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의 핵심은 민주주의하에서의 정치적 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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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의 핵심은 민주주의하에서의 정치적 관계 맺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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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권 | 리처드 벨러미 지음 | 황소희 옮김 | 교유서가 | 252쪽

 

공동의 삶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등한 시민들의 사회에 대한 매력은 강력하다. 시민권은 우리의 사회적 도덕성의 중심적인 특징들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그것들이 실행될 수 있게 한다. 시민권은 타인과 서로 교류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우리의 전반적인 자아존중감의 밑바탕이 된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의 주요한 도덕적 성취라고 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헌신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의 배경에도 시민권이 있다.

이 책은 시민권 발달의 역사와, 시민권을 구성하는 소속 여부, 권리, 참여의 세 가지 요소가 시민권의 성격과 실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풀어낸다.

도덕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 모든 이들이 바람직하게 행동하기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몇몇 이들의 이기적인 행동보다도, 인간의 제한된 지식과 사고력,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딜레마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규정을 통해 상호작용이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체계 안에서 동등하게 자유롭고 안전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시민권이 가진 배타성은 두 가지 이유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첫째, 특정 국가의 영향력 아래 놓인 일부 사람들에게 완전한 성원권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한 것처럼 보인다. 둘째, 우리가 속한 국가는 출생이라는 우연에 의한 결과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다른 국가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이주하는 것을 막는 것 역시 부당해 보인다.

시민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나누어 가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동등하게 참여함으로써 시민권은 비로소 생겨난다. 사회에서 마련한 정책과 제도는 반드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여기에서 시민권에 내재된 역설, 즉 시민의 권리는 권리를 행사할 의무를 띤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의무를 지키지 않고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시민적 노력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가로등 불빛이나 포장도로처럼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도 혜택으로부터 배제될 수 없는 공공재와 같은 속성의 재화의 경우에 이런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 의무를 다하는 것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무게를 갖는 반면, 의무를 이행하여 누릴 수 있는 권리나 제도 유지 및 개선에 기여하는 바는 무척 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점차 낮아지는 투표율이 보여주듯, 시민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집단적 가치 그 자체에도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고 계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권은 시민적 평등에 대한 조건이다. 시민권에는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사회적 협력의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공동체의 성원권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위에는 정치적 협의체를 통해 제공되는 집단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에 대한 보장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집단적 가치 ─ 민주적 시민권 그 자체도 여기에 포함된다 ─ 를 증진하고 유지할 동등한 의무 역시도 수반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수평적, 교차적 균열보다 수직적, 분열적 균열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의견 불일치가 수평적이고 교차적일 때 더욱 잘 작동할 수 있는데, 한 집단이 압도적으로 열세에 몰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직적, 분열적 균열은 각 집단의 영향력 확보가 우선순위에 놓이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장 자주 대두되는 해결책은 더 참여적인 형태의 민주주의와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 수호자주의로, 현재도 다양한 국가에서 보완책이자 대안으로 기능하고 있다. 비록 시장원리가 그 세력을 확장하여 부자들이 사회적 협력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시민권을 열성적으로 행사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미약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민권과 민주주의 정치는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한다.

저자에 의하면 민주주의를 인민주권의 시스템, 즉 인민이 스스로 지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다루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시각은 정치적으로 동등한 사람들 간의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마련한다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거나 심지어는 그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저자는 1장에서 시민권의 발전 과정과 시민권이 겪은 변화, 그 중요성, 우리가 시민권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와 시민권이 품은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설명한다. 2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두 개의 당위적 이론을 살펴보고, 이후의 계승 발전 과정과 현대적 변용 등을 살핀다. 3장에서는 시민권의 배타성을 검토하여 더 넓은 논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시민권 소지자의 자격에 대해 묻고 답한다. 4장에서는 시민권과 권리, 민주주의가 각각 개념으로서 어떻게 서로 관련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마지막 장에서는 시민권의 대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현대사회에서 시민권의 전망이 어떠할지를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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