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35년, ‘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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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35년, ‘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워라!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2.20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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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정치의 시대: 한국 민주화 35년, ‘대권’에서 ‘시민권’으로 | 송호근·강원택·손병권·박상훈·송석윤 외 4명 지음 | 나남출판사 | 416쪽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 역시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독점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었다. 정권은 곧 국가였다. 각종 매체가 동원된 유별난 팬덤 정치, 캠프 인사가 휘두르는 독선 정치, 치고 빠지는 무책임 정치의 일관된 파노라마는 한국 민주주의를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다. 사회적 견제에서 벗어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35년, 이러한 모습은 새로운 정권마다 반복되어 왔다. 이 리바이어던에 족쇄 채우기가 20대 대선의 가장 중대한 시대적 과제다. 족쇄 풀린 리바이어던을 국가와 사회가 서로 힘을 겨루는 균형 영역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이 책에서 9명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모여 한국 민주화 35년의 긴 여정을 돌아보고 다시 가야 할 길을 내다본다.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이게 영화 대사라면 상영관을 걸어 나오면 그만이다. 그러나 현실이라면, 그것도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현실정치의 문제라면 사태는 자못 심각하다. 비등하는 대선 후보 자질론은 제쳐 두더라도, 양당의 비민주적 실정(失政)을 척결하겠다는 결기에서 이미 손상된 민주주의를 더 훼손할 비극적 개연성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20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그러나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미래 담론은 잘 들리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만이 난무할 뿐이다. 심지어 서로의 감옥행을 공약화하기까지 하는데, 정치를 사법기관의 도마에 올리는 것만큼이나 비민주적 행태는 없다. 손상된 민주주의의 치유, 미래담론의 소환, 합의정치의 창출, 그리고 주권시민의 사회보장을 공론화하지 않는 선거는 그저 통과의례이거나 정치집단의 정권재창출에 동원되는 것에 불과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반복된 정권교체에도 이러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우리의 대통령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 모인 9명의 학자들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35년, 그 긴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원점에서부터 고민했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의 전형적 특징으로 ‘단절적 개혁’을 들 수 있다. 단절적 개혁이란 기존 정권의 노선과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정책을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5년 후 다음 정권에 의해 다시 폐쇄된다. 그것은 기존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새 정권의 정당성을 쌓는 가장 쉬운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혁정치는 자신의 이념적 성향과 구미에 맞춰 항상 새롭지만 생뚱맞은 메뉴를 선보인다.

“독점 정치의 폐단을 35년이나 앓았다면 이제는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새 길, 새 경로가 왜 없겠는가? 새 길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경로단절성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경로연속성을 들어앉히는 것이다. 전 정권의 정당성 인정하기, 절반이라도 전 정권의 선정을 이을 수 있다는 관용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집필진은 이구동성으로 ‘민주주의는 어떤 인물에 의해 좌우되는 체제가 아님을 확인하는 것, 그래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집권당의 이념적 편향성에 훼손되지 않는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차기 정권에 거는 일반 시민들의 기대라는 사실에 합의했다. 그리고 ‘대권’ 개념을 폐기하고 ‘시민정치’를 새 경로로 설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시민정치란 무엇인가? 시민권, 시민참여, 시민책무라는 세 개의 바퀴로 작동하는 삼륜차다. 권리와 책무 간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은 시민참여로서 여러 유형의 공론장이다. 다양한 유형의 참여를 통해 개별 유권자가 가진 선입견과 주관적 판단이 첨삭되고, 과도한 권리 찾기가 책임의식에 의해 자제된다.

9명의 집필진은 크게 ‘제도정치 개혁과제’와 ‘시민정치 개혁과제’라는 두 가지 주제 아래 각자의 영역별로 민주적 발전 지표를 들이대고, 취약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차기 정권이 추진해야 할 숙제를 추려 각 장별 부록으로 요약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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