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 논의와 고민의 지점들
상태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 논의와 고민의 지점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29 2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ARS 현안분석]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과 같은 흉악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사형(死刑)의 존폐 여부, 나아가 사형의 대체 형벌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終身刑)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오랜 논의가 다시금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는 사형(死刑)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더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법무부 또한 2023. 8. 4.자로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의 신설을 검토 중이라 밝혔고, 관련하여 기존의 무기징역·무기금고형을 세분하여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나누는 취지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10월 19일(목),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전제」를 다룬 『NARS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그간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관련 논의들과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여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과 관련된 고려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 이론적·현실적 측면의 검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에 관하여는 이론적·실천적으로 다각적 논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 이론적 측면에서의 검토

ㅇ 긍정적 견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응보감정의 충족이나 범죄예방, 사회방위라는 형벌의 목적에 부합하고, 사면과 감형 및 교정처우의 합리적 운용을 통해 특별예방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국민의 응보감정 충족이라는 측면에 있어 사형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비록 극히 제한적이라고 해도 사면과 감형의 가능성이 수형 기간 내내 남아 있으므로 사형보다는 온화한 형벌로 평가할 수 있다. 개별 범죄자의 동기와 행위, 결과를 법관이 신중하게 평가한다면 남용의 우려에서도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사형 선고는 이를 집행하지 않는 작금에 이르러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괴리를 수정할 필요도 있다.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는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범죄와 형벌이 성문법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사형(死刑)은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 어의(語義)와 다른 형벌로 기능하고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현행 법제에 편입하고 사형수들을 감형한다면 이러한 법률상의 괴리들을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ㅇ 부정적 견해

반대론의 입장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견해에서는 위 형벌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수형자들을 사회적·심리적으로 황폐화시킬 수 있고, 형벌의 목적인 특별예방 및 범죄자 재사회화를 고려할 수 없다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원천적으로 자유를 회복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제12조의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위헌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같은 가혹한 형 선고가 범행의 정도에 상응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로 비례성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결과에 있어 사형과 다르지 않으나 그 과정에서 국가가 장기간에 걸쳐 수형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가 과연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국가 형벌의 원칙, 즉 ‘범죄와 질적으로 다른 도덕적 우월성 위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사형의 대체형벌이 아닌 사형과 병존하는 형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경우에는 ‘사형보다는 우월하다’라는 논리 또한 무색해진다. 이 경우 사형이 갖고 있는 형벌 목적상의 맹점, 즉 범죄자의 개선·교화라는 특별예방 목적상의 난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동일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형벌을 새로이 창설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 현실적 측면에서의 검토

제도 도입 시 비용적 측면의 추가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범죄억제 효과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도입 과정에서 적용범위가 넓어지지 않게끔 망확대 효과(net-widening effect)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법원도 사형제를 존치한 상태에서 무기징역을 분화하는 형식으로 도입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단순히 무기형을 세분하여 가석방 가능 종신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나누게 될 경우, 이는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경우에 비해 그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게 될 것이다.

 

■ 대안에 대한 검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것인지, 만약 도입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도입할 것인지는 각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그리고 우리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선택할 사항이다.

보고서는 향후 도입 논의 과정에서 가능한 보완방안들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여러 대안 또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ㅇ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경우에도 특별감형절차와 같은 완충방안의 마련을 검토해볼 수 있고, 그 적용범위나 요건 또한 보다 세분화하여 지나친 적용범위 확장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ㅇ 현행의 상대적 종신형 제도 하에서도 중(重)무기형의 도입과 같은 절충적 방안의 검토가 가능할 것이며, 관련하여 최저복역기간의 장기화 또는 가석방 요건의 강화 등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국민 안전과 수형자 인권 사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는 종래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논의되어 왔으나, 각종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진 지금에서는 사형과 병존하는 형태의 독립된 형벌로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형을 장기간 집행하지 않음에 따라 법전과 현실 사이에 ‘사형’이 갖는 의미가 점점 달라지고 있고, 이러한 괴리 또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의 필요성 중 하나이다. 특히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가혹함은 오히려 위 제도가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이자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흉악범죄 대안으로 부상(浮上)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 또한 명백하다. 형식적으로는 사면을 통한 감형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실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에게 감형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단순히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고, 이는 국가가 도덕적 우월성에 기초하여 수형자에게 보장하여야 할 최소한의 인권조차 도외시한 것이 될 수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들에게 교정이나 교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사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이와 병존하여 도입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더더욱 그 기초가 위태롭다. 단순히 무기형을 분화하여 도입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지나치게 적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며 최초 이를 구상한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만약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게 된다면 이를 보완할 여러 방안들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의 사면 제도 외에도 특별감형제도 등을 마련하여 최소한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제도의 적용범위 또한 엄밀히 설정하여 제도 신설로 인해 지나치게 적용범위가 넓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양형의 조건 등을 별도로 설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상대적 종신형을 유지하는 전제 하에서 그 내용을 강화하여 흉악범죄자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최저복역연한을 보다 장기화하여 범죄자가 더 오래 수감될 수 있게끔 하고, 가석방의 요건을 강화하여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경우에는 가석방의 가능성을 상당히 제약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범죄자를 엄벌할 수도 있다. 국회로서는 관련 논의 과정에서 국가가 형벌을 집행함에 있어 지켜야 할 최소한을 지키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적절한 지점을 고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