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 변치 않는 가치 불멸의 인문고전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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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변치 않는 가치 불멸의 인문고전에서 답을 찾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2.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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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의 숲: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 송용구 지음 | 평단 | 304쪽

 

이 책은 인문학 중에서도 고전이라 할 만한 33권의 동서양 명저들을 어떤 포인트로 읽고 해석하며 적용할지 안내해주는 친절한 해설서 혹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서서 각 작품이 어떤 시대적, 사상적 배경에서 탄생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근원적 모습을 만나게 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서울대의 단골 필독서들을 엄선했다. 그중엔 『논어』 『맹자』 『어린 왕자』 『데미안』 등 비교적 귀에 익숙한 책들도 있지만 아우구스티누스, 파스칼, 마르틴 부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비교적 낯선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철학과 사상 분야 7편, 사회와 역사 분야 9편, 소설과 드라마 10편, 시 7편 총 33편을 4장 구성으로 다루고 있다. 작품과 역사를 관통하는 맥을 짚어주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주요 맥락은 다음과 같다.

고전에서 우리가 꼭 취해야 할 가치를 잘 정리한 것은 이 책 『인문학의 숲』이 지닌 미덕 중 하나다. 중세 시대에 집필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고전일 수 있는 이유 또한 저자는 잘 설명한다. 로마 가톨릭 주교였던 아우구스티누스였지만 『고백록』은 단지 신앙 서적의 틀에 갇히지 않고 “학문은 왜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공부에 대한 근원적 목적 및 배움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아무리 강해도 학문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은 헛된 욕구에 불과하다. 그런 헛된 욕구에 사로잡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수사학을 통해 “남을 이기는” 능력에서 쾌감을 얻었다는 고백을 담은 책이 바로 『고백록』이다. 교만에 빠진 학자들의 현주소는 다름 아닌 자신의 옛 모습이었음을 고백하며, 학문하는 자들에게 칭찬받을 욕심과 과시의 욕심을 경계한다. 그것이 곧 진리 탐구의 길을 가로막는 장벽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고백록』에서 주목하는 또 한 가지는 학생들을 진정한 인재로 성장시켜야 하는 교육자의 소명에 관한 것이다. 이런 소명을 잊고 “말로 남을 이기는 재주를 파는” 지식의 상거래에 열정을 기울이는 모든 교육자에게 이 책은 중요한 일침이 될 것이다. 

독일 시인 실러의 『빌헬름 텔』은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림으로도 유명한 18세기 희곡이다. 주인공 빌헬름 텔은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스위스를 독립시키려 했던 투사이자 영웅이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1823)에 등장하는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1785)는 『빌헬름 텔』이 쟁취했던 해방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모든 억압받는 민중이 억압의 사슬에서 해방될 때 부르짖는 환희가 이와 같을 것이다.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을 고인이 된 실러를 대신해 실러의 아내에게 바침으로써 실러에 대한 빚진 마음과 존경을 표한다.

볼셰비키 혁명 당시 소련 공산당의 이기주의와 비인간성을 고발한 『닥터 지바고』. 소설은 인간의 가장 값진 가치를 ‘사랑’으로 보며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의 열매로 묘사한다.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성, 사랑, 자유 이 세 가지 주제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지금, 앞선 시대정신으로 용기 있는 행보를 걸었던 그와 그의 작품은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얻어낸 승리의 전리품으로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저자는 논평한다. 저자는 또한 소비에트 공산당과 그 권력자들을 비판했던 소설의 주인공 지바고를 『신약성경』에서 바리새인들을 ‘회칠한 무덤’이라며 꾸짖었던 예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해석한다. 율법이라는 명분으로 종교의 핵심인 사랑을 놓쳤던 바리새인들처럼, 소비에트 공산당들 또한 사회주의라는 명분으로 나눔의 미덕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데미안』의 문장을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깨뜨려야 할 세계는 무엇이며, 태어나려는 세계는 어떤 것일까? 저자는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깨트린 세계는 권위적 편견과 인습적 강요로 가득한 당시 사회이며, 이로써 그가 선택한 세계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길이라고 논평한다. 『데미안』은 독립적 자의식의 길을 연 소설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20세기 초 권위주의 시대에 헤세가 주목했던 교육의 문제로 저자는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당시의 시대적 과제였던 ‘주체적 능동형 교육’은 지금 시대에도 동일한 과제일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저항시인으로 잘 알려진 윤동주. 그러나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저항시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유독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이 많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는 윤동주 시인의 감정을 지배했던 ‘부끄러움’의 원천은 식민지 백성의 무력함, 지식인의 절망이었다고 논평하는 한편, 우리가 현실적 한계 상황에 부닥쳤을 때 “괴로움의 열병을 앓는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길의 출발점”이며 그것만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윤동주 시인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또 다른 고향」에서 ‘백골’로 묘사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를 무력한 자기비하가 아닌 아름다운 혼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욕구로 보며, 이것이야말로 윤동주식 저항의식이라 해석한다. 저자는 또한 시인이 꿈꾸었던 ‘또 다른 고향’ 즉 유토피아는 독립된 조국을 넘어서서 모두가 평등하게 사랑을 나누는 세계라 논평하며, 「서시」에서 ‘별’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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