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36개국 350여 명 참석
상태바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36개국 350여 명 참석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19 0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려
- 33개 패널, 21개 섹션 연구성과 공유

 

          세계불교학대회(IABS)가 8월 15∼19일 서울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학술대회인 세계불교학대회(IABS: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가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가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미국, 영국, 호주,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등 36개국의 불교학자들이 495편의 연구결과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조은수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가 함께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1개 섹션에서 36국 350여 명의 학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해 인문학으로서 불교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히말라야 불교, 불교미술과 건축, 이미지와 도상학, 초기 불교, 대승불교, 동아시아 불교, 티베트 불교, 계율 연구, 불교 젠더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논문들이 발표됐다.

 

                            이주형 세계불교학회장이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기조 강연에는 이주형 서울대 교수와 마크 시더리츠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가 나섰다. 세계불교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주형 교수는 ‘부처님은 왜 스스로 머리를 깎지 않았나’ 주제로 강연을 열어 불상의 ‘나발’이 어떻게 변천돼 왔는지에 대한 탐색을 통해 초기 불교 미술에서의 부처님 이미지를 분석했다.

많은 문명권에서 머리카락은 물리적 힘과 명석함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불교 사원의 수행자들은 무소유의 의미로 모든 머리카락을 제거했다. 그러나 불자들은 부처님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마크 시더리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정년퇴임 후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마크 시더리츠 교수는 강연을 통해 “자연과학계 연구 성과를 보면 한 연구에 수천 명 연구자들의 기여가 있다”며 “반면 인문한 연구 출판물은 한 명의 저자만 있다. 하지만 팀을 구성하지 않고 중요한 연구를 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하며 철학자와 문헌학자 간 협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술대회 개막식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원행 대종사를 비롯해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과 국내외 불교학 석학 250여 명이 참석했다. 

수불스님은 “세계불교학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만 해도 굉장히 큰 일로, 이번 학회가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세계 각국의 불교학자들이 한국불교 수행을 직접 체험해 장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1700년 이상 유구히 이어져 온 돈독한 불교신앙과 치열한 수행법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강조한 수불스님은 “현재 한국의 K-팝, K-드라마와 영화 등의 K-컬쳐는 세계문화를 리드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류의 문화적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간화선 정신이 배어 있다”면서 “간화선 수행이 인류 정신계에서 미래의 대안이 되리라는 것이 한국불교의 원력”이라고 간화선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본각스님도 “전 세계의 석학이 한국에 모인 것은 한국불교에게 굉장히 기쁜 일”이라며 “내년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샤카디타 세계대회에도 많은 관심이 이어져, 한국불교가 세계인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5일 간의 대회 기간 동안에는 불교철학부터 문헌학, 미술사, 역사, 수행·명상, 사회문제, 윤리학 등 폭넓은 주제의 발표들이 이뤄졌다. 최근 급성장하는 과학기술과 불교 연구를 접목한 연구 주제들도 대폭 다뤄졌다.

이번 대회에는 각자 연구영역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석학은 물론 최근 불교학 흐름을 주도하는 중견 학자, 미래 불교학을 끌어갈 신진 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구 대학 교양수업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불교학 교재인 '더 펀더멘털즈 오브 부디즘'(The Fundamentals of Buddhism)의 저자인 루퍼트 게틴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 영국 최고의 불교학자로 평가받는 얀 웨스터호프 옥스퍼드대 교수, '본각사상'이라는 저술로 유명한 재클린 스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참가했다.

또 티베트 불교 권위자인 호주 디킨스대의 존 파워스 교수, 화엄학 전문가인 헝가리 에외트뵈스로란드대의 임레 하마르 교수, 한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진아, 박진영, 김환수, 안준영 교수 등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제19차 세계불교학회가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렸다. 사진은 8월15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열린 개막식 모습

1976년 창립된 세계불교학회는 서구와 아시아의 유수 불교학자들이 활동하는 불교학 학술단체로, 3년마다 세계불교학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번 학술대회는 당초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5년 만에 개최하게 됐다.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한 이번 세계불교학회는 한국불교와 한국불교학의 세계화는 물론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세계불교학회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요 불교학자 대부분이 참여한 가장 권위 있는 불교학 학술단체다. 매년 2차례 '세계불교학회지'를 발간해오고 있다. 학회 회장은 이주형 서울대 교수가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