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권과 가부장제 가정의 기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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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권과 가부장제 가정의 기원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2.2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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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계급론의 저자 베블런의 소유의 기원: 여성 의상의 경제학 |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 정헌주 옮김 | 간디서원 | 212쪽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이 여러 저널에 기고했던 글들을 담았다. ‘소유권과 현대 여성’, ‘자본주의 사회와 노동’, ‘전쟁과 평화’ 주제 아래 소유권의 기원, 가부장제와의 관계, 노동에 대한 관념의 변화 등 다양한 논의들이 담겼다.

여성 의상의 경제학

인간의 의복(apparel)은 의상(dress) 요소와 복장(clothing)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의상의 기원은 발달 순서상 장식 원리(the principle of adornment)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곧 신체에 부착하는 장신구와 그 장식물이 의복으로 발전하면서 그 심미적 성격에 경제적 성격이 추가되어 혼합되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여성의 의상은 남성의 부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단위가 가구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여성이 속한 가구의 부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사치품을 과시하는 것 그리고 사치스런 의상과 장신구를 계속 소비할 수 있는 금전능력을 과시하는 것, 이 두 가지에 여성 의상의 근본원리가 숨어있다.

여성 사치성의 본질

여성은 값비싼 제품을 비생산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과시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단위의 금전적 위력을 드러낸다. 여기서 여성은 자신이 속한 경제단위의 금전적 지불능력을 대변한다. 곧 여성의 사치성 입증은 의상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상’은 ‘낭비적인 지출을 과시하는 것’과 동의어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여성 의상은 3가지 주요 원리가 작동한다. 곧 비싸야 하고(복장으로서의 효과가 비경제적인) 새롭고(유행에 민감하고) 어울리지 않는(어떤 직업에도 어울리지 않는) 복장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리는 의상에 필수적이며, 여성 의상에서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용한다. 곧 ‘과시적 낭비’(conspicuous waste)를 보여주는 것이 여성 의상의 원리인 것이다.

여기서 거의 유사하게 여성 의상의 규준을 따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명사회의 어린이다. 물론 약간의 단서가 필요하지만, 이론의 목적상 상품의 과시적 소비자로서 문명화된 여성의 중요한 기능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어린이다. 곧 노동자의 손 안에 있는 연장이 생산의 효율성을 위한 부속물이듯이, 문명화된 여성의 손안에 있는 어린이는 과시적 소비를 위한 부속물이다.

 

소유권의 기원은?

소유권은 관습적 권리에 근거하여 어떤 물체에 대해 행사하는 공인된 재량권이다. 요컨대 소유자는 소유한 물체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인격적 행위자 개인이다. 오늘날 소유자가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결정적 근거는 소유자가 생산적 노동을 하는 데서 온다고 믿는다. 곧 재산제도의 기원은 미개인이 사슴 두 마리 또는 비버 한 마리, 물고기 열두 마리를 잡는 생산적 노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여성도 일을 하면 노동의 산물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만, 봉건제와 노예제 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은 소유할 수 없었다.

이처럼 소유권은 사람들이 사회계약론이 설정한 방식에 따라 서로 협력하여 생산하고 공동생활을 하며 상호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다. 소유권은 관습적 사실(a conventional fact)이며, 모든 사람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소유권은 야만시대 초기 단계에 처음으로 발생했고, 소유권 제도는 평화로운 생활습관이 약탈적인 생활습관으로 이행하면서 즉 적으로부터 각종 물품을 압수하는 관행이 나타나면서 출현했다. 이처럼 야만문화 초기 단계에서 소유권은 관습의 승인 아래 철저하고 견고해진 강압 및 압류 습관의 소산이다.

그러나 이 압수 물건을 개인이 소유하려면 그 물건은 즉시 소비하는 생계수단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수명이 짧은 소비재가 부의 항목으로 간주된 것은 상업이 상당히 발달한 곳에서만 나타났다. 야만문화에서 산업적 직업에 종사하는 계급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고, 소유권은 전쟁, 정부, 스포츠, 종교의례 등 산업적 직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착취생활을 하는 계급만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포로 여성은 개인 소유권의 시작인가?

포로는 공동으로 소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개인이 그들을 전유하더라도 집단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게다가 포로 여성의 노동의 산물은 집단에는 그들의 생계를 유지시켜 주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 포획자는 여성 포로에게 우월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여성 포로에게 강압적 관계를 취하는 것은 그 여성이 자신의 착취 행동의 전리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포획 관행이 관습으로 굳어지면 남성은 그 여성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학대하는 관습적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이는 소박한 의미의 소유 관계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포획 관행이 한 사회의 일반적인 관습으로 정착되면 포로로 잡혀온 여성들은 포획자와 혼인 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으로 승인된다. 그리하여 남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혼인 형태가 성립되며, 이러한 소유권-결혼 형태가 사유재산권 및 가부장제 가정의 원형이다. 이로써 양대 제도가 모방 경쟁의 기원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소유권-혼인 제도가 확고하게 정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경제가 진화하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서 소비재에 대한 소유권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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