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단체들 ‘대학 공공성 강화 및 박순애 지명·반도체 인력정책 철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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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단체들 ‘대학 공공성 강화 및 박순애 지명·반도체 인력정책 철회’ 요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6.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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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학 배분 추진에도 '반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해야"

 

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 등 7개 고등교육단체는 27일 오전 대통령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와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수도권 입학정원 확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변화를 통한 지역대학 재정 지원 및 육성권한의 지자체 위임,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방안 등 고등교육과 관련한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담보해내어야 하는 현 정부에서 오히려 고등교육정책이 혼선을 빚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등 7개 대학단체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학의 공공성강화 및 박순애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요구> 고등교육관련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반도체 인력 양성 지시에 대해 "무지와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즉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 재송부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은 윤 대통령에게 음주운전, 논문 중복게재 등 논란에 교육 전문성이 미흡한 박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방과 수도권 간 불균형 해소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반도체 인재 양성문제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의 ‘즉흥적’ 정책을 중단하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포함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사립대학 공공성 강화 비전 제시 △대학 등록금 인상 시도 중단 및 OECD회원국 평균 수준 고등교육재정 확충 등을 요구했다.

김일규 교수노조 위원장(강원대 교수)은 "윤 대통령의 교육 행보를 보면 대학 위기 해결은커녕 위기를 가속화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경제부처이며 반도체 산업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는 발언과 교육 비전문가인 박순애 후보를 지명한 것은 대학에 대한 무지와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박순애 후보가 교육 관련 경험이 전무한 행정 전문가로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으로 비전문가를 지명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무지의 극치"라면서 "대통령은 지금 당장 박순애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교육부 장관에 맞는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필요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수도권 대학 반도체관련학과 증원 계획을 발표해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을 가속화하려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며 우려를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선기 대학노조 위원장은 "대학연구 논문을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자리에서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이 있는 후보자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교원들의 음주 운전 처벌 규정은 엄격한데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새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 첫 번째 목표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 명백히 대치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만을 앞세우는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고등교육 정책을 포기하고 교육의 백년대계에 어울리는 공공성 있는 고등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시민 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적 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교육부가 마치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전담 부서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대학교육이 단순히 산업의 하부구조로 전락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방과 수도권 간 불균형 심화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반도체 인재 양성 문제로 지방과 수도권 간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정부가 유초중고 교육에 쓰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도 쓰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대학단체들은 "초중등 부문과 고등교육 부문의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정책에 불과하며 이를 빌미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뒷받침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14년째 동결 중인 대학 등록금 인상 추진에 대해서도 대학 단체들은 "정부가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는 교육비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면서 "대학 등록금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최소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집행위원장은 "지금 등록금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는 게 아니라 차별을 배운다"면서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윤석열은 국민의 대통령인지 기득권의 대변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조 등 7개 대학단체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박순애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는 백년대계에 합당한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라!
- 즉흥적인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을 중단하라! -
-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즉시 철회하라! -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만 앞세우는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고등교육 정책을 포기하고 교육의 백년대계에 어울리는 공공성 있는 장기적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 사회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적 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음주운전, 논문 중복게재 등 부적격 사유가 넘칠뿐더러 교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이 없는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전문가로서 사회적 신망이 있는 인사를 다시 지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이 채 넘지 않은 시기 동안 인사, 외교, 경제, 노동 정책 및 대통령 주변사에 이르기까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교육정책에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앞세운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가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으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육부는 무용하다는 취지로 반도체 산업의 인력 양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도 반도체 인력 양성론을 거들고 나섰고, 교육부 전체가 이 일에 몰입하는 모양새이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과 반도체 업체 인사담당자 등이 참여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가동하고, 20일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고등교육정책실장, 산학협력정책관 직무대리, 인재양성정책과장 등 간부들이 총출동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의하면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은 12대 주력산업 중에서 소프트웨어, 화학 등에 이어 10번째이며, 인력 부족의 구체적 현황도 세심하게 파악해서 인력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구나 작년 5월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2031년까지 반도체 산업인력 36,000명 육성 등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6개 정부 부처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대규모 종합계획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종합계획은 아예 까먹은 듯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정확한 현황 파악과 과학적인 미래 예측이 없는 인력 양성 정책은 국가적 낭비와 정책 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된 ‘프라임 사업’, 객관적 근거도 없이 각 대학의 인문사회계 정원을 대폭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리는 대가로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한 사업의 악몽을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 과학기술과 학문, 문화의 발전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 학문의 전영역에 걸쳐 기초학문의 깊이 있는 발전과 그들 간의 활발한 소통과 융합, 응용이 이뤄짐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발전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학문공동체를 필요로 하며, 교육은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 또한 게을리할 수 없다. 나아가 첨단 과학기술 및 미래지향적 학문영역의 발전을 위한 교육개혁은 그에 걸맞은 거시적 학문정책과 세심한 학문 생태계의 재구성, 그리고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개혁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중심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예산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학공공성 공대위)는 시민 사회와 함께 대학교육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외면한 채, 초중등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고등교육 몫으로 전환 사용하는 안을 내놓음으로써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예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록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감염병 위기와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심화, 인공지능혁명, 민주주의의 위기가 동시에 벌어지는 격변기의 절실한 과제들에 대응해 초중등 공교육의 전면적 재편성과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대학의 재정이 열악해지자 정부가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육비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그 동안의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확대를 통해 교육비 부담은 줄이면서도 대학의 재정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우리는 현 정부가 집권 초기에 교육정책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수립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과학적이고 거시적인 미래 예측에 기초한 교육정책, 학술정책 및 과학기술 인재양성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라. 
둘째,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할 비전을 제시하고, 사립대학의 국공립화 등을 포함한 고등교육 전반의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발전 대안을 제시하라. 
셋째,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뒷받침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넷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축소를 앞세우기 전에 초중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교육의 질적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
다섯째, 대학 등록금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최소한 OECD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라!
여섯째, 교육 비전문가이자 부적격자인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 수장 후보자를 다시 물색하라.


2022년 6월 27일

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대학무상화평준화운동본부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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