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한발 더 다가서는 한국: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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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한발 더 다가서는 한국: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맞으며
  • 조원빈 성균관대·정치학
  • 승인 2024.04.07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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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난 2월 28일 외교부는 주한아프리카대사단과의 협의회를 개최해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준비현황 및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6월초에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될 정상회의는 역대 최초이자 현 정부 최대 규모 다자회의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G7과 G20, 유엔총회 등 다자회의 계기를 활용하여 10여 개 아프리카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많은 이들이 왜 갑자기 아프리카인가?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는 아프리카의 잠재성과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의 최근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와 청년층, 풍부한 천연자원, 세계 무역을 촉진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세계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는 5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활하다.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과 중국, 인도, 일본, 동유럽 뿐 아니라 서유럽 내 주요 국가들을 모두 포함하고도 남을 정도로 넓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쉽게 하나로 생각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부와 서부, 남부, 중부, 북부 아프리카 등 5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지리적으로 북부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프리카인으로 인식하기보다 아랍문화권의 일부로 여긴다. 자연히 아프리카하면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즉 블랙 아프리카를 일컫기도 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갖고 있지만, 인구는 약 13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1억 명 이상의 인구를 갖고 있는 국가는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 이집트 등 3개국뿐이다. 인구가 1천만 명 이하인 국가도 20여 개나 된다. 우리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은 가장 젊은 대륙으로 인구 중 약 60%가 25세이며,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아프리카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대륙은 엄청난 양의 다양한 천연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광물 매장량의 30%, 석유 매장량의 12%, 천연가스의 8%가 아프리카에 있다. 또한,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를 보유한 대륙이기도 하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의 교류협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 SK온, 고려아연, 포스코인터내셔널, LG에너지솔루션 등도 ‘광물투자사절단’을 구성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탄자니아, 민주콩고, 나미비아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인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했다. AfCFTA는 인구 13억 명에 3조4천억 달러(약 3천699조 원) 규모의 경제 블록으로 WTO 창설 이후 가장 넓은 자유무역지대다. 전문가들은 AfCFTA 출범으로 아프리카 내부 교역이 활발해져 2040년까지 약 700억 달러 규모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은 어떨까? 매년 전 세계 민주주의 수준을 측정해온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지난 17년 연속해서 전 세계 민주주의 수준이 하락했다. 아프리카 대륙도 이러한 흐름을 비켜갈 수 없었지만, 개별 사례를 보면 다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2022년 8월 케냐 대통령 선거는 케냐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신의 종족 지도자에게 투표하는 종족투표가 선거결과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케냐 선거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 정권 말기에 케냐인들이 직접 경험한 생활비 급증과 높은 실업 문제는 누구의 책임이며 어떤 후보가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또한, 잠비아인들도 억압적인 정치 상황을 극복하고 2021년 선거에서 야당 후보자인 히칠레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최근 케냐와 말라위 사법부는 선거 부정이 명백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무효화 하고 재선거를 결정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강화했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험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도 역시 강하다. 1970년대 이 지역의 정치 불안을 대변했던 군부의 정치 개입이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단과 차드,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니제르, 가봉의 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우간다와 짐바브웨는 사이버안보법이나 포괄적 반부패법을 도입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사회의 활동을 제한하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우아타라 대통령은 1회만 연임을 허용했던 헌법을 개정해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르완다의 카가메 대통령도 2015년 개헌을 통해 공식적으로 2034년까지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민주주의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는 대아프리카 원조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노력해 왔다. 같은 해 외교부 중심으로 각료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포럼’을 창설하고 3년마다 개최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1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2016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케냐 등 3개국을 순방했다. 이처럼 한국은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통해 에너지, 자원과 경제개발 분야 등에서 실질 협력관계를 증진하고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노력해 왔다.

아프리카는 다양한 국가들을 포함하고 이들 국가는 모두 독특한 역사와 문화 사회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개발에 목말라 하고 있으며, 우리의 발달한 기술력이 그들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만나면 상호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번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정부 중심의 한국-아프리카 관계 증진 노력과 함께 우리도 아프리카인들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원빈 성균관대·정치학

·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
· 한국아프리카학회 부회장
·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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