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련, 고등교육 거버넌스 모델로 ‘광역고등교육구·광역고등교육청’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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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련, 고등교육 거버넌스 모델로 ‘광역고등교육구·광역고등교육청’ 제안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19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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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토론회,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 토론회
- 전국 8개 광역고등교육구 나눠
- 교육부가 국립대 담당하고, 지방정부가 사립대 맡아야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인재 양성’ 등 수도권 대학 중심 정책 추진으로 지역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국사립대학교수들이 모여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한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리가 18일 부산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지역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합리적인 지역 편성과 지원체제 수립을 위해 (가칭)광역고등교육구 설정과 이를 관할할 (가칭)광역고등교육청 신설이 제안됐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지역고등교육위원회’는 행정적 실행력이 없다며 광역고등교육청을 통해 지역대학의 협력과 혁신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이날 오후 부산유라시아플랫폼(부산역) 대회장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양성렬 이사장이 18일 오후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 토론회에서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br>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양성렬 이사장이 18일 오후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 토론회에서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기조발제에 나선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대학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려는 정부 방침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행력을 갖춘 독립된 제3의 기관으로서 ‘광역고등교육구’(광고구)와 ‘광역고등교육청’(광고청) 설치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국립대학은 현행대로 교육부가 담당하되, 사립대학에 대한 관할은 광고구별로 대광역지자체에 이양해 학문의 균형성장을 도모하자는 구상이다.

광역고등교육청은 고등교육의 관할권을 지역에 위임하기 위해 제안된 기구다. 고등교육 기관을 초중등교육 기관처럼 지자체 단위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전제 아래에 제안된 것이다. 아동과 초중등 학생은 거주지를 중심으로 수백 명 규모의 학교들이 밀집해 있는데, 대학은 수천 명의 규모로 거주지의 지리적 위치와 무관하게 소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고등교육 기관은 주변 지자체와 협력해야 할 필요도 있기에 지자체를 넘어선 기구로 제시된 것이 광역고등교육청이다. 

양 이사장은 고등교육 관할 주체는 시도를 넘어 광역단위로 확장해 ‘광역고등교육구’를 설정해 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며 지자체 특성과 대학 크기, 대학과 전문대의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역고등교육구를 구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 수 감소 위기에 놓인 지역대 육성 방안을 지역 실정에 맞게 논의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가칭 '지역고등교육협의회'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역대학과 관련된 각종 권한을 중앙에서 지자체 단위로 위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계에서는 대학이 오히려 지자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양 이사장은 “교육부는 전국 400여 개 대학을 관리할 능력도 지원할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며, 획일화·서열화를 강요하는 잘못된 대학평가를 고집해왔다”며 “국립대와 사립대는 설립 주체와 목적이 다른 만큼 국립대는 교육부가 전담하고, 나머지 지역대학은 지방정부가 지역의 존망을 걸고 지원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과제에 제시된 ‘지역고등교육위원회’와 같은 행정 실행력이 없는 조직만으로는 결코 대학교육을 개선할 수 없다”며 “광역별로 강력한 실행기구를 갖춘 광역고등교육청에 기업·시민·교수단체가 참여하는 고등교육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광역별로 고등교육청에서 50개 내외의 대학을 담당하면 대학별로 특성화해 효율적인 지원·관리를 할 수 있고, 지역(광역고등교육구) 특성에 맞는 대학정책도 수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대학 육성 방안을 중앙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그 권한을 행정력과 예산을 갖춘 제 3의 기구에 둬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설립·운영 관련 '4대 요건' 규제 완화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양 이사장은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해 4대 요건을 대폭 낮춘 것이 부실대학 양산으로 이어졌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이라고 촉구했다.

 

          안현식 교수(동명대) 대신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박순준 사교련 자문위원장(동의대)

또다른 발제자인 안현식 동명대 교수(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는 ‘지역을 살리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지역 대학 위기의 원인이 대학 자체에 있기보다는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나타난 지역소멸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앙집중 현상의 흐름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그 프레임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극에서 다극체제로, 대학이 지역과 분리되어온 것으로부터 지역혁신의 주체적 역할로 변화하기 위한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지역혁신을 위한 새로운 고등 교육 모델로서 광고구와 광고청의 구성을 제안했고, 고등교육 재정확보의 필요성 및 사립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방안으로 제안했다.

그는 전국을 8개로 나눈 광역고등교육구의 구체적인 모델을 소개했다. 8개 광고구는 부울경(35개 대학), 대경(35개), 호남(43개), 충청(48개), 강원(14개), 제주(3개), 서울(47개), 경인(72개) 등이다.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광역고등교육청이 관리할 수 있는 대학 수를 50곳 내외로 제한해야 효율적인 지원과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광역고등교육청의 운영방식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근접한 지자체가 공동으로 광역고등교육청을 구성·운영하며 의사결정 권한과 행정적 실행 권한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앙 부처에서 할당된 고등교육 재정을 지자체 단위로 집행하되, 광역고등교육청이 고등교육의 전문성을 갖고 지·산·학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단체나 시민단체도 고등교육 정책의 의사결정에 참여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역고등교육위가 자문기관으로 전락해 행정력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에 종속, 지자체 단위로 분절된 정책이 남발될 우려에서 나온 제안"이라며 “광역고등교육 정책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산·학뿐만 아니라 교수·시민사회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지역 구성원의 감시·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고등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필수다”고 강조했다.

또 안 교수는 "지역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겠다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재정 지원 없이 지자체에 떠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별도의 교부금법을 통해 고등교육청에 예산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18일 부산에서 임원단 대회를 열고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사교련 유튜브 갈무리<br>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18일 부산에서 임원단 대회를 열고 ‘지역균형발전과 위기의 대학 살리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사교련 유튜브 갈무리

토론회 2부에서는 광고구와 광고청 제안을 놓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한윤환 사교련 정책위원장(경성대 교수)은 “광고구·광고청도 거시적인 담론으로 충분히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결국은 재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고등교육에 국가재정(국민세금)을 투입하게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광역고등교육청이 설립되더라도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에 ‘사립대학법’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두 법을 통해 고등교육도 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사학의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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