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PI “오픈액세스는 학술 출판의 대세...부족한 부분 보완해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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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PI “오픈액세스는 학술 출판의 대세...부족한 부분 보완해 나갈 것”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3.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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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약탈적 학술지·논문 공장 논란에 해명 내놔
- MDPI CEO "부실 의혹 오해…객관적 근거로 의사결정 해야"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인글로벌 세미나룸에서 열린 'MDPI 오픈세미나'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스테판 토체프 MDPI CEO. (사진=MDPI)<br>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인글로벌 세미나룸에서 열린 'MDPI 오픈세미나'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스테판 토체프 MDPI CEO. (사진=MDPI)

부실 의심 학술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MDPI가 일부 논문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논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으며 논란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스테판 토체프 MDP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인글로벌 세미나룸에서 열린 오픈세미나에서 부실 의혹은 오해라며 "의사결정 담당자들이 소셜미디어나 사람들 사이 회자하는 이야기가 아닌 검증된 기준을 통해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토체프 CEO는 “MDPI의 학술지가 부실 논문을 양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 논문 데이터베이스(DB)에 우리 학술지가 다수 등재된 만큼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부족하다는 기준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해명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MDPI가 출판 속도를 높이고 오픈액세스(OA) 방식을 통해 지식 민주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결정적으로 우리는 고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며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우리를 통해 출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액세스는 출판된 논문 공유 과정에서 가격을 매기지 않고 공공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학술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 코로나19 위기, 기후위기처럼 인류를 위협하거나 점차 복잡해지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개방형 지식 생태계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기존 구독 기반 논문 출판 시장은 구독료에 기반한 유료 모델이라는 점에서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자유로운 학문적 소통이 어려웠다. 오픈액세스는 기존 학술지와 달리 게재료를 받고 학술지는 무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학술정보 유통 방식이다. 연구 결과를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학술 출판계에서 주목 받는 방식이다. 전 세계 학계와 과학 커뮤니티는 빠르게 오픈액세스로 전환하고 있다. 저작권이 출판사가 아닌 연구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에게도 유리하다.

 

그러나 오픈액세스는 ‘약탈적 학술지’ 논란도 함께 일으켰다.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내는 게재료를 받는 만큼 상업성이 강하고, 엄격한 심사 없이 게재료만 내더라도 논문을 출판해주는 일부 사례가 발견되면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경계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MDPI의 학술지 중 하나인 ‘수학(Mathematics)’는 2021년 논문 발표를 위해 MDPI에서 출판한 논문을 이용하라고 권고하면서 약탈적 학술지로 분류되기도 했다.

당시 논란에 대해 토체프 CEO는 “국제 학술지 ‘수학’은 학술적으로는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사람이 하는 부분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자정 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지숙 MDPI 과학전문위원회 선임편집위원도 “해외 수학계에서는 당시 논란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한수학회와 오해를 풀기 위해 접촉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점은 받아들이고 학술 윤리 기구를 통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OS)’에서 일부 등재가 취소된 학술지에 대해서도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절차 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쥴리아 스테페넬리(Giulia Stefenelli) MDPI 과학전문위원회 총괄팀장은 “WOS 등재 취소는 일부 논문이 학술지에서 원래 다뤄야 하는 주제에서 벗어나 받은 처분”이라며 “인공지능(AI)과 전문가 검토를 통해 재발 방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MDPI는 특별호를 통해 논문을 자주 찍어낸다는 ‘논문 공장’ 논란, 짧은 검토 기간에 따른 ‘부실 논문’ 논란을 비롯해 숱한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픈액세스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엘스비어와 스프링어 네이처에 이어 전 세계 3위 논문 발간 수를 기록하는 등 논문 발행 규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여전히 부실 의심 학술지라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최근에는 MDPI의 부실 여부를 놓고 일부 학교가 논문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조치하며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실제로 한국에서 투고 수는 2021년 2만7천51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2만5천531건, 2023년 2만5천426건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 3월 21일 MDPI의 주요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프레인글로벌에서 세미나를 열고 오픈액세스 출판 문화에 대한 논란과 기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강지숙 과학전문위원회 선임편집위원, 줄리아 스테파넬리 과학전문위원회 총괄팀장, 스테판 토체프 최고경영자(CEO). (사진=MDPI)

토체프 CEO는 “2023년 MDPI 전체 학술지에 제출된 논문 수는 직전 해에 비해 8.5% 증가했고, 연구자들의 만족도도 전통적인 학술지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특히 논문 검토 시간을 41~42일로 줄여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학술지에서는 연구자들이 하는 논문 배분, 검토자 초청 등의 단순 업무를 내부 행정 직원이 맡는 방식”이라며 “리뷰어들은 과학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액세스가 연구 윤리와 관련해 많은 논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논문 출판 업계에서 오픈액세스로의 전환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토체프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오픈액세스를 통해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공유됐고, 정책 결정자들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연구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속도감 있게 공유되고, 자원들의 낭비를 줄여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페넬리 팀장도 “과학 연구는 대부분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는 만큼 대중에게 즉시 공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나오고 있다”며 “오픈액세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부 관계자들이나 과학자들을 만나 설명하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MDPI에 따르면 OA는 국제적인 흐름으로 전통적인 출판사들도 OA 전환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6명의 학자가 MDPI 학술지 게재를 통해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OA가 실질적인 지식 생태계 발전을 이끌고 있다.

토체프 CEO는 “앞으로 더 개방적이고 참여 중심의 혁신적인 지식 생태계를 위해 OA 출판이 기여하는 점을 제대로 알려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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