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en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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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entrophy)’
  • 김형진 김포대학교 교수
  • 승인 2024.04.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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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에너지는 모든 시공을 지배한다. 빛이 있는 곳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인데 엔트로피는 이 그림자에 비유된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데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면서 증가하는 데 반해 에너지는 영구불변하다. 에너지 낭비는 인류의 재앙을 초래한다. 500만 년 전 인간이 지구에 살기 시작한 이후 150만 년 전 불을 발견했다. 불은 인류를 문명의 길로 이끈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인류가 에너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 화석연료는 에너지의 가장 유용한 형태로서 지구상에서 가용한 전체 에너지의 단 1%를 점하고 있을 뿐이지만, 화석연료의 감소는 가히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1865년 독일의 과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alusius)는 엔트로피라고 불리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 열과 일의 관계를 열역학 제2법칙으로 정립하였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많을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데 반해 에너지가 집중되고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자연적인 현상이 광합성이다.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식물에 집중되어 화학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서는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했는데, 왜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하는데, 왜 아껴 쓰라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는 열로 손실된 에너지는 다시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소적으로는 끊임없이 질서가 만들어지지만 우주 전체적으로는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생명의 모든 활동은 열손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로 갈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과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 인류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끊임없이 자원, 즉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지구의 에너지는 무한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의 대표적인 예가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이다. CF100(Carbon Free 100%)이 아닌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이보다 더 현명하고 절제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한 수많은 에너지는 환경오염이란 이름으로, 실업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저엔트로피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3월 5일 CNN 방송은 지질학계가 '인류세'의 공식 도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었지만 인류세 도입이 성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 환경의 심대한 변화가 반영된 새 지질시대의 명칭이다. 인류세 논의는 인간 활동이 기후·자연생태계를 바꾸고 그 흔적이 지각에 선명하다는 점을 누구나 인식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르빈 쉬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살아있는 유기체는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말했다. 우리는 낭비를 줄이고, 절약하면서 무분별한 발전을 지양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을 뿐이다.

 

김형진 김포대학교 교수

• 현) 교수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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