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국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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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국제 질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6.17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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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제2강_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의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국제 질서」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열 번째 시리즈 ‘오늘의 세계’ 강연이 매주 토요일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섯 섹션 총 5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인류 공동체에서부터 개인의 실존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의 어젠다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론의 장을 펼친다. 국제 질서의 변화 및 전개 양상을 다루는 첫 번째 섹션 ‘오늘의 국제질서’ 제2강 윤영관 명예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강연 중 일부를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국제 질서


윤영관 교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약화라는 문제의식을 염두”에 둔 채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의 국제 정치의 흐름과 국제 질서의 변화 과정을 권력의 부침과 세계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조망”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권력의 관점에서는 미국 권력의 상대적 약화, 중국 권력의 상대적 상승, 그리고 쇠퇴한 러시아 권력의 반발이라는 현상에 초점”을, “세계화의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탈세계화 추세를 가속화한 미국의 국내 정치적 배경과 그 파장”에 주안점을 두어 살핀다. 왜냐하면 그간 “권력과 세계화”, 두 개념이 “긴밀하게 상호 교차 작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미래”와 “한국의 입장에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짚어”본다. 

 

지난 5월 27일, 윤영관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오늘의 세계>의 2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자유주의 국제 질서, 권력, 그리고 세계화

1990년대 이래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낙관주의적 자유주의 질서의 추구와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국제정치 상황을 비교해보면, 먼저 미국의 상대적 권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의 상대적 권력 강화와 동전의 양면이었다.

미국의 상대적 권력 약화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 즉 정치적 자유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규범 기반 질서도 오늘날 크게 도전받고 있다. 미국이 주창하던 자유민주주의는 도처에서 도전받고 포퓰리즘은 강화되었으며 각국에서 권위주의적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경제적 자유주의 측면에서도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도전이 거세졌다. 세계화로 서로 통합되었던 미중 경제가 이제 디커플링이 운위되고 기술 전쟁과 보호주의 조치들이 경쟁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안보 영역에서의 대결이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안보 차원의 정치적 고려가 경제적 효율성 논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측면에서도 결정적인 타격이 가해졌으니 그것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규범 기반 국제 질서가 그동안 완벽하게 지켜져 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을 때 일어난 전면적인 침공이었기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2. 1991년: 구 냉전의 종언과 미국 일극 시대

클린턴 대통령은 민주당의 정강인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충실한 대통령이었다. 무엇보다도 클린턴 행정부는 경제적 자유주의 이념에 기반하여 세계화의 동력을 강화했다.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경제적 상호 의존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유주의적 세계관을 드러낸 전형적 사례였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회고해보건대, 이러한 낙관적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의 유리한 국제 경제 환경을 활용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선진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력을 강화했다. 수출 증대에는 힘썼지만 보호주의 정책과 관행으로 국내 시장을 보호함으로써 자유주의 국제 경제의 규칙을 등한시했다. 그리고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는 점진적 민주화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강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대전환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국’으로 운위될 정도의 권력을 가진 미국은 ‘제국적 오만(imperial hubris)’의 함정에 빠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심 세력은 이른바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의 신봉자들이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강력한 믿음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공격을 당한 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실행되었다. 그러나 ‘제국적 오만’의 결과는 미국의 상대적 국력과 함께 국제적 위상의 추락이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외교 정책의 역사에서 큰 분기점을 이루었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정계에는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화되었고 그 파장이 오늘날까지 미국의 정계와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3. 2008년: 상승 대국의 도전과 세계화의 정치적 파장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는 단순한 경제 위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세계 권력의 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지도자들이 중국의 외교 노선을 공세적 외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경제는 1980년대 이후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본격적으로 상승 대국의 공세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중국몽(中國夢)’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고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공산당의 주도하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해 중국 민족의 대부흥을 이룩하고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13년 이후 10년간 시진핑 주석은 국제정치에서 향후 중국의 권력과 외교가 그릴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세 가지 중대한 변화를 추진했다. 첫째는 국내 정치권력 구조 면에서 집단 지도 체제를 약화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둘째,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지침을 버리고 ‘떨쳐 일어나 할 바를 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대외 전략의 대전환을 시도했다. 셋째, 시 주석은 중국 경제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이념과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기제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했다. 

세계화는 국제적 차원과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국제 질서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국제적 차원에서 세계화는 중국에 고속 경제 성장으로 미국과의 권력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는 국제 경제의 틀을 제공했다. 결국 세계화는 세계 권력 지도에서 중국으로의 권력 이동을 가능하게 해준 채널과 틀을 제공했다. 

세계화는 또한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분업 논리에 따라 미국의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그 기반이 저임금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는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실업자들의 생활 기반이 피폐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그러한 실업자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직업 재훈련과 재교육을 통해 그들이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들의 분노는 쌓여갔다. 

이처럼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한 축으로서 추진된 시장 논리와 세계화를 강조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역설적인 효과를 국제적, 국내적 차원에서 초래했다. 즉 세계화의 틀 속에서 중국의 상대적 권력이 상승했고, 세계화의 진행 과정에서 반세계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 결과 오늘날의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약화까지 초래되었다.

 

4. 2018년: 신냉전 시대의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간 반세계화, 반중국, 반이민 정책을 추구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그동안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 유지의 리더십을 포기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외교 정책의 대전환을 단행했다. 미국의 중국 포용 정책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2018년 관세 전쟁의 시작을 기점으로 미중 관계는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관여했던 다양한 다자적 국제 합의에서 탈퇴했다. 오로지 강조했던 것은 미국의 이익, 그것도 좁게 정의된 경제적 이익이었으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대결 전략을 계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고립주의적 성향 때문에 대 중국 압박에서 단독 플레이를 했던 것에 반해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적 연대 전략으로 나섰다. 미국의 동맹 및 우호국들과 연합해서 다양한 소다자 그룹들을 형성하고 체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상승 대국 중국과 기존 대국 미국은 외교, 군사, 경제, 기술, 이념의 분야에서 대결 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그렇기에 미중 대결은 신냉전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다양한 여러 분야의 대결 양상 중에서도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그 핵심은 대만 문제이다. 시진핑 주석의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는 대단히 강하다. 그는 자신의 임기 중에 대만을 통일할 것임을, 그리고 무력 수단의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5.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불만

최근 10여 년 동안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흔들려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규범 기반 국제 질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나토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게 되었고 미국과 유럽이 단합하게 되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침공 결정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흔들리던 미국의 리더십을 오히려 더 강화해준 결과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가지 이유로 신냉전 국제 질서의 향배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첫째, 만일 러시아가 승리하면 향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 특히 그중에서도 규범 기반 국제 질서와 그것을 주도해온 미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약화되고 국제적 위상은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리더 국가에서 점차 대여섯 개의 대국들 중 하나일 뿐인 존재로 추락할 것이다. 

둘째,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과 강한 연대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패배를 유도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시진핑 주석의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행사를 앞당길 수도 있다. 

셋째, 푸틴 대통령은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군사 전략 분야에서 핵무기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투하 이후 사용이 금기시되어왔다. 그런데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가 크리미아까지 회복하게 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을 사용한다면 이는 앞으로 다양한 국제 갈등에서 핵 사용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향배를 가름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적지 않은 국가들이 방관 자세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제력이 큰 상위 25개국은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세계 GDP의 18%(2023년 기준)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국가들이 인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등이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주장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대결에 대해서도 실리 추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서구가 주도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그것을 주도한 국가들의 이익만을 반영할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주도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실현하는 다양한 다자주의적 국제기구의 규범이나 규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대결과 관련된 수많은 난제들에 추가하여 이들 글로벌 사우스의 요구를 어떻게 수행해내느냐 하는 문제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켜나가려는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이 당면한 또 다른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중국은 이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미국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특히 미국의 약화되어가는 상대적 국력, 국내 정치적인 분열, 서방 국가들 자체의 내부 단합의 어려움 등에 추가하여 글로벌 사우스의 요구를 포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유지라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6. 맺는 말: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미래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의 국제 질서는 이처럼 미국 권력의 상대적 하강과 중국 권력의 상대적 상승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그 결과 2018년을 기점으로 미중 관계가 포용에서 대결 관계로 전환되었다. 세계화는 권력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분산되는 국제 경제적 틀을 제공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반세계화를 향한 미국 국내 정치적 모멘텀이 강화되었다. 결국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중 대결 정책과 함께 반세계화 정책도 채택되었다.

탈냉전 이후 지난 30년의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왔는데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 특히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강력한 지원을 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사용을 통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 것과 남중국해에서의 국제 규범 준수,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상황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첫째, 정치적 자유주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는 이미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들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국민도 지금의 민주주의를 버리고 1970년대 유신 시대로 되돌아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경제적 자유주의 측면에서 볼 때 자연 자원도 별로 없고 국내 시장 규모도 작은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개방적 세계 경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보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로 바뀐다면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셋째, 규범 기반 국제 질서라는 측면에서 볼 때 1950년 한국과 같은 상대적 소국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유엔 헌장의 정신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16개 참전국의 도움 때문이었다. 만일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규범 기반 질서가 깨지고 힘이 정의인 약육강식의 시대가 온다면 군사 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의 입지는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국제 질서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향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약화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세 가지 정도의 핵심 변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변수로 2024년 미국 대선을 꼽을 수 있다. 차기 대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과거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행적을 볼 때 미국은 다시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리더십을 포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 경우 세계 질서의 향배가 상당히 비관적일 수 있다.

둘째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다.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그 후원 세력인 미국 및 나토 국가들이 승리한다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그 반대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 변수는 대만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를 성공적으로 억제해냄으로써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유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중 간에 소통 채널이 열리고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일종의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중 양국 간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건대 차기 미국 대선에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유지를 주창하는 후보가 당선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그 지원국들이 승리하고, 대만 문제가 평화적으로 관리된다면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미래는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되어주기를 희망한다. 역사가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세계는 과거 1930년대의 암울한 시대로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국제 질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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