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은유 하나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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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은유 하나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17 0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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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가 바꾸는 세상: 니체와 아인슈타인이 사랑한 생각도구 |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354쪽

 

이 책은 ‘은유가 바꾸어온 세상, 은유가 바꿔나갈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인정하듯 언어가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이끌고, 학문을 낳고, 사회를 구성하고, 정치를 수행한다. 언어의 기저에는 은유적 사고력이 깃들어 있다. 인류 문명과 창의성의 원천, 은유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번 책은 그 범위를 넓혀서 여러 학문 분야를 비롯해 정치에서 은유가 어떻게 세상을 실제로 바꿔 왔는지를 탐구한다.

책의 1부에서는 인문학, 2부에서는 사회과학, 3부에서는 자연과학, 각 분야에 속하는 대표적 학자들의 이론 안에 들어 있는 은유적 사고와 표현들을 찾아 은유 도식에 맞춰 함께 분석했다. ‘은유사용설명서’라는 이 시리즈의 목표에 맞게 이론의 내용보다는 그 안에 스며있는 설득과 창의를 이끌어내는 은유적 사고와 표현에 집중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류 문명을 크게 바꾸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한 사유의 결정체다. 이어 4부에서는 세상을 만들고 바꾸는 일에 가장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 은유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살펴보았다. 그럼으로써 은유가 세상을 어떻게 구성하며, 또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조명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는 은유가 단지 수사법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원천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사회’라는 개념 하나를 어떤 은유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 사회를 생명체, 기계, 전장, 게임, 그 어느 것으로 보는지에 따라 삶의 태도 및 행위들이 모두 바뀌는 것이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볼 것인지, ‘고삐 풀린 망아지’나 ‘악마의 맷돌’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경제 정책 방향이 시작부터 달라진다.

이 또한 놀랍지만, 그동안 은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건조한 숫자와 냉철한 계산의 세계로 여겨져 온 과학 영역이야말로 은유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압권 중 하나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원리로 중력이 왜,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중력장을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은 ‘그물망’이라는 은유적 사고를 했다는 것, 더 시터르가 우주 팽창을 ‘표면에 동전이 붙어 있는 거대한 풍선’ 이미지를 사용해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힐 때, 나선형 계단을 닮은 모형을 이용한 것 등 이러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로써 우리는 은유적 사고력이 인간 정신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밖에도 이 책에서는 아퀴나스의 ‘자연의 사다리’, 니체의 ‘신의 죽음’, 보일의 ‘진기한 시계’를 비롯해 처칠과 히틀러의 정치적 은유까지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고, 고대에서 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은유적 사고와 표현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왔는가를 상세히 밝힌다. 

우리 모두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8년 후 우리는 인공지능의 위력 앞에서 또 한 번 충격에 빠져들었다. 대화형 AI 검색 엔진 ‘챗GPT’가 등장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어 앞으로 수년간 약 12조 2,000억 원을 추가 투자할 것이라 한다. 구글 역시 챗봇 경쟁에 뛰어들어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지는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 회오리를 타고, AI가 창작을 하는 시대에도 창의성 훈련이 필요할까, 하지만 챗봇은 인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그것이 챗봇의 한계다. ‘사람처럼’ 작성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람을 뛰어넘게’ 작성할 수는 없다. 설득력에서나 창의력에서나 인간 자신을 뛰어넘는 일은 앞으로도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챗GPT과 같은 AI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와 아이들은 이제 생성형 AI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바로 여기에 은유적 사고 훈련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있다. 모름지기 경쟁력이란 본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능력에서 생겨나는 법. 머지않아 모두가 생성 AI와 협업을 하게 되면, 경쟁력은 앞으로도 여전히 각자가 지닌 창의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무섭도록 성장하는 지금, 아이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관심사를 마음껏 펼치게 할 맞춤 교육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 관심과 호기심을 키워주는 교육 환경만이 로봇과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온리원(only one)’ 분야를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세상을 경험하고 사고하도록 하는 진짜 교육으로 나 자신과 자녀의 역동적인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중심에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도구, 은유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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