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인간, 사랑과 자유를 위해 헌신하다
상태바
음악과 인간, 사랑과 자유를 위해 헌신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8.27 0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차르트 평전: 음악, 사랑, 자유에 바치다 | 이채훈 지음 | 혜다 | 808쪽

 

모두가 천재라 손꼽는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 그러나 그의 음악은 화려한 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위에만, 어느 소장가의 묵직한 LP 음반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거장의 음악은 핸드폰 벨소리, TV 광고 음악, 영화 속 삽입곡, 백화점이나 지하철 또는 버스의 안내 멘트 등에 조용히 흐르며 평범한 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음악이 그토록 친근하며 인간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모차르트는 마치 천재의 전형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듯 인류에게 위대한 음악적 유산을 남기고 35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쳤다. 하지만 2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은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그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집필한 책으로는 거의 최초의 모차르트 전기다. 1763년 가족 연주 여행으로 시작한 그랜드 투어에서 1791년 미완의 작품〈레퀴엠〉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맞이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하고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생애를 800쪽이 넘는 분량에 담았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피디답게 예리한 시각과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층적으로 모차르트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인물과 사건 이면에 있는 진실 또한 놓치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그는 모차르트가 가족, 친구 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 국내외 수많은 자료들을 샅샅이 살피는 수고로움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모차르트의 작품 세계를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식견으로 설명하고, 그 음악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뒷이야기도 조근조근 들려준다.

1763년 모차르트 가족은 모차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떠나 유럽 일대로 그랜드 투어를 떠난다. 모차르트의 견문을 넓히고 음악 실력을 키우기 위한 연주 여행 겸 교육 목적의 여행이었다. 이후에도 모차르트는 여러 번 유럽을 여행하는데 비용 등의 문제로 모차르트와 아버지, 모차르트와 어머니만 떠나는 식이었고 가족 전체가 함께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가족은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이 편지들은 모차르트를 연구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이며 음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훌륭한 문학작품이 되었다.

저자는 모차르트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을 섭렵했을 뿐 아니라 모차르트 가족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 및 모차르트 가족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낱낱이 분석하고 종합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저자는 눈부신 성공과 쓰라린 좌절, 영광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모차르트가 특별한 음악가이자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모차르트는 천재이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음악가였다.
둘째, 모차르트는 뛰어난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35년 짧은 생애 동안 발전을 거듭했다.
셋째, 모차르트는 늘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고 자신도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사랑 없이 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넷째, 모차르트는 평생 자유를 추구했으며, 궁정에 소속되지 않은 최초의 자유음악가로서 자유와 평등의 시대정신을 음악에 담았고 그 때문에 기득권층의 미움을 받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범접하지 못할 재능을 가지고도 늘 노력했던 인간 모차르트의 모습이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마차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던 시절, 아들을 훌륭한 음악가로 데뷔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몇 차례나 유럽 여행을 감행했던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의 모습은 오늘날의 김연아, 손흥민의 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아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지 못해 안달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은 대한민국 여느 부모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안정적이고 평탄한 길을 걷게 하려는 아버지에 사사건건 맞서고 기어코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이나 정규직 일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모차르트를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와도 묘하게 오버랩되어 흥미롭다.

이 책은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의 전 생애를 총망라하고 있다. 철저한 보안하에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만 연주할 수 있었던 합창곡〈미제레레〉를 딱 한 번 듣고 악보에 옮겨 적었다는 일화,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정 악단을 떠나기로 했을 때 아르코 백작이 그의 엉덩이를 걷어찬 일, 끝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고 활동했던 비밀 결사 단체 프리메이슨, 어느 노신사가 의뢰한 곡으로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알려진〈레퀴엠〉에 관한 진실, 장례를 허접하게 치른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잃어버리는 바람에 악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아내 콘스탄체의 숨겨진 진면목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또한 무궁무진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