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근대이론으로서의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상태바
새로운 근대이론으로서의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10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상/하) | 황태연 저 | 한국문화사 | 각 640쪽

 

이 책은 ‘극서제국極西諸國의 유교적 근대화’ 과정과 ‘유교제국의 서구적 고도 근대화’ 과정을 ‘유교적 근대화의 일반법칙’에 의해 체계적으로 논증한 이론서다. 이 이론의 명칭은 다름 아닌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Confucian modernity)’이다.

필자 황태연 교수는 그동안 공자철학과 유교문명의 서천西遷과 서구 계몽주의의 흥기와 발전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극동의 문물이 서구에 전해져 서구가 어떻게 근대화되는가를 역사적·경제사적으로, 그리고 사상사적·철학사적으로 해명해 왔다. 그런데 이 논의의 전제를 이론적으로 종합하기 위해서는 ‘근대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근대사회가 오늘날은 북미와 서유럽, 그리고 극동에 나타났지만 이 여러 나라들을 ‘근대사회’라고 총괄적으로 규정하는 하나의 공통된 일반적 근대개념이 없다면 ‘근대화’를 이해하거나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근대’는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못박는다. 우리가 해야 하는 작업은 다만 다양한 나라, 다양한 지역에서 전개되어온 다양한 색조의 ‘근대성’에서 ‘공통된’ 핵심요소들을 추출해 하나로 묶기만 하면 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가들과 사회과학자들은 ‘근대성’에 대해 지극히 불명확하거나 그릇된 관념을 갖고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암암리에 미국의 국가모델에 경도되어 가령 ‘민주공화국’만을 ‘정치적 근대성’의 기준으로 간주하기 일쑤다. 그리고 과거 소련이나 중화인민공화국에 경도되었던 좌파학자들은 ‘인민공화국’을 전범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극서국가들과 영연방국가들은 임금을 섬기는 입헌군주국이라도 모두 다 나름대로 높은 단계의 ‘근대국가들’이다. 국가의 근대화는 ‘민주공화국’에 앞서 먼저 ‘입헌군주정’을 산출했기 때문이다. 또 ‘근대화’가 꼭 ‘민주주의’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19세기 이래로 서양에서도 반反민주 개인독재·군사독재·파쇼독재·계급독재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가형태와 정체政體의 근대적 형태는 ‘민주공화국’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은 ‘백성자치’를 구현한 ‘민주공화국’과 민주화된 ‘입헌군주국’을 둘 다 근대적 정체로 산출했다. 물론 ‘근대화’가 민주공화국이나 민주적 입헌군주국을 가능케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각국 국민의 정치역량, 각국의 역사적 내력, 국제상황 등 복잡한 변수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무조건 ‘근대국가’의 본질적 특징으로 봐야 한다면, 직접민주주의 시기의 아테네나 스파르타 노예제국가도 ‘근대국가’일 것이다. 또 모든 공화국을 무조건 ‘근대국가’로 봐야 한다면, 노예제국가였던 고대 로마공화국이나, 중세 이탈리아 도시의 군소 귀족공화국들, 중세말·근세초의 네덜란드 귀족공화국(1581-1795), 크롬웰의 귀족공화국(1649-1659) 등도 다 ‘근대국가’일 것이다. 민주정과 공화정을 ‘근대성’의 기준으로 삼으면 이런 개념혼란과 시대착오가 필연적일 것이다. 따라서 민주국가나 공화국이면 무조건 ‘근대국가’인 것이 아니다. 오로지 공자가 말한 ‘백성자치’를 구현한, 즉 정치적 탄압도 없고 양심박해나 사상·종교탄압도 없고 귀천貴賤(귀족·노예)도 없는 ‘자유·평등한 민주공화국’만이 자유·평등한 입헌군주국과 더불어 ‘근대국가’인 것이다. 

이 책의 핵심목표는 새로운 근대이론으로서의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의 수립이다. 이 일반이론은 유교문화의 서천과 문명패치워크를 통한 ‘서구제국의 유교적 근대화’와 ‘유교제국의 서구적 고도근대화’에 대한 논증을 완결함으로써만 정립할 수 있다. 책은 극서와 극동의 ‘낮은 근대(초기 근대)’와 ‘높은 근대(고도근대)’의 연달은 2단계 근대화 과정으로부터 ‘유교적 근대화의 일반이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은 ‘일반적으로 근대화는 각국의 유교화 수준에 비례한다’는 법칙, 즉 ‘유교화와 근대화의 일반적 비례법칙’에 의해 ‘서구문명의 유교적 근대화’와 ‘유교제국의 서구적 고도근대화’의 양면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수행한다. 

나아가 ‘유교화와 근대화의 일반적 비례법칙’으로써 극동·극서 외의 나머지 전 세계(동구·남구제국, 남미제국; 아프리카제국, 동남아·중앙아시아제국과 중동제국)의 전근대적·비非근대적·저低근대적 정체停滯상태와,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고 가르치는 강성剛性종교의 이슬람세계에 확산된 ‘반反근대적·반反서구적 대결의식’도 일관되게 설명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