가능할까? ... 실효성은 '글쎄'

교육부가 18일 사학법인 설립자의 친·인척 등은 개방이사 대상에서 제한하고, 비리 임원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마련된 대학혁신 지원방안의 후속조치로, 사학혁신위원회 권고사항 및 시도교육감협의회 제안 등을 종합해 나온 결과물이다.

그간 사학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족벌 경영'을 척결하겠다는 취지지만 사학들은 "헌법에 보장된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학 혁신 추진방안 대부분이 사립학교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잇따른 사학 비리 문제…대책은?

사학 비리는 그동안 여러 감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난 7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총 65곳의 사립대가 감사에 적발됐고 총 755건의 위법·부당 사안이 지적됐다. 종합감사·실태조사 지적사항의 절반 이상이 회계 관련 비리로 밝혀졌다. 교직원들의 부적절한 교비 사용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고려대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대해 회계부분감사를 진행한 결과, 고려대 교직원들이 유흥비나 퇴직선물을 사는데 교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의료원은 교원 27명에게 퇴직선물로 순금 30돈을 지급하고, 구매비 1억 5000여만원을 교비로 집행했다. 고려대 산하 부속병원 교직원들은 유흥·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600여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에서는 재단 이사장과 초대 총장을 역임한 A씨가 아들 2명, 손녀, 조카 등을 교수 또는 학교 직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처럼 사학 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학의 가족 경영과 폐쇄적 이사회 운영을 꼽을 수 있다. 사학혁신위의 사립대 감사 결과, 총장과 이사장 자녀의 대학 특채와 회계 조작을 통한 횡령 등 온갖 불법 행위가 대학 내부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사립대 학교법인 267개 중 38%는 설립자나 임원의 친인척, 총장, 부총장 등을 개방이사로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 가계도 공개·개방이사 금지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혁신 방안은 5개 분야 26개 제도개선 과제를 담고 있다. 5개 분야는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보호 지원 △교육부 자체혁신 등이다.

교육부는 현행법상 이사 정수의 4분의 1로 채우게 되어 있는 개방이사 자격에서 설립자(이사장) 및 설립자의 친족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또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 관계를 모두 공개하고,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도 공시하기도 했다. 다만 친족의 경우 친족 여부만 공시할지, 자녀 등 구체적인 관계까지 공시할지 등은 추후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공무원·교원처럼 비리를 저지른 임원을 즉각 퇴출할 수 있는 ‘당연퇴임’ 조항도 신설된다. 교육부는 사학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업무추진비 대상을 현행 대학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1000만원 이상의 배임·횡령을 저지른 법인 임원은 임명을 취소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사립대학 등이 법인 적립금을 학교 교육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과 학생 참여도 의무화한다. 회계부정이 발생한 대학은 교육부 장관이 최대 2년간 외부 회계 감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교법인이 회계법인 등을 자체 지정하는 '셀프 감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감사인력을 늘리고 외부인력을 활용해 종합감사를 확대하는 등 사립대 상시감사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학들 "과도한 자율성 침해" 반발

교육부가 사학혁신 방안을 내놓자 사학 측은 “대학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육성하는 정책은 없고 규제만 남발된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측은 “혁신은 자율성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번 정책은 사학 통제의 종합판”이라며 “대학도 기업도 규제가 너무 많아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손발 다 묶어 놓고 외국 대학과 싸우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 목적을 구현하려는 곳이다. 특정 사례를 근거로 사학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 선임 관련 사항은 법인이 갖는 자주성의 본질적 요소”라며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과도한 기준을 제시해 헌법이 정한 사적 영역을 과도히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의 절차도 없이 혁신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 절차에 따른 행위”라며 “교육부의 잦은 교육정책 변경으로 인해 추락한 교육 신뢰를 사학의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회복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립대 측은 교육부가 이미 사학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반복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임원의 친족관계를 공개하고 설립자·친족의 개방이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개방이사제 도입 취지를 보면 당연한 처사”라며 “회계 심의의 교직원·학생 참여도 이미 많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는 “사학은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사학 비리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고,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며 구조적인 경우가 많아 제도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법 제도 마련이 핵심“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교육의 신뢰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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